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화정(棣華亭: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00호)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에 있는 조선후기 에 건립된 이민적·이민정 형제 관련 누정으로
1761년(영조 37)에 창건하여 만포(晩圃) 이민적(李敏迪)이 학문을 닦고 형인 이민정(李敏政)과 함께
기거하면서 형제간의 우의를 돈독히 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정자 이름인 ‘체화(棣華)’는 형제간의 화목과 우의를 의미한다고 한다.
정자 앞쪽의 삼층도지(三層島池)라는 못에는 3개의 작은 섬이 있으며, 정자 뒤쪽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 수목이 울창하여 경관과 지세가 좋다.
정자의 평면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락집으로 어칸은 온돌방이고 좌·우협칸은 마루방인데,
온돌방과 마루방 앞쪽에는 툇마루를 내어 밀고 계자난간(鷄子欄干)을 사면으로 돌렸다.
마루방 앞쪽으로는 4분합 들문을 달아 전체를 개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자연석 기단을 2단으로 쌓아 자연석 주초를 놓았으며, 기둥은 누하주와 누상주가 모두 원주이다.
우협칸쪽으로 돌계단을 내어 출입하게 했다.
대청 상부가구는 5량가이고, 공포(栱包)는 초익공으로 제공의 형상은 촛가지모양이며 보머리 앞에는
봉두(鳳頭)를 조각하여 붙였다. 건립 이후 변형과 개수의 흔적이 보이지만 독특한 평면구성과 연못 등이
잘 어울리는 별서건축(別墅建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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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정((체,태)華亭)은 풍산천이 낙동강과 만나기 전, 너른 풍산벌판이 막 시작되는 동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도로가 나버리면서 풍산천이 정자가 기대고 있는 절벽과 어우러져 벌판으로 빠져나가는 절경을
잃어버렸지만 방지(方池)의 크기만으로도 충분히 옛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이 집은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던 죽서 이민적(竹西 李敏迪)이 지은 집이다.
이민적은 풍산천의 흐름을 그대로 살려 거기에 세 개의 석가산을 쌓고 정자의 연못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산에 도가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세 산의 이름 즉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의 이름을 붙였다.
조선 원림에서 방지는 말 그대로 네모난 연못을 뜻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동그란 석가산을 만드는데 이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란 성리학적 자연관을 반영한다.
방지를 조성하는 데는 여간한 노력이 드는 게 아니다. 깊이도, 넓이도 어느 정도 확보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민적은 있는 그대로의 개천에 섬 세 개를 만들면서 간단하게 우주론적인 방지를 확보했다.
그리고 그 옆에 정자를 지었는데, 아마도 이민적은 대단히 호방한 성격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는 정자를 짓기
위해서 먼저 기단을 쌓았는데 그 단이 두 개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반누각식의 짧은 기둥을 세우고 정자의 바닥을 올렸다.
그러니까 체화정은 두 개의 단을 오르고도 한 번 더 올라야 정자에 오를 수 있다. 방지의 삼신산이 수평적으로 펼쳐졌다면,
정자에서는 수직적으로 겹쳐져 있다.
체화정에서의 두 단과 마루는 역시 각각 방장산과 봉래산과 영주산을 상징한다. 연못뿐 만이 아니라 집 자체를 아예
유토피아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집의 규모를 가로로 반으로 나누어 전면 한 칸 전체를
마루로 만들어 놓은 이유다. 그래야 세 산의 상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가로 세 칸 중 가운데를
방으로 만들고, 양 옆에 마루방을 들였다. 다시 세 단계의 구조가 수평적으로 반복되며 비로소 생활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체화정이란 당호는 ‘시경’ ‘소아(小雅)’에서 주공이 노래한 “아가위꽃(常(체,태))의 화려함이여, 꽃받침이 화사하지 않은가”에서
따온 것으로 꽃과 꽃받침은 형제의 우애를 상징한다. 이 집에서 김홍도의 글씨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체화정을 찾는
즐거움 중 하나다.
함성호 시인·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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