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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일반 계시판

오바마 대통령의 '51초간의 침묵'

by 범여(梵如) 2011. 2. 4.

 

오바마 대통령의 '51초간의 침묵'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나는 그가 늘 신선해 보여서 좋다.
옷을 잘 입고, 웃는 모습이 가을날의 시원한 바람 한 줄기 같아서 좋다.
말을 할 때의 표정이 진지할 때나, 때로는 장난스럽게 코믹할 때도 왠지 그가 멋 있어 보인다.

그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한 시간씩은 꼭 운동을 한다고 들었다. 내가 바쁘다는 핑게로 운동하는 일에 게으름을 부릴 때 마다 딸 아이는 '엄마가 오바마 보다 더 바쁘냐?' 고 묻곤 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왠지 민망하고 약이 올랐지만 맞는 말이라 금새 말꼬리를 얼버무리곤 했다.

탁월성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특정한 부분에서 빛나는 노력과 신선한 의지를 발휘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관성 있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오바마에게도 그런 특별함이 많으리라. 개인적인 그의 취향이나 사생활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으니 그는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그는 어떤 일들을 처리하며 하루를 살아가는지는 모르지만 특별함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게 된다.

사람의 생김새가 출중한 사람을 두고 미인이나, 미남으로 불려지는데 나는 도무지 그런 것을 알아차리는 감각이 둔해서 잘 파악을 하지 못한다.

요즘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젊은 친구들, 특히 장동건이나 이병헌 같은 사람의 외모에 대해서도 나는 사실 그들이 그렇게 잘 생긴 것인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것에 둔한 나는 사람을 외모로 파악하거나 판단하는 기능이 떨어지니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아둔한 나 같은 사람도 오바마는 정말 멋져 보인다.
예전에 클린턴 대통령 역시 나는 참 멋진 사람으로 기억한다.그의 열정과 능력, 솔직한 자기고백 등이 좋아 보였다.

오바마 역시 마찬가지로 그의 정치적 역량에 대해서는 나의 무지함 때문에 뭐라고 할 말이 없지만 내 눈에 비친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 속의 그는 멋지다. 오바마의 침묵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그의 인간적인 정서를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

 NYT  “감정 노출 않는 오바마, 전 국민과 감정적 소통”

“51초 침묵, 취임후 가장 극적 순간” 이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노출시킴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다가 선 것 같다. 지난 12일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의 추모식에서 한 연설이 큰 화제가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대통령으로서는 물론 두 딸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는 대중연설에서 불필요한 감정을 노출하지 않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추모연설에서는 마지막 부분에서 무려 51초간이나 침묵하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사건으로 숨진 크리스티나 그린(8)을 언급하며 “나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과 같이 좋았으면 한다” “우리 모두는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는 잠시 연설을 중단했고, 10초후 오른쪽을 쳐다본 뒤 20초후 심호흡을 했으며, 30초후에 눈을 깜빡였는데 무려 51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어금니를 깨물고는 연설을 다시 이어갔다는 것이다.

NYT는 이에 대해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또한 크리스티나보다 3개월 먼저 태어난 딸을 둔 아버지로서 ‘단호한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자신에게 만약 이런 일이 내 딸들에게 일어났다면 누구와도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크리스티나의 부모에게 전화하는 것을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걸었으며 이틀 후 이 연설을 하기 전에 그녀의 부모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주로 정책에 초점을 맞춰온 연설을 해 왔으나 이를 계기로 국민과 감정적인 소통을 이루었으며 NYT는 이를 두고 “2년간의 재임기간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고 촌평했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그의 그 말은 그 사람의 정서를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라 생각되기에 그의 마음을 몰래 들여다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어렵게 여기던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보여줄 때 우리는 갑자기 그가 친근해지는 경험을 한다. 오바마 역시 대단히 공적인 자리에서, 대단히 정치적인 입지를 견지하던 자세에서 내려 와 그의 마음속의 침묵과 눈물이 공존함을 진솔하게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한 것이다.

그 짧은 51초를 통해 그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침묵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힘을 보여 준 오바마가 앞으로 남은 날들 동안 지혜로운 정치가로서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랫만에 젖어 본 짧은 감동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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