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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佛 敎 ♣/부처님 같이

癸巳年의 뱀의 의미

by 범여(梵如) 2013. 1. 4.

계사년인 뱀의 해가  밝았습니다.

뱀은 그 생김새나 독을 품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거나 흉물로 배척당하지만

민속신앙에서는 신적 존재로 위해져 왔습니다. 뱀이 오래 살면 구렁이가 되고 구렁이가 더 크면

 이무기가 되며,이무기가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된다는 것은 오랜 전설입니다.

 

또한 뱀은 성장하면서 허물을 벗는데 이것을 不死와 永生의 상징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알과 새끼를 많이 낳는 점에서 多産과 豊饒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뱀을 '업구렁이' 라고 하면서 신성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집에 구렁이가 살면 재물과 자손을 지켜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이 업구렁이가 집에서 나갈까봐 잘 모시고 구렁이라 부르지 않고 '지킴이' 또는 '지킴님' 이라고 높여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서양에서는 뱀을 치료의 신으로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스신화에서도 뱀은 의술의 신을 따르는 동물입니다. 지금도 의사들의 가운이나 구급차 등에는

 뱀이 그려진 마크를 볼 수있는데 이것은 뱀이 영생과 불사를 상징하기 때문에 생명을 지켜준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불교에서도 뱀은 여러 가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하실 때 거친 비바람이 몰아치자,

수행을 지켜보던 용왕 '무차린다'가 큰 코브라 뱀의 모습으로 부처님의 몸을 감싸 비바람을 막아주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래서 이 무차린다를 뱀의 왕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또 수타니파타에는 맨 처음에 蛇品이라는 장이 있습니다.

이 장은 항상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라는 말로 마무리가 되는데 이것은 뱀이 허물을 벗듯이

 분노와 애욕, 애착과  교만 같은 온갖 번뇌와 유혹을 벗어 던지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뱀을 번뇌와 유혹을 끊임없이 벗어버리는 동물로 인식하고 또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법화경 같은 곳에서는 '뱀은 악업이 깊은 동물이라, 그의 일생이 대단히 괴롭다'고 하고 유혹과 애욕을 뜻합니다.

불설비유경에서는 죽음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岸樹井藤의 그림에서는 뱀을 지수화풍의 4대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약사여래의 정토를 지키는 12신장(12지)이 있는데 

그 여섯번째 신장인 '산저라'가 뱀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통도사의 약사여래후불도에 보면 약사여래와 이 12신장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 뱀은 긍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뱀에 대하여 어떤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뱀의 해(계사년)를

 맞아 뱀에게서 배워야할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뱀의 해에 우리가 뱀에게서 배워야할 것은 진취적인 변신입니다. 수타니파타의 말씀처럼 온갖 번뇌와

 악업을 뱀이 허물을 벗듯이 벗어내야 합니다. 지난 과오를 모두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힘차게 도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뱀의 지혜와 신중함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뱀은 지혜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움직일 때는 민첩하지만 움직이기까지는 미동도 없이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 신중함과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오래 산 이무기가 여의주를 만나면 용이 됩니다.

뱀이 용이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합니다. 뱀은 다리가 없어 땅을 기어 다니는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민간의 용은 날개도 없이 하늘을 날아 다닙니다. 지상의 존재에서 하늘의 존재로,

불완전한 상태에서 완전한 상태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수행으로 말한다면 완전한 자아를 찾는 것이며, 궁극의 깨달음을 얻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뱀의 진취적인 변신의 끝은 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뱀의 해를 맞아 사부대중 모두가

그 지혜와 신중함을 배워 진취적인 변신을 이루는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ㅡ조계사보 '가피' 중 주지스님 인사말씀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