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 여권 표정] 박근혜, 대선 전초전 넘었다
11일 오후 6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2층 개표상황실은 "야!" 하는 환호성이 터졌다. 민주통합당과 똑같이 131~147석 사이에서 제1당 경쟁을 하는 것으로 나오자 "선전했다"는 평가였다. 이준석 비대위원도 두 손에 앵그리버드 인형을 쥔 채 만세를 불렀고,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출구조사에서 서울에서 강남 3구를 제외하고 사실상 '전멸'하는 것으로 나오자 분위기는 한때 술렁거렸다. 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당사 곳곳에서 "4·11 대첩"이라며 환호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4개월 반전 드라마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2월까지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는 민주통합당에 상당히 밀릴 정도로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이명박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총선에서 100석도 힘들 것 같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 때보다 어렵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 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총선 개표 방송을 지켜보다 이준석(박 위원장 오른쪽) 비대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한나라당은 2월 초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반격을 위한 체제 정비에 나섰다. 당의 로고도 바꾸고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들고 나오면서 당의 색깔도 바꿨다. 20대를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무당파와 부동층을 공략해야 한다"며 "박 위원장은 당을 더욱더 중도(中道)와 친서민 쪽으로 이끌면서 과거 한나라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야권은 지난 1월 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유죄 판결을 받고도 사퇴를 거부하면서 민심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2월 들어 민주당 지도부가 '한미FTA 재협상 공개서한'을 미국에 전달하고 '미국 해군기지 전면 재검토' 공약까지 내놓자 보수층의 우려가 표면화됐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가 제주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한 발언은 중도층의 표심마저 흔들었다.
3월 들어 민주당이 비리에 연루된 전직 의원들을 잇달아 공천하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3월부터는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정당지지도에서 5%포인트 이상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3월 말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파문이 불거지면서 새누리당은 다시 코너에 몰렸다. 당내에선 다시 "탄핵 때 의석(121석)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4월 초 민주당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 파문이 막판 선거 이슈로 떠오르면서 총선 판세는 안갯속으로 변했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지역에서 유세할 때 '화합과 미래'를 얘기하면 분위기가 좋았다"며 "결국 이번 선거를 '1대99'로 규정해 국민을 갈라치기한 야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에게 남겨진 숙제
새누리당 관계자는 "우리가 과반에 달하는 제1당이 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느냐"며 "박 위원장이 아니었으면 이런 결과가 어떻게 나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친박계 핵심당직자는 "솔직히 박근혜 혼자서 만든 선거"라며 "강원도와 충청권에서 약진을 한 것은 새누리당이 아닌 '박근혜'를 찍어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상황실에선 새누리당의 예상 지역구 의석수가 122~126석까지 늘어날 때마다 탄성과 환호성이 교차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이준석 비대위원은 "과반!"을 외치며 뛰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지난 2004년 탄핵 역풍이 불었던 총선 때 수준으로 의석 수가 떨어진 데 대한 우려는 컸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역대 선거에서 수도권에서 패배한 정권이 온전한 적이 없었다"며 "박 위원장이 좀 더 뼈를 깎는 변신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 비대위원은 "총선은 후보자들이 많고 지역별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젊은층의 투표율이 대선보다 낮을 수 있다"며 "아직 본게임(대선)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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