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이란 무엇인가 ?
불교미술이란 다양한 불교문화 가운데
시각적, 공간적 표현을 통해 부처님의 생애와 진리,
역대 선지식의 수행과 전도생활을 비롯한 불자들의 신앙,
나아가 불교의 사상과 역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신앙 표현으로서의 불교문화’라는 큰 범주 중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불교조각, 불교건축, 불교회화, 불교공예가
바로 불교미술의 분야이다.
우리가 사찰에 갔을 때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구조물이
불교미술의 범주에 속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찰의 모든 구조물이 애초부터
그런 형상과 도식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사찰의 구조나
그 속에 담긴 문화적 표현은 불교의 모든 역사를 거쳐 형성된
역사적.사상적.신앙적 표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제불보살의 개념이 대승불교의 성립과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에
아미타여래와 역사여래, 문수.보현.관음.지상보살과 같은
불.보살을 모신 전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며,
비로자나불과 노사나불을 비롯한 삼신불을 모신
대적광전이 세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인도의 다양한 신들이 불교에 흡수되지 않았다면
사천왕을 모신 천왕문이나 신중단의 신중탱화는 존재할 수가 없으며,
중국와 한국의 전래 역사 속에서 그 나라 고유의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산신각과 칠성각 같은 전각은 사찰에 건립될 수 없었을 것이다.
불자들에게 지고의 경배 대상이 되는 불상 역시
대승불교의 성립과 함께 조성되기 시작하였으며,
다양한 불세계를 표현하는 불교회화 역시
이와 같은 불교의 역사적.사상적.신앙적 흐름을 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불교미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불교의 역사와 사상, 신앙의 흐름을 알지 못한다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다.
번뇌를 억제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선경과 수행에 전념해야 할
수행자에게는 특별한 숭배의 대상도, 가무음곡을 하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즉 의례와 예경, 음악적.미술적 표현과 같은 것은
수행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수행자에게는 금기시되던 것들이다.
이것은 부처님께서 입멸 후 그 장례를 재가자에게 맡긴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대반열반경』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입멸 직전 출가 수행자들이
자신의 장례를 지내는 것을 금하고,
“너희들은 최고선을 위해 노력하라”고 말씀하시면서
장례를 재가자들에게 맡길 것을 부탁하였다.
이것은 출가 수행자들이 비록 스승인 부처님의 장례라 할지라도
수행과 거리가 먼 일에 매달리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법에 따라 화장으로 장례가 치러진 후
부처님의 사리는 여덟 등분되어 여덟 기의 탑이 세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불탑에 대한 숭배와 부처님의 4대 성지에 대한 순례가
재가자들에게 퍼져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경전에는 불탑숭배는 재가자가 행할 수 있는 것으로
출가자들은 관여치 말 것을 설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전의 기술을 따른다면
기원정사를 비롯한 여러 사원의 건축과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한
불탑들이 불교미술의 시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자들이 신앙의 대상으로 우러러 마지않는 불상이나
본격적인 불화의 성립은 아주 오랜 시간을 흐른 뒤의 일이다.
물론 『중일아함경』에 우전왕 불상조성실이 기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실제로 불상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하는 것은
부처님의 입멸 후 500여 년이 지난 1세기 말경으로 간다라와
마투라 지역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