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산맥체계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산맥체계는 1900년대 초 일본인 지질학자인 고또분지로(小藤文次郞, 1856~1935)에 의하여 명명되었으며,
이는 산을 땅 속의 지질구조에 의해 분류한 것으로, 실제 지형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으로는 우리나라의 산줄기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1980년 고지도 연구가인 이우형에 의하여 조선광문회본《산경표》가 발견된 이후
백두대간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산줄기 체계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조선광문회는 육당 최남선이 주축이 되어 우리 고전의 보존과 보급을 통해 민족문화를 선양할 목적으로 1910년 12월에 만들어진 단체이다.
이 조선광문회가 최성우 소장본을 바탕으로 1913년 2월에 활자본으로 간행한 것이 조선광문회본 《산경표》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산경표의 사본에는 1) 규장각 소장 《해동도리보(海東道里譜)》중의 산경표, 2)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해동산경(海東山經)》, 3) 규장각 소장 《기봉방역지(箕封方域志)》중의 산경표, 4) 장서각소장 《여지편람(輿地便覽)》중의 산경표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조선광문회본 《산경표》는, 첫번째의 규장각 소장 《해동도리보》중의 산경표를 원본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경표》의 저자는 여암 신경준(申景濬, 1712~1781)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내용상, 순조 즉위년(1800년) 이후 신경준이 쓴
《동국문헌비고》의 <여지고>를 바탕으로 후대사람이 쓴 책으로만 추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산맥 인식체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그 하나는 풍수지리적 관점에서의 산맥관이며,
다른 하나는 고지도와 고문헌에서 살펴볼 수 있는 유학자들의 산맥관이다.
풍수지리에서는 산맥 대신 용맥(龍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때 용은 산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며, 인체에 비유하자면
용은 수족 등을 형성한 골육이며 맥은 혈기가 흐르는 혈관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용은 산의 정기가 통할 수만 있다면
지표에 융기한 산맥만이 아니라 평지, 또는 평야 한 가운데 돌출된 높은 산에도 존재 할 수 있다(村山智順, 朝鮮의 風水).
우리나라의 풍수를 논할 때 곤륜산.백두산을 조산으로 삼고 이들 산과의 연결성을 기본전제로 삼고는 있으나 용의 형태를
파악하거나 혈(명당)을 정할 때 반드시 백두산으로부터의 산맥 흐름을 순차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곤륜.백두로부터의
기룡설을 주장하는 것은 생기의 발원처가 영묘한 곳에 있음을 부회하여 용맥의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이며, 사람의 경락처럼
용맥의 연결성을 강조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최창조, 한국의 풍수사상).
한편 지리학을 통치도구의 하나로 인식한 유학자들은 산맥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우리나라의 자연환경,
자원분포, 취락분포 등에 관해 나름의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려 노력하였다. 유학자들의 자연인식체계는 주로 고지도
속에 나타난 산맥의 표현을 통하여 파악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산맥 인식체계를 집대성한 것이 《산경표》이다.
풍수사상에서의 산맥 개념은 산맥이 물에 의해 끊어지지 않고 연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물과 물을 나누는 분수계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의 고지도와 고문헌에 나타난 산줄기의 개념과
다르지 않아 풍수의 개념이 우리의 전통적인 산맥 인식체계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은 풍수에도 큰 관심을 가졌기에 이러한 유추는 가능하다.
전통적으로 우리 선조들은 우리나라의 땅 모양을 말하거나 지도로 나타낼 때 산경(山經 : 산줄기와 그 흐름)과
수경(水經 : 물줄기와 그 흐름)으로 기술하였다. 여기에서의 대 전제는 ‘산은 물을 넘을 수 없고, 물은 산을 건널 수 없다’라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개념이다.
이 산자분수령을 더 세밀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능선에는 물이 없다.
2) 계곡은 능선보다 낮은 곳에서 시작한다.
3) 두 능선 사이에는 반드시 계곡이 하나 있다. 또한 두 계곡 사이에는 언제나 능선이 하나 있다.
4) 물길은 끊기는 법 없이 이어져 흐른다.
5) 하나의 산에서 물을 건너지 않고 다른 산으로 가는 길은 반드시 있고, 그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산경표(山經表)》에서는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1대간.1정간.13정맥 등 총 15개의 큰 줄기로 분류하였다.
이들 산줄기 이름의 특징은 산이름 2개(백두대간, 장백정간), 그 지방이름 2개(해서정맥, 호남정맥), 강이름과 관련된 것이
11개로 전체적으로는 산줄기 이름을 강이름에서 따와 그 강으로부터의 방위로써 위치를 표시하였다.
1) 백두대간(白頭大幹) :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원산, 낭림산, 금강산을 거쳐 태백산까지 내려와 서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소백산, 속리산을 거치고 남쪽으로 추풍령, 덕유산, 장안산을 지나 지리산에 이르는 제일 큰 산줄기이다.
2) 장백정간(長白正幹) : 백두대간의 원산에서 장백산을 거쳐 동북쪽으로 뻗어 경성의 거문령, 경흥의 백악산을 지나
두만강 하구의 섬 녹둔도(鹿屯島) 앞 서수라곶산에서 멈춘 줄기이다.
3)낙남정맥(洛南正脈) : 백두대간의 끝 지리산에서 취령을 거쳐 동남쪽으로 흐르는 산줄기가 고성의 무량산, 함안의 여항산을 거쳐
김해의 분산(盆山)에까지 이어진다.
4) 청북정맥(淸北正脈) : 백두대간의 낭림산에서 서쪽으로 뻗어 적유령, 이파령, 천마산을 거친 후 신의주 앞바다
신도를 마주한 미곶산에서 머문다. 청천강 이북의 산들이 이에 속한다.
5) 청남정맥(淸南正脈) : 백두대간의 낭림산에서 지막산을 거쳐 서남쪽으로 흘러 묘향산에 이른 후 서남쪽으로 이어져
월봉산, 도회령을 거쳐 삼화의 증악산까지 뻗은 산줄기이다.
6) 해서정맥(海西正脈) : 백두대간의 두류산에서 시작하여 서남쪽 개련산까지 이어지고, 이곳에서 덕업산을 거쳐
북상하다가 언진산에서 남쪽으로 고전산, 멸악산을 지나 장연의 장산곶까지 뻗은 산줄기이가.
7) 임진북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脈) : 임진강 북쪽과 예성강 남쪽의 산줄기이다. 위 해서정맥의 개련산에서 남쪽
기달산으로 갈라져 나와 학봉산, 수룡산, 성거산을 거쳐 개성의 송악산을 지나 백룡산까지 이어진다. 개성지방의 산들이 이에 포함된다.
8) 한북정맥(漢北正脈) : 한강 북쪽을 흐르는 산줄기로, 백두대간의 분수령에서 서남쪽 백빙산으로 갈라져 나와 김화의 오신산,
불정산, 도봉산, 삼각산을 지난 후 교하의 장명산까지 이어진다.
9) 낙동정맥(洛東正脈) : 백두대간의 태백산에서 갈라져 유치, 백병산을 거쳐 남쪽으로 계속 내려온 줄기이다.
단석산, 가지산, 취서산, 금정산을 지나 부산 다대포 앞바다에서 멎는다.
10)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 백두대간의 속리산 문장대에서 시작하여 회유치를 지나 청주의 상당산성을 바라보며
동쪽으로 돌아 죽산의 칠현산에서 북으로는 한남정맥, 남으로는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11) 한남정맥(한남正脈) : 한남금북정맥의 칠현산에서 백운산을 거쳐 북으로 용인의 보개산, 수원의 광교산을 지나 안양의 수리상으로 이어진다. 다시 서쪽으로 소래산, 주안산에 이르고 인천의 문학산 봉수를 남쪽에 남겨 둔 채 북쪽의 김포평야 구릉지대를 지나 강화도 앞 문수산에서
멈춘다.
12) 금북정맥(금북正脈) : 위의 칠현산에서 서남쪽 청룡산을 거쳐 차령을 지나 남진하다가 청양의 일월산에서 북상하여
해미의 가야산을 거치고 다시 서쪽 태안반도로 들어가 지령산까지 이어진다. 금강 이북의 산들이 이에 속한다.
13)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 백두대간이 지리산에 이르기 직전 장안산에서 장수를 북으로 끼고 돌아 마이산에 이르며,
북의 주술산 쪽으로 금남정맥과 남의 웅치 쪽으로 호남정맥을 갈라놓는다.
14) 금남정맥(錦南正脈) : 전주 동쪽 마이산에서 주술산을 거쳐 북으로 치달아 대둔산, 계룡산을 거친 후 서쪽으로
망월산을 지나 부여의 부소산에 다다른다.
15) 호남정맥(湖南正脈) : 마이산에서 웅치를 지나 운주산, 내장산에 이르고 담양을 지나 광주의 무등산에 이른다.
보성의 사자산까지 남진하다가 다시 동북쪽으로 올라가 송광산, 조계산을 지나 광양의 백운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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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손 일, 태백산맥이냐, 백두대간이냐?
최창조, 한국의 풍수사상
현진상, 산경표
村山智順, 朝鮮의 風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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