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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미주알고주알

목사 친구에게

by 범여(梵如) 2011. 4. 27.

 목사 친구에게

 

오랜만이네. 

 

자네 직업이 성직자, 목사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속물들이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소식을 전해주는 친구가 있어 소식은 이따금 듣고 있네. 

 

아닌 게 아니라 지난번에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자네 이야기가 나왔네. 
회사 다니다가 근자에 그만둔, 아니 잘린 친구 몇몇은 자네를 퍽 부러워하더구먼. 

 

한 해에 연봉이 몇 억이고 정년도 아직 한참 남았다면서 말이야. 
나도 그런 생각이 슬며시 들었네. 


자네 교회가 세상에 유명한 아무 아무 교회처럼 몇 만 명의 신도를 가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 명을 넘는 신자가 있고 거기다 교회가 부자동네에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오늘 이렇게 소식을 전하는 것은 그 날 그 모임에서 나온 자네 이야기 때문이네. 

 


그날 모임에서 자네가 일본에 쓰나미가 일어난 것을 두고 하나님을 믿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말을 들었네. 

 

그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네. 


왜냐하면 쓰나미에 죽거나 다친 사람들 중에는 적기야 하겠지만

기독교 신자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네. 


솔직히 말해 안 믿는다고 쓰나미로 자신의 피조물을 그렇게 비참하게 죽여 버린 하나님이란 존재를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 


자네 말을 전해 듣고 나는 강도를 맞아 쓰러져 있던 사람을 구한 사마리아 사람이 생각났네. 

 

예수님은 거지반 죽게 된 사람을 외면하고 지나간 제사장과 레위인이 그의 이웃이 아니라 사마리아 사람이 이웃이라 하셨네. 

 

만약 예수께서 쓰나미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셨다면, 눈물을 쏟으시고 크게 슬퍼하셨을 것이네.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셨을 것이네.


이왕 말을 꺼냈으니, 몇 마디 더 함세. 
자네는 새벽이면 아랫사람을 거느리고 교회에 가서 큰 소리로 무엇 무엇을 바란다고 기도를 한다는데

(하기야 보통 기독교 신자들도 다 그렇지만), 정말 이해가 안 되네. 


예수님은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서 기도하지 말고

아무도 안보는 골방에서 기도하되

중언부언 하지 말라고 가르치시지 않았던가. 


자네가 믿는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이니, 자네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자네 마음을 다 아실 것이네. 

어떤 친구는 자네가 강남의 값비싼 아파트에 산다고 또 부러워하더군. 
과연 그런가. 

 

예수님은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지만, 오직 자신만은 머리 둘 곳도 없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어찌 하여 예수님과 그렇게 다른가. 

 

자네는 또 세금도 내지 않는다 하였네. 
정말인가.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는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자네는 교회가 늘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고 하지만,

그렇게 으리으리한 수백억짜리 교회를 지으면서

 어떻게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 있겠는가. 


또 예수님은 제자들을 여러 곳으로 파견하시며

지팡이 외에는 돈도 먹을 것도 가지지 말고

 신발도 그대로 신고 속옷도 껴입지 말라고 하셨네. 


그런데 자네는 번쩍이는 양복에,

 어찌 그리 값비싼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가. 

자네 알다시피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네. 
아니 어떤 종교도 믿지 않지. 

 

하지만 성경은 종종 읽어본다네. 
그런데 자네의 말과 행동이 성경 말씀과 일치하지 않으니,

 나로서는 자네가 예수를 믿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네. 

 

어릴 적 친구니까 무람없이 부탁하네.

 
자네 제발 예수 좀 믿어보게. 


자네가 입에 달고 사는 말 중에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말이 있는데, 예수 믿으면 천국 간다니 좀 좋은가. 

물론 나는 그냥 이렇게 살다가 불신지옥을 택하겠네만,

 

자네는 직업이 직업인만큼 예수를 믿어야 하지 않겠는가. 

 

남보다 자네가 먼저 예수를 믿어야

남에게도 믿으라 권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부디 먼저 예수 믿고 천당 가시게.

                            강명관  /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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