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난 것들의 향기
조호진
빛나고 반듯한 것들은
모두 팔려가고
상처난 것들만 남아 뒹구는
파장 난 시장 귀퉁이 과일 좌판
못다 판 것들 한웅큼 쌓아놓고
짓물러진 과일처럼 웅크린 노점상
잔업에 지쳐 늦은 밤차 타고 귀가하다
추위에 지친 늙은 노점상을 만났네
상한 것들이 상한 것들을 만나면
정겹기도 하고 속이 상하는 것
"아저씨 이거 얼마예요!"
"떨이로 몽땅 가져가시오!"
떨이로 한아름 싸준 과일들
남같지 않은 것들 안고 돌아와
짓물러져 상한 몸 도려내니
과즙 흘리며 흩뿌리는 진한 향기
꼭 내 같아서 식구들 같아서
한입 베어 물다 울컥거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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