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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佛 敎 ♣/禪詩 ·茶詩·漢詩

마음씻는 소리 / 무용대사

by 범여(梵如) 2017. 7. 18.

마음씻는 소리 / 무용대사
休言潭水本無情   [휴언담수본무정] 
厥性由來得一淸   [궐성유래득일청]
最愛寥寥明月夜   [최애요요명월야] 
隔窓時送洗心聲   [격창시송세심성]
못물 정없다 말하지 마소 
본성은 원래 하나의 맑음 
사랑스럽다 요요히 밝은 달밤 
창 사이로 때로 보내는 마음 씻는 소리 
위 시는 무용대사가 삼연 김창흡(金昌翕)에게 준 시이다. 
삼연은 당시 사대부로서 명성이 높던 사람이다. 
당시에도 고관대작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높은 벼슬아치이면서 
대표적 선비에게 주는 시이지만, 
시의 내용은 은연중 불교적 법리의 일상성을 전하고 있다.
물은 맑음이 그 자성 본체이다. 
맑고 평정하다 함이 유동으로 
상징될 수 있는 점이 없다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것이 원래의 본성이요, 
이러한 본성이 있기에 고요한 밤의 물소리는 
정려한 자의 마음을 씻기는 소리가 되기도 한다. 
응용의 나름에 따라서는 정적인 맑음이 
동적인 소리로 변하여 그 맑음의 본성에서 
내마음의 맑음을 배울 수도 있는 것이다. 
항시 정려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 같은 산승도 
이러한 지기를 만나면, 저 물이 
동적인 소리로 변하여 맑음을 전하듯이 
승속을 뛰어넘어 산사를 찾아준 
세속의 선비의 마음을 맑힐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처지의 다름에서 간격을 두고 사는 터이기는 하지만, 
회심의 한 편의 시가 마음을 잇고, 
거기에 따라 두 사람의 마음은 맑아진 것이다. 
비록 심오한 교리적 표현은 아니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투영된 두사람에게는 
교리 이상의 마음의 교분이 나타나 있다. 
끝 구의, 창에 가려 막혔다는 
격창이라는 용어가 갖는 상징성도 재미가 있다. 
어쩌면 서로 가리운 
처지의 막힘으로 볼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들려오는 물소리는 
이 막힘을 뚫어 주면서 마음까지 씻어주고 있다. 
여기서 두 사람의 마음은 
물의 자성 맑음이듯이 청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두 사람의 정의를 깨끗하게 표현하면서도, 
저 속세적 의미로 끌리지 않고, 
오히려 스님의 처지로 안아
법리적 자성으로 요리한 점에서, 
스님의 기개를 엿볼 수 있어 아름답다. 
역시 일상사를 선으로 함축하는 
스님들의 자세라 여겨 더더욱 머리 숙여진다. 
- 그림 / 담원김창배님 - 禪수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