후한(後漢) 말기 헌제(獻帝) 때 동우(董遇)라는 학자가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공부하는 것을 즐거워해 어디를 가든 손에서 책을 놓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노자(老子)와 좌전(左傳)에 정통하였는데 이 무렵에 노자와 좌전을 해설한 주석서를 지어 이름을 얻었다. 그의 명성을 들은 헌제는 그를 불러 황제의 글 공부를 가르치는 황문시랑(黃門侍郞)에 임명했다.
동우의 명성이 점차 알려지자 그의 문하에서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그러나 동우는 아무나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찾아온 사람들에서 항상 “내게서 배우려 하지 말고 책을 읽으라. 책을 백 번 읽으면 자연히 그 의미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遇不肯敎而云必當先讀百遍 言讀書百遍而意自見)”고 말하며 돌려보내곤 했다.
어느 날 찾아온 한 선비가 물러가지 않고 혼자서 백번씩이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며 제자로 받아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자 동우는
‘세 가지 여가만 있으면 충분히 책을 읽을 수 있다(當以三餘)’ 라고 말하고 그를 꾸짖어 돌려보냈다. 옆에 있던 사람이 그 세 가지 여가가 무엇
인지 묻자 동우가 말했다.
‘겨울은 한 해의 남은 시간이요(冬者歲之餘),
밤은 하루 낮의 남은 시간이며(夜者日之餘),
오랫동안 계속 내리는 비는 한 때의 남은 시간이다(陰雨者時之餘也).
즉, 자투리 시간까지도 아껴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이다. 삼여(三餘)라는 성어는 바로 이 고사에서 유래했고 오늘날까지 독서삼여(讀書三餘)라는 고사성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학문을 하는데 가져야 하는 이 세 가지 여유는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가져야 할 넉넉함에도 비유되었다. 그래서 살면서 늘 여유를 가지라는 뜻으로 옛 어른들은 세 마리 물고기를 그림으로 그려 족자에 담아 서재에 걸어두거나 병풍으로 만들어 보관하곤 했다. 고기 어(魚)자와 남을여(餘)자의 중국식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