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梵如의 日常 ♣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재

by 범여(梵如) 2014. 5. 21.

 

20여일만에 조계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지는 않다

5월 20일 오후 6시에 조계사에서 열리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재에서 참석하기 위해서다

희생자들 중에 특히 어른들의 탐욕과 오만으로 인해 피워보지도 못한 채 이승을 하직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무고한 주검은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

조계사 입구에 들어서며 저두삼배의 예를 올리고 대웅전에 들려 부처님에게 예를 올린 다음에

모임 장소인 포교사단 접수대에 가서 출석을 체크한 다음에 자리를 잡는다

오늘은 추모행렬 맨 앞에서서 만장(輓章)의 기수단에 들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들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참회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5일째인 5월20일 저녁 서울 조계사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유가족의 고통을 나누기 위한 추모재가 봉행됐다.

조계종이 주최한 이날 추모재에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

부.실장 스님과 신도, 시민 등 사부대중 5000명이 동참했다.

특히 이날 추모재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 30여명이 동참해 슬픔을 함께 나눴다.

추모재는 조계종 의례위원장 인묵 스님의 천도의식으로 시작됐다.

도량게작법과 요잡바라, 창혼, 착어, 수위안좌, 진혼무, 화청의 순으로 진행된

천도의식을 통해 사부대중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어린 영혼들을 위로했다.

인묵 스님 등이 천도의식으로 극락왕생을 기원했고, 진혼무 사위에 채 피지 못한 아이들의 넋을 달랬다.

유가족들은 천도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꽃을 올리고 향을 살랐다.

선정 스님의 화청(和請)에서 추모 분위기는 스님의 염불곡조에 

추모재에 참석 사부대중들 사이에서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고운님아 정든님아  다북다북 키운님아
  서글서글 웃는님아  사월춘풍 꽃바람에
  선들선들 어서오소  꿈이어라 헛이어라
  어이하여 속절없이  수중옥에 갇혔느냐
  어찌할고 어찌할고  눈속까지 차오르던
  단한숨의 간절함을  어찌알리 뉘라알리
  부르터진 두손끝에  참절비절 몸부림을
  
  불쌍하고 가련하다 원통하고 절통하다
  뉘가있어 동행할까 혼자서는 못가느니
  찾아가세 같이가세 고운님아 정든님아
  가지마오 가지마오 나를두고 어딜가오
 
  그말마오 그말마오 오시는길 묻지마오
  행여라도 꿈에라도 검은물길 보지마오
 
  피와살을 나눠주고 알뜰살뜰 길러주고
  제몸보다 귀해주어 세상주인 되나하니
  어찌하여 이리되어 갚을길이 없어졌네
 
  애끓는맘 모르리오 그리운맘 모르리오
  허나가네 이젠가네 다시못올 그먼길을
  정말가오 영영가오 눈뜨고는 못보나니
  눈감으면 만나려나 태어나서 배운말중
  젤로좋은 이말하고 마지막길 하렵니다
  엄마엄마 우리엄마 사랑하는 우리엄마

 

백년천년 산다해도 일장춘몽 꿈이로다
부운같은 이세상에 초로같은 우리인생
잠시잠깐 나왔다가 속절없이 돌아가네
돌아보고 다시보니 세상사가 무상하오
대장경에 색즉시공 반야경에 공즉시색
부귀빈천 돌고돌아 북망산천 무덤되고
화장장에 연기된다. 동쪽에서 솟은해가
서산락일 되었으니 밤이되고 달이뜬다

생과사는 무엇인가 호흡지간에 있음이라
세상만사 일체중생 일생일사 있는거요
이몸뚱이 나기전에 그무엇이 내몸이며
이세상에 태어난뒤 내가과연 누구런가
자업자득 자작자수 안수정등 명심하고
발심하고 분심하고 소소영영 의심하야
한생각을 놓지말고 확철대오 견성성불

사바세계 태어나서 기쁜날이 몇날이며
좋은날은 얼마든고 죽음길에 노소있나
속절춘광 지부황천 대문밖이 저승이여
면치못할 이길이라

슬프도다 슬프도다 삼계화택 사생고해
인간백년 산다해도 잠든날과 병든날과
걱정근심 다제하면 단사십도 못살인생
청춘시에 가는인생 가련하고 애정하다
세월호 침몰사고 애혼영가 고혼영가
죽음마저 불평등한 차별시대 지옥고통
일체없는 저 나라 피안의 땅
다시생사 아니받고 불생불멸 하신다는
서방정토 극락왕생 하옵소서”

진혼무 끝자락 “잘 가시오” 소리가 퍼지자 스님과 불자들은 애써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유족들의 메마른 가슴은 다시 오열하며, 희생된 영혼들의 극락왕생을 눈물로 배웅했다.

이날 추모재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진우혁‧이진형‧김수경‧제세호‧백승현‧장진용‧이승민‧김대희‧김영창

학생의 유족들도 참석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미안합니다. 여러분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참회합니다.”라고 추모했다.

스님은 “우리는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희생자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희생자 모두를 가슴에 묻겠다.

봄마다 사무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희생자들이 우리 사회를 바꾸기 시작했고, 모두를 되돌아보고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 준

우리 사회에 큰 죽비소리”라며 “‘작고 아름다웠던 삶을 두고두고 기억하겠다.”고 했다. 

또 “두 번 다시 이런 아픔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우선인 세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그런 세상을 위해 바꿀 것은 바꾸고 도려내야 할 것은 도려내야 한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개선하고, 정부에는 실종자 수습과 세월호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 등 책임있는 조치를 주문했다. 또 ‘희생자와 공동체 정신 회복을 위한 기도정진’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희생자 여러분은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이 얼마나 빛으로 가득한 지를 보여줬다.”면서

 “구조활동을 편친 잠수사를 비롯해 국민과 봉사한 스님과 불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자승 총무원장 스님의 추도사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고 제세호 학생의 부친 제삼열 님.
 

 

사랑하는 내 아들 세호야
사고 나는 날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
엄마가 우리 호야는 수영을 잘하기 때문에 분명히 헤엄쳐서 돌아 올 것이라며...” 우는데,

아빠가 해줄 수 있는게 너무 없어서 내 마음은 찢어지게 아팠다.

이건 아닌데...”
그래도 꼭 돌아올꺼라 믿었기에 엄마 아빠는 3일 밤낮을 널 기다렸단다.
혹시나 기적이...아니 꼭 돌아와주길 믿었기에...
 
호야 걱정말거라!
너는 아니 너의 친구들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일찍 좋은데 간거야
엄마 아빠가 나름 너 한데 최선은 아니지만 잘 해줬다고 생각하면서도
못해준 게 너무너무 많아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고 아리고 아린다
호야 다음생에는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더 좋은 부모만나 행복했으면 좋겠어!
정말 미안하구나 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해서
하지만 하나만 믿어주라
니가 내 아들이여서 너무 행복했다
만약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조금 더 아주 많이 많이 사랑해줄께
세호야 알지?
아직 열아홉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라
사랑한다 아들아

사부대중 모두 다 눈물바다를 이루는 조계사

추모사에 이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나누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에는 최근 세월호 참사 공식 힐링곡이 된 ‘모두 함께’를 발표한 아이돌 그룹 ‘순정소년’과 ‘제니걸’이 참여했다. 또

 성의신씨의 해금연주, 소리꾼 장사익씨의 추모노래가 이어졌다.

공연에 나선 이들은 세월호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자신들의 재능기부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대형 스크린에는 배가 기울어가는 극박한 상황에서도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던 사연,

아내에게 가족을 부탁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 등이 비춰졌고, 유족과 참여대중들은 눈물로 미안함과

미처 전하지 못했던 사랑 그리고 고마움을 전했다

추모문화제에 이어 사부대중은 신경선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이 대표로 낭독한 참회발원문을 통해 ‘

지금 이 순간에도 춥고 낯선 바다에서 아직도 나오지 못한 희생자들이 하루속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발원했다.

 사부대중은 “세월호 참사는 사람을, 생명을, 안전을 중심에 두지 않고 저마다의 이익을

중심에 둔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며 “이 거울 앞에서 우리는 모두 고백하고 참회한다”고 밝혔다.

 

사부대중은 또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 미안해, 사랑해’를 외쳤던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다”며

 “우리의 무관심과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우리 사회를, 우리 스스로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참회했다.

그러면서 사부대중은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해, 모든 사람은 한 사람을 위하는 상생의 공동체를 향해 정진해

나갈 것을 서원한다”며 “그 길에 두려움과 욕심을 내려놓고 이 밝은 등불을 들고 당당히 나아갈 것”이라고 발원했다.

발원문에 이어 사부대중은 아미타불을 정근했다. 추모재에 동참한 학인스님들은 참회의 108배를 시작했다.

스님들의 참회정진을 바라보던 대중들은 손에 들고 있던 추모백등에 불을 밝히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이어 5000여 사부대중은 조계사를 빠져나와 인사동과 종로2가, 종로타워를 거쳐 다시 조계사로 돌아오는 제등행렬을 진행했다.

추모재를 마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유가족들을 일일이 배웅하며 “우리 종단은 유가족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희망을 잃지 말고 용기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스님과 불자들 그리고 유족들의 미안함은 참회의 108배와 노란 추모리본에 담겼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재를 찾은

5월 저녁 봄바람은 사부대중의 눈물을 씻겼고 노란 추모리본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