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佛 敎 ♣/經典講解

일체동관분(一切同觀分) 제18(3)

by 범여(梵如) 2013. 7. 19.

 

일체동관분(一切同觀分) 제18(3)

 

그 때 노보살 떡장수는 다음과 같이 권했습니다.
"스님 금강경 연구만 하지 마시고 용담(龍潭) 스님을 한 번 찾아 보시지요."
그래서 남방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용담 스님이 계시는 절을 찾아 들어 갔습니다.


노보살 떡장수에게서 혼이 났으면서도 아직도 학자적인 거만이나 아만심이 남아 있었습니다.
한 노장이 보이는데 느낌이 용담 스님 같아 일부러 들으라고 소리쳤습니다.
"용담 용담 하더니, 못도 안 보이고 용도 안 보인다.(潭又不見 龍又不見)"
"그대가 진정 용담에 왔네."하며 그 소리를 듣고도 용담 스님은 덕산 스님을
쾌히 받아 들였습니다.
함께 저녁 공양을 든 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뒤 밤이 깊어 덕산 스님은 객실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밖이 어두워서 덕산 스님은 용담 스님에게 촛불을 달라고 했습니다.


덕산 스님이 촛불을 들고 신발을 찾아 신으려는 순간 용담 스님이 촛불을 확불어 꺼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주위는 칠흙같이 어두워졌고 그순간 덕산 스님의 마음은 활연히 밝아졌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곧 예배를 하였습니다.
용담 스님은 덕산 스님이 근기를 다 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강력한 침 한 방을 쓴 것입니다.
지혜를 구비하고 있으면 사람 사람의 근기를 환히 뚫어보고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는 법입니다.


선사(禪師)들이 법을 쓰는 도리가 이렇습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이 부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그 다음날 용담 스님은 대중을 모아놓고 덕산 스님의 대오(大悟)를 인정해 주면서

자신의 법맥을 이어가는 제자로 공포하였습니다.


덕산 스님은 그동안 애지중지하며 짊어지고 다니던 『금강경』에 관한 연구 서적과

논문을 법당 앞에 샇아놓고 불을 놓아 다 태워버렸습니다.
그러고 난 뒤에 실토를 했습니다.


"천하의 온갖 지식과 재주를 다 가졌다고 해도 하나의 터럭을 태허공(太虛空)에 던지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세상의 중요한 일을 다 안다고 해도 물 한 방울을 큰 구렁에 떨구는 것에 불과하다."
덕산 스님과 용담 스님이 이 이야기는 바로 지식(知識)의 세계와 지혜(智慧)의 세계와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적어도 불교를 믿고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깨달음에 대한 세계를 인정하고

열렬한 동경으로 탐구해 가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들이 마음이 밝아지면 지금까지 보고 알고 있는 세계와는 판이한 세계가 열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르다고 해서 영 다른 것은 아닙니다.
다르다고 하는 가운데 또 사실 그대로이고, 사실 그대로인 가운데 또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꿈 속에서 보았던 산하(山河)가 꿈을 깨고 난 뒤에 보는 산하와 결국에는 같은 산하라는 이치입니다.
이렇게 같다고 하더라도 이왕이면 꿈을 깨고 난 뒤의 진실한 산하를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고,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이와 같이 꿈을 깨고 난 뒤의 세계, 즉 진실한 지혜의 세계에 대한 이해와 믿음, 열망이

있어야 참된 불자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