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에 있으며 여강 이씨(驪江李氏) 문중에서 1560년경에 세웠는데, 화재로
勿자형 마을의 오른쪽 산등성이에 ㄱ자형 행랑채와 함께 자리 잡은 이 정자는 ㄱ자형 평면으로
흡사 양반집의 별당채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정자는 남북축상에 ㄱ자형 평면의 중심 대각선을
일치시키고 있어서 한쪽은 서남향을 하고 있고, 한쪽은 동남향을 하고 있다.
동북향으로 정자를 바라볼 때 왼쪽 끝에서부터 정면 3칸, 측면 2칸의 대청, 정면 2칸, 측면 1칸 반의 사랑방이 있다.
방 앞에는 반 칸 폭의 개방된 툇마루가 설치되어 있다. 대청 정면에는 ‘심수정’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청 쪽의 불발기창호 위에는 ‘이양재(二養齋)’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대청의 전면 ㄱ자로 꺾인 곳에는 1칸의 마루가 있고, 다시 방 1칸과 누마루 1칸이 서남쪽을 향하고 있다.
누마루 둘레에는 계자난간을 두른 툇마루를 달아내었고, 누마루 서남쪽 도리에는 ‘함허루(涵虛樓)’라는 편액을 걸었다.
일각대문 담장 밖 남쪽 터에는 ㄱ자형 평면의 작은 행랑채를 건립하여 정자의 뒷바라지를 하도록 하였다.
행랑채는 부엌·방·마루·광 등으로 구성되어 마치 작은 안채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구조는 막돌허튼층으로 쌓고 장대석으로 마무리한 기단 위에 주좌(柱座)를 쇠시리한 다듬은 돌초석을 놓고
그 위에 두리기둥을 세웠다. 기둥 윗몸에는 주두를 놓아 이익공(二翼工)양식으로 꾸몄다.
이 정자는 두리기둥·대들보·서까래 등 모든 구조재들의 치목(治木)과 창호, 계자난간 등의 다듬질에서
매우 뛰어난 솜씨를 보이고 있다.
겉은 단순하면서도 속은 복잡한 사람이 있고, 겉은 복잡하면서도 속은 단순한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편할까? 당연히 후자다. 사귐에 별 탈 없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는 어떨까?
아무래도 전자다. 조작은 단순하고 속은 내가 알 필요 없는 복잡함이 있는 기계가 편하다. 집은 어떨까?
양동마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인 심수정은 간단한 가운데 복잡함이 있는 집이다.
이 집은 이언적의 동생인 이언괄을 추모하기 위해 1560년에 지은 집이다. 이 집을 찬찬히 읽고 있으면 후손들을
위한 문중의 안배가 얼마나 치밀한 것인지에 놀라게 된다. 그 치밀한 안배를 이렇게 단순한 평면에 녹였다는 것도 놀랍다.
이 집의 평면은 단순하다. ㄱ자다. 북동쪽 획에 방이 한 칸 있는데 이름이 이양재다. 그리고 북서쪽 획에 방이 하나 더 있다.
거기에 맞춰 북동쪽 획에 마루가 하나 있는데 이름이 삼관헌이고, 북서쪽 획에 누마루가 있는데 이름이 함허루다.
이 간단한 집에 편액이 심수정, 이양재, 삼관헌, 함허루, 모두 네 개나 달렸다.
먼저 이 집이 어디를 향해 앉았나 보자.
이양재에서 문을 열면 삼관헌 마루를 통해 시선은 느티나무를 건너 양동천을 지나 무첨당 종가의 사당에 닿는다.
네가 어디서 왔는지를 잊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두 가지를 기르라(二養)’는 뜻에서 편액의 이름을 따왔다.
‘음식을 절제하여 몸을 기르고, 말을 삼가 덕을 기르라’는 의미다.
‘세 가지를 보면 알 수 있다(三觀)’는 뜻인 삼관헌은 ‘어진 사람은 그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고, 지혜로운 사람은
그 일처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고, 굳센 사람은 그 뜻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데서 따왔다. 그 의미를 물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 삼관헌에서 무첨당 사당으로 난 문이 세 개요, 그 문을 열고 보이는 느티나무도 세 그루다.
그리고 함허루의 ‘함허(函虛)’는 허가 꽉 차있다는 뜻이 아니라 ‘꽉 차있어도 텅 빈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말로 증자가 안회의 겸손함을 추모하여 한 말이다.
마지막으로 심수정(心水亭)의 경우 ‘정(靜)이라는 한 자는 마음속의 물과 같다’는 이언괄의 말에서 따왔다.
이 간단한 집에 이렇게 많은 상징과 구조가 움직이고 있다. 진리는 간단할지 모르나 그것을 표현하는 상징은 복잡하다.
함성호 시인·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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