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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佛 敎 ♣/부처님 같이

이보게 친구! 살아있는게 무언가/서산대사

by 범여(梵如) 2016. 1. 29.


    

 

  

 

이보게 친구! 살아있는게 무언가/서산대사
 

 

 

이보게 친구! 살아있는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쉬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쉬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西山大師 : 休靜 (1520 ~1604)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같은 詩를 읊고 나시어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앉아 잠든듯 입적(入寂) 하셨다고 합니다.

 

西山大師 영정 (국립중앙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