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조선중기 여류시인 ( 옥봉)

by 범여(梵如) 2011. 3. 24.

 

 

자신의 시를 온몸에 감고 죽어 중국까지 떠내려간 여인

옥봉(玉峰) 이숙원(李淑媛)
 

1. 庶女로 태어난 才媛


後世 文人들이 허난설헌과 쌍벽을 이룬다고 評하는 조선중기의 女流詩人 玉峰 李淑媛은 生沒年代는 정확하지 않으나 명종 말년인 1550년대 후반에 태어나, 임진왜란 발발 직후인 1590년대 초에 35세 정도의 나이에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녀는 왕실 종친으로 충청도 옥천 군수를 지낸 李逢之의 庶女로 태어났다. 딸의 총명함을 기특하게 여긴 부친이 글을 가르쳐 어려서부터 詩文에 뛰어났던 그는, 서녀라는 신분의 굴레 때문에 혼인을 포기하고 서울로 가서 장안의 내노라 하는 명사들과 교류하였다. 애처롭게 죽은 단종의 복위운동에도 가담했고, 그녀의 詩才는 어지간한 선비라면 알아줄 만한 유명인사가 되었다.

옥봉의 詩는 님에 대한 사무치는 정을 담은 것이 많이 알려져 있으나 다른 시들은 오히려 조선시대의 여류시인 중 가장 호방하고 높은 기상을 지녔다고 평가받고 있다.

2. 趙瑗의 小室이 되다.
 
부친도 비록 庶女의 身分이지만 비범한 재능을 지닌 딸을 아무한테나 보낼 수 없어 당시 학식과 인품이 그중 뛰어났던 젊은 선비 조원(趙瑗 1544~ ?, 호 雲江)에게 소실로 들일 것을 청하였다.

한사코 사양하던 조원은 앞으로는 절대 시를 짓지 않겠다는 약속을 걸고 그를 받아들였다. 여염의 여인이 시를 짓는 건 정숙한 일이 못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조원의 집안은 대대로 가풍이 엄격하고 학문이 뛰어난 가문이었던 것 같다. 대를 이어 승지를 지내고, 그의 후손은 3代에 걸쳐 연속으로 문과 장원급제를 할 정도였으며, 그 후손이 정리한 先代祖의 文集인 嘉林世稿로 인하여 玉峰의 詩 32首도 전해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옥봉은 비록 신분의 차이로 小室로 들어갔지만, 10여 년간 남편의 임지를 따라 다니며 단란하게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3. 소박을 맞고 외로움 속에 살다

그러던 어느 날 조원 집안의 산지기 아내가 찾아와 자기 남편이 소도둑 누명을 쓰고 잡혀갔으니 조원과 친분이 두터운 파주목사에게 손을 좀 써달라는 하소연을 하였다. 사정을 들어본즉 아전들의 토색질이 분명하므로 거절하지 못하고 시 한수를 써서 파주목사에게 보냈다.

爲人訟寃
원통함을 풀어주기 위함

洗面盆爲鏡 세숫대야 거울 삼아 얼굴을 씻고
梳頭水作油 물을 기름 삼아 머리를 빗어도
妾身非織女 이내 몸이 직녀가 아닐진대
郎豈是牽牛 낭군이 어찌 견우가 되오리까

※ 梳(소) => 빗다 / ※ 豈(기) => 어찌 / ※ 是(시) => 옳다. 바로잡다.
......

소박하고 가난한 여자의 남편이 어찌 소를 끌고(견우)가느냐는 내용으로, 놀라운 才技를 빛내는 詩句이다.

그녀의 시를 보고 크게 감탄한 목사는 산지기 남편을 석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일이 남편에게 알려지자, 크게 화를 내고 그녀는 소박을 맞게 된다. 시를 짓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으며, 엄중한 관청의 일에 아녀자가 사사로이 간여하였다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였지만 남편은 용서하지 않았으며, 그녀가 죽을 때까지 부르지 않았다.

사랑을 위하여 10년 가까이 詩魂을 억누르며 살아왔으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시 한 수로 쫓겨났으니 상심이 컸으리라. 뚝섬 근처에 살며 옥봉은 조원의 마음을 돌려보려 애썼으나 허사였다. 그 후 10여 년을 홀로 지내며 그리움과 애통한 마음을 그의 천재적 詩心으로 승화시켰다.

당시 관습으로는 과거급제 전에 부실(副室)을 두는 예는 극히 드물었으므로, 1544年 生인 趙瑗이 문과에 급제한 1572년(선조5년) 이후에 그녀를 맞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그녀의 나이가 15세 정도였고, 이로부터 20년 후 임진왜란이 일어났으므로 죽은 나이는 대략 35세 안팎으로 보인다. 그녀가 임진왜란 ? 지조를 지키다 죽었다는 기록도 있다 한다.
 
4. 죽은 후 40년 만에 중국에서 시집을 발견하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인조 때, 趙瑗의 아들인 승지 조희일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한 원로대신과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우연히 '趙瑗을 아느냐?' 는 물음을 받았고, 그 동안 생사를 모르던 李玉峰의 詩集을 전달받는 놀라운 일을 접하게 된다. 원로대신에게 들은 연유는 다음과 같았다.

40년 전쯤 중국 동해안에 괴이한 주검이 떠밀려 왔는데, 그 몰골이 너무도 흉측하여 아무도 건지려 하지 않아 파도에 밀려 이 포구 저 포구로 떠다닌다는 것이었다. 사람을 시켜 건져보니 온몸을 종이로 수백 겹 감고 노끈으로 묶은 여자 시체였다.

노끈을 풀고 겹겹이 두른 종이를 벗겨 냈더니 바깥쪽 종이는 백지였으나 안쪽의 종이에는 빽빽이 시가 적혀 있고 '海東朝鮮國 承旨 趙瑗의 妾 李玉峰'이라 씌어 있었다. 그 시들이 너무도 빼어난 작품들이라 자신이 거둬 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원에 대한 情恨이 사무쳐 자신의 시로 온 몸을 감고 한강이나 차가운 바다로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을 위해 시를 포기했지만 그 시 때문에 사랑을 잃고, 잃은 사랑 때문에 詩心을 정화시켜나간 천재시인의 비극적 삶이 애끊게 한다.

........

 
I. 離別의 情恨과 관계없는 詩들

 
七夕
칠석

無窮會合豈愁思 끝없는 세월을 만나는데 무슨 근심이랴
不比浮生有別離 떠도는 속세의 이별과는 견줄 바가 아니라네
天上却成朝暮會 천상에선 조석으로 이루어지는 만남이거늘
人間만作一年期 일년에 한번 뿐이라 사람들은 잘못 말하네

* 만 => 言+曼 속일만

.......
 
寧 越 道中
영월 가는 길에서

五日長干三日越
닷새 먼 산을 사흘에 가네
哀歌唱斷魯陵雲
슬픈 노래마저 끊은 노릉의 구름이여
妾身亦是王孫女
이 몸 역시 王孫女이니
此地鵑聲不忍聞
그 곳의 두견새 울음 차마 듣지 못하리

* 魯陵(영월 청령포에 있는 단종의 능. 지금은 복위가 되어 장릉으로 불림)
* 鵑(견) 두견새
* 五日長干三日越을 '五月長開三日越'(닷세 갈길을 사흘에 가네)로 표기한 자료도 있음.

 
 ....
 
寶 泉 灘卽 事
보천탄에서

桃花高浪幾尺許 복사꽃 높은 물결 몇 자나 되려나
銀石沒頂不知處 은 같은 바위 물에 잠겨 있는 곳을 모를레라
兩兩로자失舊磯 짝지어 놀던 가마우지 물가를 잃어
啣魚飛入菰蒲去 물고기 머금고 풀섶으로 숨어든다

* 浪(랑) 물결 / * 磯(기) 물가 / * 鷺(로) => 해오라기, 백로 路아래+鳥 / * 자 => 가마우지, 玄玄(검을 자)아래+鳥 /*啣(함) 물다, 머금다(재갈을) * 菰(고) 줄풀(다년생 띠풀) / * 蒲(포) 부들
* 이 시는 김종직의 작품으로 소개되기도 함. 홍수로 여울이 거세지고 바위가 잠기며, 가마우지가 놀던 자리를 잃은 혼란상을 빗댄 우국충정의 노래로 평함.

...
 
採 蓮 曲
채 연 곡
 
南湖採蓮女 남쪽 호숫가 연 따는 여인
日日南湖歸 날마다 호수가로 돌아오네
淺渚蓮子滿 얕은 물가엔 연들이 만발하고
深潭荷葉稀 물 깊은 곳엔 연잎도 드물구나
蕩漿嬌無力 탁한 물 휩쓸기엔 고운 여자 힘겨워
水천越羅衣 흩뿌린 물이 치마에 떨어지네
無心却回棹 무심히 노 젓던 총각의 마음
貪빈鴛鴦飛 원앙처럼 날아보는 욕심 가져보네

* 渚(저) => 물가 / * 荷(하) => 여기서는 蓮. 짐을 진다(부린다)는 뜻으로 많이 쓰임.
* 蕩(탕) => 쓸어버리다. 흐르게 하다 / * 漿(장) => 미음, 즙, 뻑뻑한 액체 
* 嬌(교) => 아리땁다. 아리따운 여자 / * 천=>  +賤 => 흩뿌리다, 빨리 흐르다
* 越(월) => 넘다, 흐트러지다, 떨어뜨리다 / * 羅(라) => 그물(치다), 넓게 펴다.
* 棹(도) => (배의) 노

...
 
秋思
가을의 마음
 
翡翠簾疏不蔽風 비취 발이 성글어 바람을 못 막고
新凉初透碧紗롱 서늘한 가을 기운 얇은 바지에 스미네
涓涓玉露團團月 방울 맺힌 맑은 이슬 달빛에 반짝이고
設盡秋情草下蟲 풀 밑 벌레들은 가을 기운 품어내네
 
* 롱 => 木+龍 => 바지가랑이, 사타구니.

....
 
玉峯家小池
옥봉집 작은 연못
 
玉峯涵小池 옥봉집 안에 작은 연못 있어
池面月涓涓 물위로 달빛이 하늘거리네
鴛鴦一雙鳥 원앙 한 쌍이 날아 노니니
飛下鏡中天 거울 속 하늘도 날아 내린다
 
...
 
登樓
누각에 오르다
 
小白梅逾耿 흰 매화 시절 깊어 더욱 빛나고
深靑竹更姸 짙푸른 대나무 다시 곱구나
憑欄未忽下 기대어선 난간에서 차마 내려가지 못하고
爲待月華圓 화려한 둥근달을 기다려 보리라

* 逾(유) => 넘다, 더욱 / * 耿(경) => 빛 / * 憑(빙) => 기대다


...
 
樓上
누각 위에서
 
紅欄六曲壓銀河  붉은 난간 여섯 기둥 은하수를 누르고
瑞霧비微濕翠羅  상서로운 실안개는 비취 장막을 적시네
明月不知滄浪暮  밝은 달빛에 창랑수는 저물 줄 모르고
九疑山下白雲多  구의산 아래 흰구름 뭉게뭉게 피어난다

* 비 =>雨(아래)+ 非 => 눈이 펄펄 내리다. / * 滄浪水 : 중국 굴원이 어부생활 하던 곳
* 九疑山 : 중국 호남성에 있는 산

...
 
詠雪
찬 눈을 노래함

閉戶何妨高臥客 숨어사는 사람이 사립문 닫은들 어떠리
牛衣垂淚未歸身 소옷 입고 눈물 드리워도 못 가는 몸.
雲深山徑飄如席 구름 깊고 산길 험해 자리는 황량하고,
風捲長空聚若塵 먼 공중에 눈보라 날려 먼지처럼 모인다.
渚白非沙欺落雁 흰 물가가 모래밭 같아 기러기들 떨어지는구나.
窓明忽曉却愁人 창 밝아 새벽오니 더더욱 서러워라.
江南此日應梅發 요즘 강남에는 매화가 피었건만,
傍水蓮天幾樹春 수평선에 선나무 몇 봄 다시 맞았던고

* 閉戶(門) : 문을 닫고 벼슬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
* 高臥客 : 隱者(은자). 벼슬을 피하여 숨어 사는 사람
* 牛衣 : 漢의 王章이 한때 소옷을 입고 추위를 참으며 살았다는 古事에서 유래
* 飄(표) => 나부끼다. 흐트러지다

...
 
癸 未 北 亂
계미년 북쪽의 난리

干戈縱異書生事 전쟁비롯 서생일과 다르지만
憂國還應빈髮蒼 나라걱정에 오히려 머리가 세었겠죠
制敵此時思去病 적을 제압할 때는 곽거병을 생각하고
運籌今日懷張良 오늘작전에는 장량이 그립겠지요
源城戰血山河赤 경원성에 흘린피로 산하가 붉었겠고
阿堡妖氣日月黃 아산보의 妖氣에 해와달도 흐렸어라
京洛徽音常不達 서울에선 좋은 소식 도착하지 않으니
江湖春色亦凄凉 강과 호수의 봄색도 쓸쓸하구나
 

* 縱(종) => 비록 , 늘어지다. 발자취, 부추기다. / * 去病 => 한나라 무제 때 오랑캐(흉노) 토벌에 혁혁한 전공을 세운 장수 郭去病(곽거병)을 지칭. / * 運籌(운주) 주판을 맞추듯 계획을 세움 / * 蒼(창) => 푸르다, 허둥지둥하다, 늙다, 어슴프레하다. / * 빈 =>長+?+(아래에)賓 => 빈모, 귀밑털
* 이 시는 호방한 남성의 사유세계까지 공감하고 묘사하는 뭇 여성시인들과 다른 옥봉의 걸출한 면을 보여준다.
[시역 - 송제소/몸은 곤궁하나 시는썩지 않네(한길사)-]

...
 
贈嫡子
맏아들에게 주는 시

妙譽皆童稚 신묘함이 어릴 때부터 두루 미치고.
東方母子名 모자의 이름이 동방에 날렸다.
驚風君筆落 너의 붓에 바람이 놀라고
泣鬼我詩成 나의 시에 귀신도 흐느낀다

* 稚(치) => 어리다 =>椎(추)와 혼동하기 쉬움 / - 文才에 대한 옥봉의 높은 자부심을 나타내는 시임
...

班 竹怨
반 죽 원

二妃昔追帝 옛적에 두 왕비 임금님을 따라서
南奔湘水間 남쪽 살수 사이에 헤매었노라.
有淚寄湘竹 눈물이 흘러서 상수 물가 대나무 적시니
至今湘竹班 지금의 상죽은 얼룩져 있구나.
雲深九疑廟 구의묘는 구름 속에 깊고
日落蒼梧山 창오산에는 해 저문다.
餘恨在江水 남은 한이 상수 물 속에 남았으나
濫濫去不還 도도히 흐르는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도다.
 
 
* 濫(남,람) => 넘치다.
* 湘水(상수) : 중국 광서성의 강 이름, 순임금이 창오벌에서 죽어 두 왕비도 상수에 뒤를 따라 몸을 던졌다 함.
* 班竹 : 상수가의 대나무에 두 비의 눈물이 흘러 얼국 졌다는 전설로 반죽이라 함.
* 九疑廟 : 중국 호남성에 있는 순임금의 사당.

 
2. 애끓는 그리움을 노래한 詩들

....
 
夢 魂
꿈속의 혼

近來安否問如何
요즘 어떠신 지 안부 여쭈오리다
月白紗窓妾恨多
사창에 달 비추니 나의 한이 깊어라
若使夢魂行有跡
꿈속의 혼이 다닌 자취가 남는다면
門前石路已成沙
문 앞 돌길은 이미 모래가 되었으리

* 원제는 贈雲江(雲江에게 드림-雲江은 조원의 號-)라고도 한다(가림세고에는 自述-내마음을 술회함-로 표기). / * 月白紗窓妾恨多에서 白을 到로 쓴 자료도 있음. / * 紗窓은 얇은 견사로 바른 창인데, 여인이 기거하는 창을 지칭함. /* 已(이) => 이미 /* 門前石路已成沙에서 已를 半으로 표기한 자료도 있음(원전에는 已).

...

閨 情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

有約郞何晩 약속하신 낭군은 어찌하여 늦으시나
庭梅欲謝時 뜰 앞 매화도 지려고 하는 이때
忽聞枝上鵲 홀연히 들리는 가지 위 까치소리에
虛畵鏡中眉 거울속 눈썹만 헛되이 그려보네

* 謝(사) 인사하다. 사양하다. 물러나다. * 鵲(작) 까치, 까치소리

...
 
漫 興 贈 郞
임에게 어리광 부리다

柳外江頭五馬嘶 버들 숲 밖 강 머리에 오화마 울음소리
半醒愁醉下樓時 취한 근심 얼핏 깨어 다락에서 내려올 때
春紅欲瘦臨粧鏡 님 그리워 여윈 얼굴 거울보기 부끄러워
試畵梅窓半月眉 매화 창에서 반달눈썹 그리려 하네

* 五馬=오화마(五花馬) : 오색의 귀한 말 / * 嘶 울 시 / * 醒 깰 성 / * 瘦 파리할(여윌) 수
* 半醒愁醉下樓時를 半醒半醉下樓時(불그레 취한 얼굴 홍루에서 나올 때)로 표기된 자료도 있음.

...
 
送 別
이별의 아쉬움
 
人間此夜離情多 이밤의 우리 이별이 너무 아쉬워
落月蒼茫入遠波 달마저 깊은 하늘 먼 물결에 지는데
借問今宵何處宿 그대여 오늘밤은 어디서 묵으며
旅窓空聽雲鴻過 구름 지나는 기러기 소리 창 밖으로 들으려는가

* 宵(소) 밤/초저녁 / * 鴻(홍) 큰기러기

...
 
自適
홀로있는 모습

虛첨殘留雨纖纖 빈 처마는 빗물 스며 축축히 젖어있고
枕점輕寒曉漸添 대자리 침소는 새벽녘에 더욱 차다
花落後庭春睡美 꽃 떨어진 정원에 봄 잠이 곱고
叱남燕子要開簾 지저귀는 제비들은 발 뒤에서 엿보네

* 첨 => 木+詹 => 처마 / * 점 => 竹(아래)+覃 => 대자리, 삿자리, 멍석 / * 曉(효) => 새벽 / * 漸添(점첨) => 차차 더한다 / * 叱(질) => 꾸짖다 / * 남 => 口+南 => 재잘거림 /* 簾(염, 렴) => 발(빛을 가리는)

...
 
秋 恨
가을의 슬픔

絳紗遙隔夜燈紅 붉은 견사에 어리는 먼 등불이 밝고
夢覺羅衾一半空 꿈에서 깨어나니 이불 한쪽이 빈자리네
霜冷玉籠鸚鵡語 새장의 차가운 서리에 앵무새 울고
滿秋梧棄落西風 깊은 가을 오동잎이 서풍에 진다.

* 絳(강) => 진홍 / * 紗(사) => 깊(얇은 견직물) / * 羅衾(라금) => 펼쳐진 이불 / * 鸚鵡(앵무) => 앵무새

...
 
別 恨
이별의 슬픔

明宵雖短短 님 떠날 내일 밤은 짧고 짧아지더라도
今夜願長長 님 계신 오늘 밤은 길고 길어질지어다.
鷄聲聽欲曉 닭소리 들리고 새벽이 오려하니,
雙검淚千行 두뺨엔 하염없이 눈물만이 흐르네.

*宵(소) => 밤(夜) / *雖(수) => 비록 / *曉(효) => 새벽 / *검 => 月+僉(뺨, 얼굴)

...
 
離 怨
이별의 사무침

深情容易寄 님 그리는 깊은 마음 어이 쉽게 보낼 손가
欲說更含羞 하소연 하려하나 이내 거듭 부끄러워
若問香閨信 행여나 님께서 내 소식 물으시면
殘粧獨倚樓 옛 화장 그대로 난간에 기대어 있다 전해주오


...
 
閨 情
여인의 멍든 마음

平生離恨成身病 평생 이별의 한이 육신의 병이 되어
酒不能療藥不治 술로도 달랠 길 없고 약으로도 못 다스려
衾裏泣如氷下水 이불 속 흐르는 눈물 얼음장 밑 물과 같아
日夜長流人不知 밤낮으로 길게 흘러도 그 누가 알랴

* 衾(금) => 이불 / * 裏(이, 리) => 속, 안쪽
...
 
嘉林世稿(奎7840), 趙錫馨(朝鮮) 著.
  1冊(61張) 筆寫本(後寫) 27.2×18.5cm.

  近水軒 趙錫馨(1598~1656)의 詩集으로 女流 玉峯 李氏의 시를 附編하였다. 손자  趙正萬의 謹識에 의하면, 원래는 雲江趙瑗(1544~?), 竹陰 趙希逸(1575~1638)과  本集을  합하여 三世의 詩文을 각기 上中下로 편집, 「嘉林世稿」라  하여  1704년(肅宗  30)에  간행하였다 한다. 이 책은 그 下編에 해당하는 近水軒遺稿만이 수록되어  있는  筆寫本  이다.
三世의 ≪嘉林世稿≫에는 책머리에 徐宗泰의 서문이 있는데, 이  책에는  없는것  으로 보아 筆寫 과정에서 앞 上?中이 유실된 零本인 듯하다. 趙錫馨의 자는 子服,  호 는 近水軒, 본관은 林川이다. 1624년(仁祖 2) 進士試에  합격,  世子翊衛司洗馬,  侍直  등을 지냈으나 곧 사퇴하고 학문에만 정진하였다. 唐詩와 晉體에 뛰어 났으며 本集  이 외에는 별반 저서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에는 저자의 간단한 이력이 기재되어  있고 이어 奉別晴沙令丈, 寒食 등 各體 2백 28수가 연대순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중  賦는 圍中畵美人賦, 三宿出晝賦 神借風便賦 등 3편이다. 詩들은 모두 唐詩의  風을  띠고 있다.

附錄에는 女流 玉峯 李氏의 시 32수가 수록되어 있다. 班竹怨, 採蓮曲  등  11수 뒤에는 ≪皇明列朝詩集≫ 등 다른 詩集에 수록돼 있다는 내용의 전말을 간략히  기술하 고 있다. 玉峯 李氏는 이 世稿의 1세인 趙瑗의 소실로 沃川郡守 李逢의  庶女이다.  ≪明詩綜≫ 등에 작품이 단편적으로 전해지며 이 책에 수록된  것이  바로  ≪玉峯集≫의 전부로 現傳한다. 그녀는 우리 나라에서 손꼽는 수명의 女流중의 한 사람이다.  「閨怨離怨」등에는 許난雪軒의 경우에서와 같이 원망과 애틋함이 짙게 깔려 있다.  끝에는 손자 趙正萬만이 쓴 이 世稿의 내용과 간행 경위를 밝힌 跋이 있다.

[서울대 규장각 문헌해설 정보에서 가져온 글임]



< 嘉林世稿 附錄 -옥봉시집- 원전>

* 국립중앙도서관 이미지 DB자료를 화면캡쳐한 것입니다.
-1쪽-
 
-2쪽-
 
-3쪽-
 
 
-4쫏-
 
-5쪽-
 
 
-6쪽-
 
-7쪽-
 
-8쪽-
 
-9쪽-
 
-10쪽-
 
-11쪽-
 
-12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서 오줌 누고 싶다   (0) 2011.04.23
막걸리 한사발에  (0) 2011.04.14
서리꽃 - 유안진   (0) 2011.01.18
귀촉도 (歸蜀途) -서정주  (0) 2011.01.07
상처난 것들의 향기 / 조호진  (0) 201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