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승지/경북 상주 우복동(광정마을)과 청화산 십승지(十勝之)는 예언의 땅이다.
전란·굶주림·천재지변으로부터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축복 받은 땅이다.
조선시대 평범한 민초들이 천수(天壽)를 누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흉년과 홍수로 굶어 죽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수많은 백성이 개죽음을 당했다.
전쟁과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럽게 비결(秘訣)을 탄생시켰다.
비결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법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비결서가 <정감록>이다.
십승지는 이러한 비결에서 유래되었다.
<정감록>은 가장 널리 십승지를 알린 비결서다.
역사적 격동기에는 수많은 백성이 십승지에 나타난 예언의 땅으로 이주하여 그곳에 뿌리를 내렸다.
십승지는 ‘무릉도원’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전설적인 이상향 의식과 맞물려 한국인의 심층의식의
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다.
우복동(牛腹洞)은 예로부터 영남 일대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승지로 상주 속리산 동편에 숨어 있다고 전해진다.
동네가 마치 소의 배 안처럼 생겨 사람 살기에 더없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 후기 신분제도가 흔들리면서 백성들은 물론 몰락한 양반의 후예들도 우복동을 찾아 떠나기도 했다.
이 사실은 정약용의 <다신시문집> 제18권 ‘증언(贈言)- 다산이 제생(諸生)에게 주는 말’에 기록되어 있다.
속리산 동편에 항아리 같은 산이 있어 옛날부터 그 속에 우복동이 있단다네
산봉우리 시냇물이 천 겹 백 겹 둘러싸서 출입문은 대롱만큼 작디작은 구멍 하난데
조금 깊이 들어가면 해와 달빛이 나고 기름진 땅 솟는 샘물 농사짓기 알맞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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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약용 ‘우복동가(牛腹洞歌)’ 중에서
그 곳은 속리산 동편,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일대였다.
한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청화산은 뒤에 내외(內外) 선유동을 두고, 앞에는 용유동을 임해 있다.
앞 뒤편의 경치가 지극히 좋음은 속리산보다 낫고, 산의 높고 큼은 비록 속리산에 미치지 못하나
속리산같이 험준한 곳이 없다. 흙봉우리에 둘린 돌이 모두 수려하고 살기가 적고 모양이 단정하고
평평하여, 수기(秀氣)가 흩어져 드러남을 가리지 않아, 자못 복지(福地)다’라 했다.
이 말은 청화산이 우복동 마을을 넉넉하게 품고 있고, 동쪽으로 시루봉을
세워 마을에 굶주림을 막아주고, 남쪽 승무산으로 발을 뻗어 속리산의 화기를 막아주는 점까지 감안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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