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조깅 잘못하면 사람 잡는다 웰빙과 불황이 겹쳐 돈 안 드는 ‘무박산행’ ‘야간등산’ 등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공원 등에는 쌀쌀해진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새벽 조깅을 즐기는 사람으로 여전히 붐비며, 겨울 골프나 스키를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 덕분에 겨울이 되면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병원이 의외의 특수를 누립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의욕만 앞서 운동을 하다 보니 각종 ‘운동 상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겠습니까? 기온에 따른 인체와 운동능력의 변화를 이해하고, 기온 변화 등의 돌발변수에 철저히 대비하면 운동 중 사고나 부상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 운동 중 부상이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운동 중 부상을 입는 첫번 째 이유는 몸이 유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몸이 유연한 사람이라면 길을 걷다 넘어지더라도 순간적으로 넘어지는 자세를 바꾸어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방비 상태로 넘어져 크게 다치게 됩니다.
몸이 유연하다는 것은 온 몸 근육과 관절을 가동(稼動) 범위까지 움직이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래야 운동 중 부상도 방지하고 운동능력도 100% 발휘됩니다. 예를 들어 평소 타이거 우즈처럼 힘차게 허리를 돌려 골프 스윙을 하는 사람도 겨울철엔 관절과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에 관절의 가동범위가 많이 좁아져 있고, 따라서 평소처럼 스윙을 하면 십중팔구 허리를 다치게 됩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관절을 구성하는 인대, 건, 근육이 모두 수축되기 때문에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지고, 근육을 이루는 근섬유 역시 온도가 떨어지면 수축력과 파워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두 가지는 전혀 다릅니다.
먼저 스트레칭이란 관절과 결합조직, 근육 등을 신장시키는 행위입니다. “이미 굳은 몸이 스트레칭을 한다고 유연해 지겠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예를 들어 윗몸 굽히기를 할 때 처음엔 발에 손이 닿지 않지만 숙인 동작을 한동안 유지하다 다시 시도하면 처음보다 훨씬 많이 굽어집니다. 스트레칭이 그 사이에 관절의 가동범위를 넓혀 놓았기 때문입니다. 믿기 어려우면 당장 한번 실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학교나 군대에서 배운 도수체조와 스트레칭을 혼동하고, 예를 들어 반동을 줘서 허리를 굽히거나, 목을 ‘뱅글뱅글’ 돌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수체조는 준비운동이지 스트레칭으론 부적합합니다. 이런 동작 자체가 부상의 원인이 됩니다. 스트레칭은 목이나 팔, 어깨 등을 길게 뻗거나 늘어뜨리는 아주 정적인 동작입니다. 따라서 목을 옆으로 돌려 손으로 가만히 누르거나, 굽혀지는 만큼만 허리를 굽혀서 그 자세를 5~30초 유지하는 것처럼 ‘조심스레’ 스트레칭을 해야 합니다.
본 운동 동작으로 구성되는 준비운동은 ‘안정’ 상태에서 ‘운동’ 상태로 옮아가는 중간 단계로 근육과 관절의 온도를 높이고, 심장이나 폐 등을 운동상태에 대비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겨울철 아침 운동을 나갔다 사망하는 경우는 안정 상태가 갑자기 운동 상태로 전환되면서 심장 등이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면 근육의 온도는 올라가고 혈류는 증가돼 운동 상태에 대비할 수 있게 됩니다. 자연히 준비운동은 본 운동을 하는 동작과 같은 것(예를 들어 축구의 경우 가볍게 뛰는 것)인데 운동의 강도는 ‘체온을 상승시키고 가볍게 땀이 날 정도’가 좋습니다.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은 추운 날씨일 수록 강도가 세져야 하며, 가급적 실내에서 하는 게 좋습니다.
운동 중 부상을 당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욕심을 부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스키 부상은 아침부터 스키를 타서 피로가 누적되는 오후 2~4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최근 백두대간 종주(縱走) 등 겨울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잠도 자지 않고 등산하는 무리한 일정을 세웠다 겨울 산에서 다리에 힘이 빠지면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맞추어서 운동을 해야지,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한다고 ‘덩달아’ 해서는 곤란합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고 해서 몸이 따라주지 않는데도 매일 새벽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피곤해서 일어나기 힘들다면 차라리 쉬는 것이 더 좋습니다. 운동 효과는 주 3~4회로 충분하며, 피곤해서 일어나기 힘들다면 차라리 쉬는 것이 더 좋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에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만도 10~15%의 에너지가 더 소비되므로 운동을 할 때 평소보다 더 많은 체력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운동 강도도 평소의 70~80% 수준으로 낮추는 게 좋습니다.
또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안전의식입니다. 안전의식은 항상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새벽에 일어나 조깅을 하러 나간다고 가정합시다. 겨울철엔 평소보다 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넘어질 가능성이 크며, 넘어질 경우 몸이 굳어 있기 때문에 훨씬 많이 다치게 됩니다. 또 날이 어둡기 때문에 운동을 하러 가는 도중 교통사고를 당할 가능성도 훨씬 높습니다. 안전의식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염두에 두고 조심하는 것입니다. 굳이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고,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만큼 두터운 옷을 입지 않더라도, 단지 그 같은 가능성을 한번쯤 생각만 해보기만해도 ‘상당한’ 사고-부상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부상-사고 위험이 큰 스키나 등산을 갈 때는 더더욱 안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겨울 산행의 경우 예기치 않은 기상 변화로 조난을 당할 수도 있으므로 옷, 장비, 비상식량, 구급약 등을 충분히 준비해야 하며, 기상상태도 사전에 점검해야 합니다. 스키도 부츠와 스키의 바인딩을 점검하는 등 장비를 충분히 점검하고 헬멧, 고글, 무릎 보호대 등의 안전장비를 갖추는 게 좋습니다. 어떤 분들은 “언 몸을 녹인다”며 술을 마시고 눈 덮인 겨울 산을 오르거나 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전에도 그렇게 해왔는데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하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항상 ‘설마’가 사람을 잡는 법입니다. 술을 마시면 잠깐 동안 체온이 올라가지만 얼마 못 가 이뇨(利尿)·발한(發汗) 작용에 따라 체온이 떨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술은 체력과 사고력, 판단력을 떨어뜨려 낙상이나 스키 부상의 원인이 되므로 절대 금물이다.
겨울철 장시간 실외에서 운동이나 스포츠 활동을 할 때는 체온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바람이 불거나 눈 또는 비를 맞으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적절히 보온하지 못하면 저체온증이 일어나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저체온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옷 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입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옷을 너무 많이 입고 운동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옷을 지나치게 많이 입으면 몸이 빠르게 더워져서 땀이 나고, 운동 뒤 땀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쉽게 체온이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에서 땀 복을 입고 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얇은 옷을 여러 벌 입고 운동을 하다 더우면 하나씩 벗고, 운동을 한 뒤엔 다시 입는 것이 좋습니다. 상황이 허락된다면 재빨리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는 게 좋습니다. 운동을 심하게 하면 면역력이 잠시 동안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체온 유지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과일이나 주스 등으로 비타민C를 보충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운동 후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한편 체온은 대부분 목 윗 부분을 통해 빼앗기므로 가급적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른 상태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손, 발, 코, 귀 등 말단 부위에는 피 공급이 크게 줄어 체온이 떨어지게 되므로 장시간 운동시에는 적절히 보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의 겨울 운동에 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추운 곳에 나가면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되고 심장부담이 증가돼 뇌출혈, 심근경색 등의 위험이 커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고지혈증,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 비만 환자도 이런 위험에서 크게 비껴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만성 질환자는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심지어 신문을 가지러 간다고 내복만 입은 채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도 삼갈 정도로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운동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고혈압 환자 등 만성 질환자들은 가급적 기온이 올라간 오후에 운동하거나, 겨울 동안에는 실내에서 운동하는 게 좋습니다. 역기처럼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근육운동은 위험하므로 피해야 합니다.
겨울철엔 피부 등을 통해 빼앗긴 열을 보충하기 위해 에너지 대사가 더 활발해 집니다. 실외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여름철보다 15~20% 정도 많은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이를 역으로 살 빼기에 응용하면 겨울철엔 훨씬 적은 노력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습니다. 살 빼는 찬스 일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겨울철엔 활동량이 자연히 줄어들며, 칼로리 섭취량도 많아진다고 합니다. 춥다고 집안에서 움츠려 있지만 말고 밖으로 나가서 활기차게 운동하시길 권합니다. 말씀 드린 몇 가지 수칙만 지킨다면 눈 덮인 겨울 산을 오르든 바람 쌩쌩 부는 한강을 달리든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글 : 임호준 (조선일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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