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건강 상식

고혈압, 남녀노소 안 가린다

by 범여(梵如) 2010. 8. 12.


[주간동아]

우리 몸에는 총 10만km에 달하는 크고 작은 혈관들이 있다. 심장 건강은 이 혈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심장혈관을 망가뜨리는 대표적 질환은 고혈압이다. 최근 들어 청년층 및 여성 고혈압 환자까지 늘면서 국민의 심장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고혈압 환자의 증가로 심장판막 질환이나 심장근육과 관련한 ‘과거형’ 심장질환은 감소하는 반면, 고혈압성 심장질환은 늘고 있는 추세다.

심장의 경고신호 ‘고혈압 전단계’, 젊은 층에 더 많다

고혈압은 혈관이 손상되거나 좁아져 혈관 내 압력이 올라가는 질환이다. 혈압이 높아지면 심장에도 부하가 걸려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강화된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20/ 80mmHg(수축기/ 이완기) 미만이 정상혈압이며 수축기 혈압 120~139mmHg, 이완기 혈압 80~89mmHg는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된다.

고혈압 전단계는 현재는 고혈압이 아니지만 고혈압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를 뜻하는데, 최근 해당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남성의 39.8%, 여성의 30.6%가 고혈압 전단계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개인의원 방문 환자의 21%가 고혈압 전단계라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 층의 경우엔 30%나 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고혈압 전단계의 문제점은 고혈압으로의 이행뿐 아니라 심장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데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의 히서 리스카 박사가 9000여 명을 18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고혈압 전단계에 속한 사람들의 심혈관 질환 발생률은 혈압이 정상인 사람들보다 평균 32%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혈압 전단계에서부터 혈압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심장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철저한 혈압관리는 심장 건강 지키기의 기본이다.

특히 30, 40대 젊은 직장인은 평소 고혈압 전단계 수준이라 해도 노인들보다 혈압상승의 폭이 커 업무 스트레스 등을 겪을 경우 순간적으로 200mmHg 이상까지 혈압이 올라가 심장질환이나 뇌졸중(뇌중풍) 등이 발병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 고혈압 환자는 물론,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직장에서 일하거나 건강검진 등을 통해 혈압이 높은 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젊을 때부터 적극적인 혈압관리를 해야 한다.

폐경 여성, 남성보다 심장병 사망률 더 높아

흔히 술, 담배, 스트레스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남성에게 고혈압이 더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성, 특히 폐경기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유병률은 물론,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더 높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폐경을 앞둔 45세 이상 여성의 경우 고혈압 등 순환기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10만명당 1015.3명으로, 암에 의한 사망률(252.4명)의 4배에 이른다. 폐경으로 인한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결핍이 심장혈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다.

대한순환기학회가 전국 18개 대학병원의 10년(1995~2004년)간 협심증, 심근경색 등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절대 환자 수는 남성이 많았지만 환자 증가율은 여성이 더 높았다. 10년 전에 비해 환자 수는 남성의 경우 3.4배, 여성은 4.1배 증가했다. 여성 환자 대다수는 폐경기 여성이었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남성 2.81%, 여성 3.92%로 여성이 더 높았다.

전문의들은 심장병으로 인한 여성의 사망률이 더 높은 이유를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와 함께 여성의 경우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혈관상태가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거나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고혈압 관리 및 심혈관 질환 치료의 필요성에 관한 교육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심장혈관을 망가뜨리는 대표적 질환이 고혈압이다.

고혈압 극복, 생활습관 개선이 관건

고혈압 치료는 일정 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늘 관심을 갖고 검사하고 조절하는 ‘습관’이 돼야 한다. 먼저 식생활 면에서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이 많은 건 소금 간을 한 국물 음식을 즐기기 때문인데, 맛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소금 간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몸무게를 10kg 줄이면 혈압을 5~20mmHg 낮출 수 있다. 고혈압 환자가 자신의 운동능력에 맞게 3개월 이상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하면 개인차는 있지만 수축기 혈압이 4~9mmHg, 이완기 혈압은 3~15mmHg 낮아진다.

고혈압 환자의 하루 알코올 섭취량은 30g 이하로, 맥주는 1병, 소주는 2잔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금연은 필수다. 카페인 역시 혈압을 상승시키므로 커피는 하루 두 잔 이하로 제한한다. 고혈압약 복용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글_ 김진수 동아일보 주간동아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