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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佛 敎 ♣/禪詩 ·茶詩·漢詩32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월호 스님 좋은 차를 만드는 비결 중의 하나는 찻잎의 색깔이 처음과 나중 모두 같은 초록색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 태워서는 안 됩니다. 고온의 가마솥에 덖으면서 태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은 탈 시간을 주지 않고 부지런히 덖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찻잎이 뜨거운 가마솥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도록 계속 덖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머무르면 타 버리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생활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요. 생활인으로서 생활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생활 속에 푹 잠겨서도 안 됩니다. 머무르는 차는 타 버리고, 머무르는 물은 썩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지나가 버린 과거에 집착하지 않겠습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서 걱정하지 않겠습니.. 2019. 12. 14.
내게 왜 산에 사느냐고 묻는다면 / 이태백 내게 왜 산에 사느냐고 묻는다면 / 이태백 問余何事栖碧山 [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류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내게 왜 산에 사느냐고 묻는다면 빙그레 웃을 뿐 대답 못해도 마음 더욱 넉넉하네 복사꽃 물에 흘러아득히 가니 인간세상 벗어난 또 다른 세계라네 너무나 잘 알려진 이태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시다. 산거(山居)생활의 탈속한 맛이 진하게 느껴지고 있다. 왜 산에 사느냐는 말에 빙그레 웃을 뿐, 모든 것에서 초월된 마음이 저절로 한가롭기만 하다는 두 번째 구는 정말 뉘앙스가 미묘하여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사실 세상사라는 것이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죽느니 사느니 하는 범부들의 문제가 속세를 초월해 버릴 때는 아무 것도 아닐 수 .. 2018. 5. 5.
마음씻는 소리 / 무용대사 마음씻는 소리 / 무용대사 休言潭水本無情 [휴언담수본무정] 厥性由來得一淸 [궐성유래득일청] 最愛寥寥明月夜 [최애요요명월야] 隔窓時送洗心聲 [격창시송세심성] 못물 정없다 말하지 마소 본성은 원래 하나의 맑음 사랑스럽다 요요히 밝은 달밤 창 사이로 때로 보내는 마음 씻는 소리 위 시는 무용대사가 삼연 김창흡(金昌翕)에게 준 시이다. 삼연은 당시 사대부로서 명성이 높던 사람이다. 당시에도 고관대작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높은 벼슬아치이면서 대표적 선비에게 주는 시이지만, 시의 내용은 은연중 불교적 법리의 일상성을 전하고 있다. 물은 맑음이 그 자성 본체이다. 맑고 평정하다 함이 유동으로 상징될 수 있는 점이 없다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것이 원래의 본성이요, 이러한 본성이 있기에 고요한 밤의 물소리.. 2017. 7. 18.
밝은 달은 촛불 되어 밝은 달은 촛불 되어/초의(艸衣) 스님 一傾玉花風生腋 身輕已涉上淸境(일경옥화풍생액 신경이섭상청경) 明月爲燭兼爲友 白雲鋪席因作屛(명월위촉겸위우 백운포석인작병) 옥화 한잔 기울이니 겨드랑에 바람 일어 몸 가벼워 하마 벌써 맑은 곳에 올랐네. 밝은 달은 촛불 되어 또 나의 벗이 되고 흰 구름은 자리 펴고 병풍을 치는구나. 2017. 5. 24.
청산은 나를보고 청산은 나를보고 '靑山兮要我' - 나옹선사 (懶翁禪師, 1320-1376) -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憎兮 (료무애이무증혜):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창공혜요아이무구):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怒而無惜兮(료무노이무석혜):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고려말 예주(지금의 경북 영덕군 영해지방)부에서 출생하여 출생의 전설이 있습니다. 이 지방.. 2017. 5. 11.
만해스님의 오도송(悟道頌) 만해스님의 오도송(悟道頌) 남아도처시고향(男兒到處是故鄕) :사나이 가는 곳 어디나 고향인데 몇 사람이나 오래도록 나그네로 지냈는가 기인장재객수중(幾人長在客愁中) :한 소리로 온 우주를 갈파하니 일성갈파삼천계(一聲喝破三千界): 눈 속에 복숭아꽃 하늘하늘 붉어라 2017. 3. 10.
전심법요(傳心法要) / 황벽 선사 전심법요(傳心法要) / 황벽 선사(黃檗禪師) 塵勞逈脫 事非常(진로형탈 사비상) 緊把繩頭 做一場(긴파승두 주일장) 不是一番 寒徹骨(불시일번 한철골) 爭得梅花 撲鼻香 (쟁득매화 박비향) 생사해탈 벗어나는것은, 비상한 일이니, 고삐를 바짝잡고, 한바탕 일을 치러야 하네. 매서운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았던들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를 얻을수 있으리오. 曲 : 국악명상곡 道 / 제행무상 2016. 3. 30.
바람따라 가는 구름 / 월저(月渚)대사 바람따라 가는 구름 / 월저(月渚)대사 風來雲逐來 [풍래운축래] 風去雲隨去 [풍거운수거] 雲從風去來 [운종풍거래] 風息雲何處 [풍식운하처] 오는 바람에 구름 따라 오고 바람 가면 구름도 따라 가지 구름은 바람따라 오간다지만 바람 자면 구름 어디에 있죠 위 시는 월저(月渚)대사의 시이다. 월저대사는 편양(鞭羊)대사의 법손이고 풍담(楓潭)대사의 제자이다. 흔히 스님들의 생활을 운수행각이라 한다. 구름 가듯이 물 흐르듯이 어디에도 집착이 없는 자재로움을 비유적으로 일컬음에서 유래된 말일 것이다. 이 시는 이런 스님의 걸음을 표현했다 할 것이다. 바람과 구름이라는 단순한 소재로 오고 간다는 규칙적 동작을 연결시키면서 어디에도 매임이 없는 무주착의 높은 선기(禪機)를 보인다. 바람이 불면 구름도 따라 오고 바람이.. 2016. 1. 22.
하늘을 이불로 삼고 / 震默大師 하늘을 이불로 삼고 天衾地席山爲枕(천금지석산위침) 하늘은 이불 땅은 자리 산으로는 베개를 삼고, 月燭雲屛海作樽(월촉운병해작준)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로는 술통을 만들어, 大醉居然仍起舞(대취거연잉기무) 크게 취하여 거뜬히 일어나 덩실 덩실 춤을 추나니, 却嫌長袖掛崑崙(각혐장수괘곤륜) 문득 긴 소맷자락 곤륜산에 걸릴까 염려되는구나! 이 시는 조선시대의 명승이었던 진묵대사(震默大師)의 詩이다 후련한 가슴에 광활함과 하늘을 찌를 듯한 기상이 번득인다 어찌 그리도 훨훨 털어버릴 수 있을까? 왜 그리 사는게 복잡한가? 바라만 보는 하늘이 이불로 둔갑을 하고 밟고만 다니는 땅이 앉아 쉴 수 있는 좌석이 되며 울울창창한 바위 산을 단잠을 즐길 베개로 여긴다니... 밤이 되어 떠 오른 초생달이 깜빡이는 등잔불 보다.. 2015.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