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사 가는 길
일시: 2022년 10월 16일 / 거리및 시간은 의미없음
코스: 정해진 코스없이 발길닿는 대로...속된말로 엿장수 마음
누구랑: 불알친구 淸眼居士와 함께
어제 백두대간 오대산 구간 22km정도를 힘들게 걸었던 탓인지 피곤하지만
불알친구와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조금 늦은 시간에 망월사역에서 친구를
만나서 망월사쪽으로 오르는데 예전에 북적거렸던 등산로 입구는 예전과
달리 상가들이 문이 많이 닫혀있어 활력을 잃은 느낌이다.
구멍가게에서 막걸리 한병을 사서 베낭에 넣고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망월사 방향으로 올라간다
오르막 도로를 오르다보니 원각사란 절집이 나온다.
범여의 지인 스님이 이 절집의 주지스님으로 계시는데 茶나 한잔 얻어 마실까 생각하고
전화를 드리니 “아이쿠 김법사님 왠일이요...하면서 반갑게 전화를 받길래 지금 스님
절집 앞인데 차한잔 얻어 마시고, 요즘 살기가 힘들어 용돈이나 얻어 쓸까하고 왔소이다”
하니까...귀한 분이 오셨는데 어쩌나 난 지금 신도들을 인솔하고 제천으로 성지순례 왔는데
내 핸드폰에 계좌번호 찍어주소 하시는 바람에 한바탕 웃으면서 전화상으로 유쾌한 작별을 한다
원도봉 탐방센터를 지난 갈림길에서 망월사쪽으로 올라가니
전망대가 있는 앙증맞은 폭포가 나오고 깨끗한 물속에 이름모를
고기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2개월만에 만난 친구와 뭘 그리 할 얘기가 많은지 한참을 조잘거리며 올라서니
구름다리가 나오는데 衆生橋란다...그런데 다리 우측에 돌기둥에 “衆生橋”란
표식이 보인다
망월사 계곡엔 어제의 오대산과는 달리 단풍이 조금 이른 느낌이다
산악인 엄홍길이 살았다는 생가터엔 안내판이 있다.
경남 고성이 고향인 엄대장이 이곳에서도 살았던 모양이다
망월사 오름길에서 만난 뚜꺼비 바위
오름길의 바위에는 “安國”이란 글자가 암각되어 있는데
우리 선조들이 피땀흘러서 지킨 이 나라에 살면서 요즘
우리는 이 단어를 잊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자운봉으로 오르는 길쪽의 위에있는 이름모를 바위.
이름이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떠라...있는 그 자체가 멋있는데...
망월사가 가까워질수록 오름길의 계곡에는 秋色이 완연해지기 시작하는구나.
약간의 추운 날씨 탓인지 땀을 흘리지 않고 망월사 아래까지 올라왔다
10여분정도 부지런히 오르다보니 일주문이 없는 망월사에 도착한다.
俗世의 번뇌의 얽매임에서 풀리고 미혹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탈문(解脫門)을 통과하니 절집 마당이 나오고 마침 점심때가 되어서
절집 사람들이 등산객들에게 국수 공양을 하고 있다
국수 한그릇을 얻어먹고 앉아 있으니 천도재를 지냈는지
공양주 보살이 수박을 가져와서 먹으라고 하는데 오늘은
먹을 복이 있는 모양이다...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무위당쪽으로 향한다.
수도없이 올라왔던 망월사...오늘의 주 목적은 사찰참배가 아닌 친구와
아무런 목적없이 멍때리기 산행이라 일부러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56대)의 왕자였던 마의태자가 신라가 망한 뒤
이곳에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있을만큼 신라의 왕실과 관련이 깊으며 의정부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만해 한용운 선사의 상좌였던 춘성스님께서 주지로 지내는 등
주로 선승들이 많이 찾는 선불교의 참선도량으로서 유명한 곳이다
여러차례의 戰火로 인하여 가람이 소실되어 대부분 전각은 새로 지은 것이다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혜거국사 부도 등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절은 고려조의 혜거(慧炬), 영소(靈沼) 두 국사와 조선의 천종(天峰), 영월(映月)
도암(道庵) 3선사(三禪師)를 배출하였으며, 근대의 도인으로 숭앙받는 만공(滿空),
한암(寒岩), 오성월(吳性月), 춘성(春城)스님이 주석했던 곳이다.
망월사 관음전
옛 낙가암((落迦庵) 자리이던 이곳에 1846년 이래 4차례의 증.개축을 반복하다가
1993년에 능엄(楞嚴) 스님이 이 대불사를 일으켜 지금의 낙가보전으로 개명했다.
낙가보전은 관음 즉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전각으로 일반 사찰에서는 원통전, 관음전이라고 한다.
낙가보전은 밖에서 보면 지붕을 얹은 2층으로 보이나 내부는 천정까지 뚫려있다.
편액은 위는 적광전(寂光殿), 아래는 낙가보전(洛迦寶殿)이 걸려있는데
적광전은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전각인데 법신불임으로 따로 협시불을 두지 않는 것이 상례다.
2층 구조의 관음전은 1층엔 낙가보전(落迦寶殿), 2층은 적광전(寂光殿)이란
편액이 걸려 있지만 법당 내부로 들어가면 단층이다
중국에 있는 보타낙가산(補陀落迦山)은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산인데 그래서
망월사 낙가보전도 관음전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관음전은 관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불당이며, 이곳 낙가보전도 아미타부처님 뒤에 관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
망월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奉先寺) 말사로서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8년(639) 해호(海浩) 조사(祖師)가 여왕의 명에 의해
창건하여 서라벌 월성(月城)을 향하여 기원하는 뜻에서 망월사(望月寺)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선덕여왕이 해호조사를 존경하여 측근에 머물고자 하였으나 조사께서는 여왕의
청을 정중히 사양하고 홀로 이 산중에 암자를 지어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고 하는데 당시 조사가 머물렀던 동대(東臺)의 옛 산성 이름이
망월성(望月城)이었기 때문에 산성 이름을 따서 망월사((望月寺)라 불렀다
혹은 망월사 대웅전격인 낙가보전의 동쪽에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으로는
달 모양의 월봉(月峰)이 있어 망월사라 했다고도 한다.
낙가보전의 주련
曾於觀音如來會上(증어관음여래회상) : 일찍이 관음여래회상에서
聞勳聞修金剛三昧(문훈문수금강삼매) : 금강삼매를 닦으셨네.
仍號觀音跡居寶陀(잉호관음적거보타) : 그로인해 관음이라 불리며 보타산에 계셨네.
示現此土?和無方(시현차토구화무방) : 이 땅에 나타나시니 그 방편이 끝이 없어라.
欲識大聖感應有實(욕식대성감응유실) : 그 분의 감응이 헛되지 않음을 알고자 하는가!
道峰山頂秋月春花(도봉산정추월춘화) : 도봉산정에 가을 달 봄꽃이네.
범종각에서 바라본 망월사 영산전과 그 뒷쪽으로는 도봉산의 主峰인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가 멋지게 보이는 곳이고, 진사들의
출사장소로도 유명한 곳이기도 한 곳이다...나도 오늘 오랫만에 무거운
대포(DSLR카메라)를 메고와서 망월사 영산전의 滿秋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는데 잔뜩 흐린 날씨에 안개가 끼어 한 건 하기에는 틀린 모양이다.
폼을 그럴싸 한데...
근데...뭐여!...갑자기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망월사 영산전(靈山殿)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묘법연화경을 설한 영산회상(靈山會上)의 장면을
극적으로 묘사한 영산회도(靈山會圖)를 모시기 위하여 특별히 지은 전각이다.
영산은 영축산(靈鷲山)의 준말로 석가모니가 설법했던 영산불국(靈山佛國)을 상징한다.
영축산정은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법하던 곳으로 불교의 성지(聖地)를 영산전을
통하여 현현시킨 것이며, 이곳에 참배함으로써 사바세계(娑婆世界)의 불국토인
영산회상에 참배하는 것이 된다.
얼른 카메라를 접어 비에 맞지않게 감싸서 베낭에 집어 넣고는
서둘러 길을 나선다...이곳에서는 내려가는 길이나 올라가는 길이나
별반 차이가 없고 오늘은 시간과 거리에 쫓기는 목적 산행이 아니라서
친구와 발길 닿는대로 가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지나가는 비였는지 잠깐 사이에 비는 그치고, 어제 힘든 산행을 한 탓인지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 포대능선으로 올라가다가 우측으로 뚜렸한 등로가
보이기에 사면 등로로 향한다
불알친구 淸眼
40여년을 한 직장에 근무하다 작년에 퇴직하여 여유로운 삶을 사는 친구.
늘 반듯하게 살아온 친구야...고생했다...넌 세상을 즐길 충분한 자격이 있어...
너 하고 싶은대로 살아라...단 아프지는 말고...
구절초와...
쑥부쟁이도 우리를 반기는구나.
어디를 가나 가지말라는 곳이 왜 이리도 많은지...그렇다고 안 가는거 봤어...
너럭바위에서 아침에 구멍가게에서 사온 막걸리 한병을 둘이서 나눠먹고
세상사의 이런저런 얘기를 한참을 한다...뭘 그리 할 얘기가 많은지...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변함없는 하나의 시간이 지나가고,
계절은 다양한 spectrum으로 變化無雙하게 바뀌어 간다
오봉쪽의 능선이 왜 한번 안 오느냐고 손짓을 하는 듯 하다.
그래 한번 가야지...여성봉 정상의 계곡(바위 홈)에 막걸리
한병 부어놓고 친구와 희희덕 거릴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도 더 된듯한 느낌이다...거스를수 없는 세월의
흐름속에 거울속에 비치는 나의 모습은 이제 자꾸만 노인으로
변해가는 느낌이라 서글프기만 하다...아직도 맘은 청춘인데...
변함없이 원도봉 능선을 지키고 있는 落落長松
맞은편에 있는 수락산의 주능선을 당겨본다...담달에는 저길 한번 가볼까.
위험한 암릉구간에는 안전로프를 설치해놔서 편하게 내려온다마는
예전에 짜릿하게 내려온 快感은 전혀 느낄수가 없다.
짜릿한 암릉구간은 둘레길 수준이다.
조선조 선조가 딸 정휘옹주에게 하사한 산이여서 사패산이라 부른다는 사패산 능선
내리막길은 털도 안뽑고 날로 먹는 느낌이다
원도봉탐방지원센터로 향한다
해골처럼 생겼지만 해골바위는 포대능선이 저 윗쪽에 있다.
해골바위 동생인가?
약수터 같은곳이 나오고 단군한배검이란 비가 보인다
단군한배검이라...아마도단군을 숭상하는 대종교의 기도처인 모양이다
원효사로 이어지는 샛길로 내려간다
셀수없을만큼 올랐던 도봉산이지만 이 코스는 처음인 듯하다.
원효사 갈림길을 지나서 지장암 방향으로 내려간다
거리와 시간의 구애를 받지않고 발길가는데로 도봉산을 걷다가 내려오니
아침에 올랐던 길로 되돌아 오고...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보니
망월사 입구역이 가까워 진다...원래 계획은 산행을 끝내고 광장시장으로
가서 얼큰한 대구탕에 술한잔 하기로 했는데 내가 너무 피곤하여 망월사역
근처의 호프집에서 통닭 한마리에 간단하게 생맥주+소주를 한잔하고
망월사역으로 향한다
망월사역에서 전철을 타고 친구는 계속가고 난 도봉산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얼마나 피곤했던지 강남구청역에 내려서
집에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졸다가 고속터미널까지 가는 바람에
다시 되돌아와서 집으로 향한다...淸眼! 오늘 산행 즐거웠다.
이제 종종 한번씩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