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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역사속으로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

by 범여(梵如) 2012. 3. 13.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

 

1438년, 세종 20년 정월 경복궁안에 흠경각(欽敬閣)이 완성됐다.
전각(殿閣)의 한복판에는 일곱 자 높이의 종이 산이 솟아 있는데 이 산 안에는 자동 물시계인 ‘옥루기(玉漏機)’가 설치돼 있어 물의 흐름에 따라 여러 인형들이 시각에 맞춰 움직인다.
특히 산 밑에는 12간지를 나타내는 짐승의 형상이 조각돼 있는데, 자시(子時)가 되면 쥐 형상의 방위신이 벌떡 일어나는 등 시간이 변해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니, 사람의 힘을 빌지 않고 저절로 치고, 움직이는 것이 참으로 신묘하다.


매시 정각이면 시계에서 12사도의 인형이 나와 움직이다가 창 안으로 사라지는 프라하의 유명한 천문시계처럼 ‘흠경각’은 건물 전체가 거대한 시계로 구성된 전각이었다.
애민정신으로 가득했던 세종은 농업을 근본으로 여기는 백성을 위해 하늘의 이치를 살피고, 농사에 필요한 시와 때를 바르게 일러주고자 했는데 그런 왕의 마음을 ‘흠경각’으로 구현한 이가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이었다.

기술로 신분의 벽을 넘다
관기(官妓)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도, 출생연도도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는 장영실은 본디 신분이 관노(관청의 노비)였다.
신분은 낮디 낮았지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탁월했던 장영실은 1400년! 영남지방에 가뭄이 들자 저수지의 물을 끌어들여 가뭄을 해결했고, 그 공로로 동래 현감의 추천을 받아 입궐하게 된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고자 했던 세종은 신분을 초월해 인재를 등용했기 때문인데, 세종이 즉위한지 3년이 되는 1421년.
학자들과 함께 1년간 중국에 머물며, 각종 천문기구를 익히고 돌아온 장영실은 노비의 신분에서 해방되어 ‘상의원’이라는 벼슬에 오른다.

조선은 반상(班常)의 구분이 뚜렷한 신분사회였지만, 장영실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세종은 ‘면천(免賤)’이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실제로 이때부터 장영실은 끊임없이 발명품을 만들어 임금께 바치니 기기 하나 하나가 조선의 과학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었다.


과학 입국의 새 하늘을 열련다
여러 학자들이 내세운 이론에 따라 1433년!
조선 시대의 천문 관측대인 ‘간의대’를 완성하며 조선만의 독자적인 천문 관측 시대를 연 장영실은1434년, 스스로 치는 물시계란 뜻의 ‘자격루(自擊漏)’를 완성시킨다.

3단으로 배치된 항아리가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며 1분에 0.1리터씩 물을 흘려보내면 일정 시간 뒤, 쇠구슬이 떨어지고 그 반동으로 12간지를 표시하는 목각 인형이 올라와 시각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자격루’는 수학과 물리학, 기계공학이 집대성된 발명품이다.

실제로 ‘자격루’는 동아시아 전통의 유압식 물시계와 크고 작은 구슬을 이용한 아라비아의 자동시보(時報)장치의 원리를 독창적으로 결합한 한국 과학사의 쾌거로 장영실은 이미 15세기, 물시계의 기본인 물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다시 일정한 시차로 구슬과 인형을 건드리도록 설계한 완벽한 자동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한 다른 도구 없이 태양의 그림자만으로도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게 설계된 해시계, ‘앙부일구’! 바람의 세기를 측정하는 ‘풍기대’!
강우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빗방울이 떨어질 때 생기는 오차까지 고려해서 만든 세계 최초의 측우기 등을 제작!
조선 과학의 르네상스를 세종과 함께 이끌었다.

하늘을 본 이, 장영실
조선의 과학기술을 당대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 장영실은 1441년, 측우기를 제작한 공으로 종3품에 오른다.
그러나 이듬 해 세종이 신병치료차 이천으로 온천욕을 떠나는 길에 장영실이 감독 제작한 왕의 어가(수레)가 부서져 파직당하고 이후 장영실은 역사에서 자취를 감추며 사망 연대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불꽃같은 발명의 시기 외에는 생의 편린조차 찾기 힘들지만, 제작한 과학 기구들을 통해 조선 최고의 과학자로 오늘날까지 존경받는 장영실. 그는 과학입국, 조선의 새 하늘을 연 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