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60여명.
대부분 언론의 계산이야. 산술적으로는 당론수정도 국회통과도 도저히 불가능하지.
이명박은 이런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어. 불가능인줄 알면서 들이미는 그 저의가 뭘까?
이명박은 바보가 아니야. 그 정도 산수를 모를 리 없지.
이명박은 어쩌면 권위주의 시대의 마지막 잔재일지도 몰라. 정주영 밑에서부터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의 성장기는 권위주의적 정치 문화의 절정기였지. 따라서 대통령은 뭐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자리라는 사고에 젖어 있을 수 있어.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을 하수인으로 만드는 것만 보더라도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민주주의의 발전이나 정치문화의 개선 같은 상위개념은 없어. 단지 무엇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느냐가 모든 사고의 중심이라고 봐야지.
권력이란 원래 나눌 수 없는 것이지만 박근혜와 국정의 동반자라고 했던 약속은 언제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었던가 할 정도지. 적으로 간주하고 죽이려고만 했으니.
이해는 가. 미래권력의 영향력이 자신을 능가하는 걸 참기는 어려웠을 거야. 박근혜를 죽이려 하면 할수록 박근혜는 점점 더 강해졌지. 이번이라고 예외는 아닐 거야.
이명박은 아직도 박근혜의 벽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마 그럴 거야. 이명박의 계산으로는 한번 움직이기만 하면 친박 정도는 모조리 와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거야.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친박을 회유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명박의 저돌적인 대시에는 분명 그런 자신감이 있다고 봐야 돼.
친박이 30명만 남더라도 국회통과는 불가능한데 이명박은 그것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대목에서 누구나 막혀 버리지. 박근혜를 너무 과소평가했던가 아니면 권력에 취해 있는 거야.
친박과 친이의 한치 양보 없는 전투가 전개되는 가운데 나는 한사람, 유승민에게 주목할 수밖에 없었어. 그동안 유승민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적이 있었던가? 없었어. 아마도 유승민에게는 언론접촉에 대한 금제가 있었을 거야. 유승민까지 나설 필요 없다, 이정현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뭐 그런걸테지. 너무나 치명적인 무기니까.
그런 유승민이 직접 나섰어. 그만큼 이번 세종시 문제는 큰 전쟁이야. 지는 쪽은 망할 수밖에 없는 올인 게임이지.
구상찬은 박근혜가 한나라당의 뿌리임을 강조하며 분당론을 질책했어. 거기에는 나가려면 이명박이 나가야지 왜 박근혜가 나가느냐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 세종시 문제는 필연적으로 분당론을 몰아올 수밖에 없어. 한지붕 아래에서 이처럼 다른 두 세력이 공존한다는 건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분당론이 들끓을 때야.
그런데 가만 보면 친이쪽에서 친박을 몰아내려고 하고 친박쪽에서는 한사코 왜 우리가 나가느냐고 일축하고 있어. 이걸 보면 이명박의 의도가 뭔지 감이 잡히지. 결국은 박근혜를 출당시키겠다는 거야. 그것도 최소의 친박만 데리고 나가라는 거지.
친박을 와해시키면 수정안과 박근혜 둘 다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지. 이게 이명박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배경이야. 이를 감지한 친박 진영은 한사코 분당은 없다는 걸 강조하는 거고.
김영삼을 만났지. 김영삼은 아무 영향력이 없으니 무시해도 그만이지만 문제는 이명박이 김영삼을 만나서 박근혜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는 거야. 그 대책이 뭐겠어. 결국 친박 회유지. 그걸 협조해 달라는 거 말고 따로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여러 가지 설이 나도는데 곧 알게 되겠지.
그럼 이명박은 과연 박근혜의 출당을 원하는 걸까? 여기엔 또 다른 복선이 있어. 홍위병들을 앞세워 박근혜를 공격하는 건 어쩌면 성동격서일거야.
박근혜의 출당을 도모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친박 개개인을 치는 거야. 친박이 와해되면 박근혜가 당내에 남아 있어도 그리 큰 위협이 안된다는 거지. 오히려 박근혜를 출당 시키는 건 호랑이를 산으로 놔 주는 거나 다름 없을테니까. 결국 박근혜 주변을 쳐서 박근혜를 무력화 시킨 후 당내에 잡아 두겠다는 게 이명박의 작전일거야. 따라서 분당은 없다고 보는 게 맞겠지.
이명박의 집요한 박근혜 죽이기에 당하고만 있을 박근혜도 아니야. 끈끈한 응집력을 바탕으로 이에 맞서는 전략이 있겠지.
힘이 비슷한 세력간의 싸움에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는 없어. 이명박이 지금은 자신만만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히겠지. 여태까지 그래왔으니까.
결국 세종시 수정은 실패로 끝날 거야. 여론전에서나 세력면에서나 어느 하나 이명박에게 유리한 조건은 없으니까. 적어도 박근혜의 도움 없이 이명박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곧 깨닫게 되겠지.
이 싸움은 지방선거까지 연장될 거야. 한나라당으로서는 2월이나 4월에 상정할만한 동력이 없어. 아무리 각개격파를 한다 해도 수정안 통과는 어려워.
어제 박근혜는 단호하게 그걸 다시 상기시키고 확인시켜 준거야. 친박 분열 해봐라, 나를 출당 시켜 봐라, 누가 나를 출당 시킬거냐고 묻고 있지. 누가 무슨 명분으로 박근혜를 출당 시킬 수 있지? 홍위병 몇 명이 떠든다고 출당이 가능할까?
애당초 이명박은 박근혜를 잘못 건드렸어. 국정의 동반자 약속을 충심으로 지키면서 국사를 박근혜와 의논했더라면 지금 같은 곤경에 처하는 일은 없었겠지. 욕심이 과하면 사망에 이른다던가.
박근혜의 단호한 목소리에 친박 분열 공작도 주춤할 수밖에 없어. 아무리 협박해도 박근혜를 떠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테니까.
지난번 A의원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조만간 그의 소식을 듣게 될거야. 세종시 여론이 악화되면서 한발 빼는 스텐스를 취하고 있는데 아마 지금 중국에서 면밀히 국내 상황을 관찰하고 있겠지. 박근혜의 단호한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에 납작 엎드려서 눈치만 보고 있을 거야. 나서려다가 멈칫, 어, 이게 아닌데 할테지. 부담을 느껴 세종시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던가 보다 완곡하게 할거야.
내가 선제공격을 한건 일종의 경고지. 독기를 많이 빼는 데는 성공한 것 같군.
국내로 돌아오는 날 곱게는 못 들어올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
하지만 세종시 문제에서 한발 빼면서 당대표나 원내대표 도전 가능성을 남겨놨어. 그게 소원이라니 어쩌겠어. 친이를 등에 업어야 가능한 얘기지.
친이들이 박근혜를 집중공격 하는 바람에 친이들은 무덤을 팠어. 친박연대가 흥분했거든. 곧 당명을 바꾸고 대대적인 공천 작업을 할거야.
지금 분위기로 봐서 누구든 충청권에서 나올 사람은 빨리 친박연대로 입당하는 게 좋아. 충청권을 대변하는 건 친박이라는 조사도 나왔지? 친박연대는 전국적으로도 선진당보다 지지도가 높아. 많이 쇠락했다고는 하지만 재정비해서 열심히 뛰면 친이들 물먹이는 정도의 힘은 남아 있지.
서청원을 사면해 달라고 지난 두 번의 재보선에 불참하면서까지 협조했는데 아무 응답이 없다면 서로 제갈 길 가는 수밖에. 친이들은 그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될거야.
이명박이 화합을 얘기하려면 이건희만 사면 할 게 아니라 서청원부터 사면하는 게 순서였어. 친박연대는 이명박 배신의 산물이니까.
이명박 계산대로 친박 회유가 시원치 않으면 이명박은 진퇴양난의 외통수에 걸려들지. 박근혜의 일갈은 이런 외통수를 보고 있는 거야. 친박 와해에 대한 걱정은 없다는 거지. 어느 정도 내부에 대한 자신이 없다면 그토록 단호한 목소리는 어려웠겠지.
이걸로 나의 걱정은 한시름 놨어. 아마 어제 보도를 보고 다들 무릎을 쳤을 거야. 박근혜가 달리 박근혜겠어?
중국에 있는 A씨는 어쩌나? 갈 곳을 잃었으니.
친이들에게는 혹독한 겨울이 될거야. 봄이 되도 봄을 느끼지 못할테고. 지방선거에 대한 악몽에 가위 눌리게 되겠지.
친이들은 판을 잘못 짰어. 수십 번 한 약속도 뒤집는데 앞으로 뭘로 국민을 설득하고 새로운 약속을 할거야? 당장 그 약속은 언제 뒤집을 건데?란 질문이 쏟아질텐데. 공약을 하면 상대방이 그 공약을 믿을 수 있습니까, 한마디 하면 끝이야. 사기꾼으로 낙인 찍힌다는 게 어떤 건지 끔찍할 정도로 겪게 될거야.
신뢰 없는 정치의 비극이 뭔지 겪어 봐야 돼.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지.
박근혜의 반격은 모두의 허를 찔렀지. 나도 유쾌한 허를 찔렸어. 승부의 중요한 고비에서 박근혜는 망설이지도 우유부단하지도 않았어. 가장 강력하고 가장 간명하게 핵심을 곧바로 찔러 들어갔지. 말귀도 못 알아먹는 놈들 하면서.
청맹과니가 된 친이들이 궁시렁 대봐야 벽창호가 바뀌는 건 아니지. 이미 그리 규정지어져 버렸으니까. 박근혜를 공격해도 효과는커녕 벽창호가 되는 판이니 방법이 없어.
이명박의 가장 큰 실수는 박근혜를 적으로 돌리고 박근혜를 죽이려 한거야. 그것만 아니었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모두가 바랐을 지도 모르는데 이제는 아무도 그의 성공을 믿는 사람이 없지.
박근혜를 적으로 돌림으로써 보수층을 분열시키고 수도권과 지방을 분열시키고 충청과 타지역을 갈랐어. 입으로는 화합을 말하면서 갈등을 부추겼지. 지금의 나라꼴을 정상으로 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이명박은 권위주의 시대의 막내로 기록될거야. 그토록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게 소원이라니 말야. 본의 아니게 진정한 민주화 시대를 열 박근혜 정권의 밑거름이 되겠지.
박근혜는 국민 속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긴 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진정한 민주화 시대를 열 자격이 충분히 있어.
약속을 지키니 서로간의 믿음도 가능하고 화합도 가능하지.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예측이 가능해 지지. 세종시만 보더라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 뒤죽박죽이야. 개인이나 기업이나 나라의 입장에서 가장 나쁜 것이 예측이 불가능이지.
이명박 시대를 접고 이제는 예측이 가능한 시대, 약속이 지켜지는 선진화 시대로 가야지. 그 길목에 박근혜가 서 있어.
국민 모두를 바라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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