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백두 대간및 9정맥 후기♣/낙동정맥(終)

낙동정맥 제5구간 - 깃재에서 덕재까지

by 범여(梵如) 2010. 3. 15.

산행일시: 21010년 3월13~14일

산행구간: 신암리-깃재-842봉-851봉-884봉-850봉-612봉-길등재-한티재-628봉-우천마을

              638봉- 636봉-추령(가랫재)-618봉-635봉-송정교사거리-630봉-왕릉봉-633봉

               덕재-오기2리(영양군 수비면)

거리:시간: 들머리2km 날머리1.5km,마루금27km(30.5km). 소요시간 11시간 45분(식사.휴식포함)

소  재 지: 경북 영양군 수비면, 일월면 / 봉화군 분천면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生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스러짐이라.

뜬구름 自體(자체)가 本來(본래) 實體(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법정스님의 입적소식을 접하고 산행을 하려니 맘이 상당히 편치 않구나. 물론 이 세상왔다가

가는것은 자연의 이치이긴 하지만 탁한 이 세상에 맑고 향기로운 말씀을 더 전해주셔도 될것을...

송광사 다비식에 참석하려고 맘도 먹었지만 토욜에 행사도 있고 또 산행을 해야하기에 이것도

 무소유를 실천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중생의 집착이겠지. 월욜은 길상사에라도 갔다와야겠다

토욜 도봉산에서 시산제를 마치고 부지런히 사무실로 들어왔다. 맘이 급하다. 아들에게 부탁한 스님의

다비식 녹화를 보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베낭을 양재역으로 갔다.오늘은 산행거리가 상당히 길다

그러기에 아무래도 베낭무게가 무거운 느낌이다. 아무리 베낭무게를 줄이려 애를 쓰도 장거리

산행은 기본장비가 있으니 아무래도 일반산행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산행 버스를 타고 용인 휴게소에 도착 자정무렵에 첫 휴게소의 의례인 행사(?)를 치른다

모두 수(手)인사를 하고 용인휴게소에서 산꾼들과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잠에 떨어졌다.

덜컥대는 차소리에 깨어보니 중앙고속도로 풍기I.C를 빠져나와 봉화를 지나고  있다.

  

 소도 고물, 나지오도 고물, 영감도 고물.. 이라던 이 삼순 할머니는

이 밤에 단잠을 주무실까 아니면 고물 영감님 때문에 뒤척이실까...?

봉화읍에서 지근 거리에 있는 워낭 소리 촬영지 운산면 하눌리 부근을 지나면서

 이런 저런 상념에 젖는다. (注: 나지오는 라디오의 경상도 발음)

 

  차가 자꾸만 덜컹거린다. 도착할 시간이 됐는데도 도착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주전에 하산한 코스로 가는데 지금가는 길은  그길이 아닌가보다. 기사가 잘못들어선 느낌이다

아 그렇구나 우리가 타던 기사가 볼일이 있어 땜방기사가 네비게이션을 보고 찾아가는데

그 놈도 기계라 인간 네비보다는 못한가보다.

 

오늘 산행을 시작하는 영양군(英陽郡)은 대한민국 경상북도 중부에 있는 이다. 도서 지역인

 울릉군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기초자치단체이다. 시인 조지훈과 소설가

이문열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옛날에는 이 곳에 신호등이 없었으나 최근 들어 신호등이

딱 1개만 설치되어 스펀지 퀴즈로도 나올 정도였다.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 더 지나 신암분교에 도착 04:15분경에 산행을시작했다.

이곳은 며칠전 내린 눈이 많이 왔는가보다. 깃재까지 2km의 급경사를 치고 올라가는데

숨이차다. 모두들 아무말없이... 상당히 미끄럽다. 렌턴에 의지해 깃재에서 부터 10km정도의 거리는

눈이 거의 발목까지 차오른다. 생각했던 시간보다 많이 지체가 되고 체력이 많이 고갈이 된다.

산행 3시간 반이 지나 모두들 허기가 지는 모양이다. 근데 눈이 많이와 식사장소 잡기가 애매하다.

겨우 자리를 잡고 찌게에다 아침 해장술을 한잔하니 속이 찌~하다. 막걸리. 겨우살이술, 용봉술

이스리 각자 산꾼들이 가져온 술을 한잔씩 하고나니 이젠 취중산행을 하게 될것 같구나.

오늘 산행은 거리는 상당히 길다. 그러나 마루금에 올라서서는 추령까지는 업다운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는다. 그저 밋밋하다. 온 천지에 금강송으로 뒤덮혀 피톤치드향이 정말 머리를

맑게 해주는 느낌이다. 얼마나 많은고 하니 이곳 영양군내에서만 1208만그루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서서히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범여는 이제 걸으면서 자는 실력은 이제 프로급이다 

이 구간의 특징은 정식 명칭이 붙은 산이름이 하나도 없다.재(峙)나 령(嶺) 이외는... 그러나 보니

누가 이름을 지을 수 없으니 지나가는 산꾼이 숫자를 붙혀 봉우리 이름을 지은게 대부분이고...

거기다가 겨우 붙혀놓은 이정표조차 관리가 안돼 뿌러지고 깨지고... 영양군수 나리에게

함묻고 싶다. 나리 지역에는 같고 있는건 산밖에 없는것 같은데 이걸 관리하면 재정이 좀

괜찮을텐데... 중앙정부에 기대지 말고 함 생각해 보시길. 이곳은 범여가 가장 오지라고 생각하는

 인제의 3둔 4가리(둔(屯)이라 함은 유심한 골짜기로 이어지는 깊은골에 사람 몇이 숨어살 만한 작은 은둔처를 가리키고

가리(耕:갈이)란 화전을 일구어 한나절 밭갈이 할만한 곳으로 난세를 피해 살만한 곳이라고 한다. 3둔은 살둔(생둔),

달둔(월둔),귀둔을 지칭하고, 4가리는 아침가리(조경동) 연가리, 적가리,명지가리를 말한다. 점봉산, 구룡덕봉, 방태산 등,

크고 작은 산들의 안과 밖으로 사방에있는 곳을 말하며 3둔 4가리의 핵심은 조경동과 진동계곡이라고 한다.)

보다도 훨씬 오지인것 같다.  그래도 청정지역이라 그런지 유명인사는 참 많다

 

특히 시인이 많이 배출된 지역이다. 그 만큼 순수하다는 뜻이겠지

유명한 청록파 시인 조 지훈님이 이곳 일원면 출신이고 소설가이자 대표적 보수논객의 한명인 

이 문열님이 이곳 석보면 출신이다 그 이외도 문단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티재를 지나 추령에서 간단한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마지막 힘든 곳이기에... 이곳은 직선거리론 손에 잡힐듯 가까운 곳인데 낙동정맥 맥혼(脈魂)은

뭐가 아쉬워 수비면을 떠나지 못하는지 타원형으로 뱅뱅 돈다. 수십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한

후에 덕재에 도착하니 거의 탈진상태이다. 아직도 임도로 1.5km를 더 내려가야한다.

하산지점인 오기2리 마을회관이 가까워 오는가보다. 베낭의 무거움을 느끼는 걸 보니...

낙동정맥길은 참으로 힘이든다. 백두대간이 고속도로라면 정맥길은 시골농로 수준이다

그래도 이 힘든 오지산행맛은 정말 미묘(微妙)한 흥분을 느끼게 한다  

하산후에 마시는 이스리맛에 가고, 그래서 자꾸 산에 맛이가고 범여는? 

 

오늘 산행구간의 지도와 고도표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이라

올때 가져온 것 없으니 갈때도 가져간것이 무소유로 살다가신 法頂스님 - 부디 왕생극락 하옵소서

13일 낮에 동창회 시산제를 마치고 저녁에 부지런히 베낭을 싸고 양재역을 향하다

오늘 산행시점인 수비초교 신암분교(폐교)에서 04:15분에 산행을 시작하다

깃재 올라가는 급경사의 눈길에서 조심조심 산행을 시작한다. 오직 해드렌턴에 모든걸 의지한채로 

오늘 산행하는 구간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首比面)이다. 수비면은 9할 이상이 크고 작은 산으로

이루어지고, 모든 지역이 해발 430미터가 넘는 고랭지대라고 한다. 울련산과 불기산에서 자라는

황장목은 나무의 재질 이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고도 430m의 한티재에서 남하하다가 추령을 지나

잠시 동쪽을 향하고 이어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덕재으로 향한다. 낙동정맥 脈魂은 수비면을

 떠나기가 아쉬운지 덕재가 저기 눈앞에 보이는데도 타원형으로 빙빙돌아 가게여 산꾼을 진을

빼게  만들고 가도가도 끝이없는 오르고 내림... 그래 그 고통.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깃재(04:40)

영양군 수비면 신암리와 봉화군 분천면 시티골로 이어지는 고개로

길이 험하고 어려워서,기어 다닐 정도로 험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수비면 관계자가 설명을 한다. 일명 겟재라고도 한다.

 

깃재에서 길등재 가는길의 약 10km가 눈으로 쌓여 체력소모가 초반부터 상당히 심하다.

 발목이 찰 정도로 눈이 많이 쌓여 초반부터 진을뺀다

황량한 참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 내리며, 이어 여러 차례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넘는다,

죽은 나무가 쓰러져 산길을 막고, 봉우리가 전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헐벗은 능선을 지나.

눈이 무릎까지 찰정도로 많이 쌓인 어둠을 뚫고 경인년 정월 그믐날의 어두운 산길을 걷는다

아침을 맞이하는 주위의 산들은 순백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오는 봄을 가로막는구나. 계절의 흐름을

역행하는 이 넘의 눈이 미쳤나(?) 하긴 요즘 온전한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인간의 탈을 쓰고

못할짓을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이 너무도 많지 않은가. 저 멀리 일월산이 보인다.

 

일월산(1,218.5m)은 경북지방에서는 백두대간 능선에 있는 산을 제외 하고는 가장 높다.

산이 높아 떠오르는 해()와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고 하여 그 이름이 유래 되었으며

일월산 정상을 일자봉이라고 부르고 지근 거리에는 월자봉(1205m)이 별도로 있다.

마루금 능선 정상에 있는 조그만 늪지대의 연못은 봄채비를 생각도 안하고... 산세로 보아 산나물이

많으듯 보이네. 이렇게 높은 산에 커다란 습지가 있구나.

먹을것을 찾아 온산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맷돼지넘들.

이 넘의 시끼들. 맥길을 다 망칠 작정이냐 

동이 트는 850봉 정상에서의 범여 

꿀맛같은 찌개에다 이스리로 아침 해장술 정말 산꾼이니면 이맛을 모르지.(07:15) 

금강송에서 나오는 피톤치드향 참으로 머리를 맑게 해주는구나. 오지산행의 즐거움은 바로 이런거 아닌가

누워있는 참나무에 버섯이 가득하다 내 친구 심마니에게 무슨 버섯인지 함 의뢰해봐야지

이 소나무에서 나온 으~~흐 이 향기 비닐봉지에 넣어서 몸이 좀아픈. 내친구 바람과

 김해의 서지미님에게 보내야겠다. 빨리 쾌유를 빌면서... 근데 어케 보내지

612.1봉(09:05) 

삼각점이 있는 612.1m봉을 지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일월산 남쪽 줄기가 보이고,

봉우리를 내려서면서 가까이 아스팔트 도로를 내려다본다. 

지도상으로 영양군 일월면 계리(계골) 앞 능선을 지나고 있다.

능선의 눈은 녹아서 이후로 낙옆과 소나무 잎으로 뒤 덮힌 편안한 등로가 이어진다.

아스팔트도로가 지나가는  이정표도 하나없는 길등재에 이른다

길등재(09:15)

경북 영양군 수비면과 일원면을 넘나드는 고개로 질등재라고도 한다. 

등재에서 한티재가는 길은 고저 차이가 거의없다. 정말 편안한 산길이다

갈등재의 유래는 옛날에 재가 높아 재를 넘을까 말까 고민을 했다고 해서

갈등재라고 했단다. 지금은 길등재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측 계골로 내려가는 길은 고도 차이가 다소 있어 보이지만,

좌측 쥐골, 발리로 이어지는 길은 매우 완만해 고개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경상도 지방에서 길은 로도 발음한다.  

도로를 건너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시야가 트이며, 왼쪽으로 발리마을과 검마산이 보이고, 320도 방향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일월산이 아름답다. 안부 사거리를 지나, 88번 국도가 지나는 한티재에 내려선다

갈등재에서 한티재로 가는길은 마치 고향길처럼 참으로 편안하다

경상북도 동북부에 위치한 영양군은 많은 충의열사와 문인을 배출한 고장으로 민족의 명산인

일월산과 낙동정맥의 힘찬 기운이 살아 숨 쉬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독특한 향토자산이 어우러진

 살맛나는 곳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이어 영양군을 한마디로 '문인의 고장' 이라고 자랑한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 은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출생이고  서정시인

'오일도' 는 영양군 영양읍 감천리  출생이며, 소설가 '이문열' 은·

1948년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출생이다.

주실마을, 감천마을, 두들마을에 가면 이들의 생가, 문학관, 시비 등을 볼 수가 있다."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하원리에서 근남면 수곡리 사이에 있다. 낙동정맥의 한 줄기로, 찬물이 나는

고개라는 뜻에서 한티채라고 하였다. 그밖에 조선 중기의 학자 격암() 남사고()가 명당을

 찾아 이곳에 아홉 번째로 부친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안개가 걷힌 뒤 터를 잘못 잡았음을 알고

한()이 맺힌 곳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36번 국도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각종 생필품과 농수산물이 오고 갔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소금·석유·담배 등을 반입하던 통로였다.

한티재((寒峙 : 440m :10:00)

한티재란 큰 고개란 순 우리말인데 한자로 대현(大峴)이라고 한다.
이 고개도 임진왜란 당시에 의병들이 왜군에 맞서 치열한 싸움을 하던 곳,
지금도 비가 오면 핏빛 같은 녹물이 바위에서 스며 나오고 있다고 하며
통로의 반석에는 많은 말발굽 자국이 지금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발리(發里), 수양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 고장은
수비면의 중심지가 되어 면사무소, 파출소, 초중등학교와 우체국이 있다.
발리리의 발(發)은 시작을 뜻하며, 수비면의 첫 마을이란 뜻으로 풀이 할 수 있다.
1914년 행정구역을 고칠 때 화랑골, 용수곡을 합하여 발리리라 하였다고 한다.

낙동정맥 영양 2구간 안내판 앞에서의 범여

안내판 옆 묘지에서 물한모금으로 휴식을 취하고 표지기들의 안내로 바로 오른쪽 송림 숲으로 들어선다.

송림 숲 사이로 잘 정비된 등산로가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진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이번에는 잡목 능선을 오르지만, 잡목들이 갈 길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통정대부 안동 김씨의 합장묘를 지나고, 아름다운 산책길을 걸어, 통나무로 자연스럽게

장(長)의자를 만들어 놓은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정말 오지마을인 우천마을에서 내고향(경남 의령)도 저만치 오지이거늘

 

고만고만한 봉우리 세 개를 넘고, 묘 1기를 지난 후, 다시 묘 3기가 있는 묘역에 서니, 정면으로

우천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우천재 이정표<우천 0.5Km, 한티재 3.9Km, 추령 2.7Km, 해발 496m>를

지나 무성한 전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이어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안부에 이르고,

 빽빽한 소나무 숲을 거쳐, 참나무 산책길을 걷는다.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빽빽한

참나무 숲과 금강송 군락지가 운치가 있다.

그래도 버들강아지는 봄을 준비하는구나 (우천마을 밭두렁에서 :11:35)

밭 가장 자리를 따르다가 뒷산으로 향하는 소로길을 따른다.

좌측으로 민가 십여채가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우천마을 고갯길에 도착한다

남한산성이 430m 인 것을 감안하면 이곳이 과연 496m 고개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주변은 평탄하고 등로는 완만하게 경사도를 따라 오른다..  

안부에 오르니 정면으로 난 길과 우측 능선으로 난 길이 너무도 뚜렷하여 망설이게 만든다.

정면 지름길을 가로 질러서 능선에서 떨어지는 등로를 만나고 싶은 유혹이 일어난다.

그러나 가로 질러 가다가 능선을 만나지 못할 경우 혼자서 감당할 일이 자신이 없어서

꼬리표가 붙어있는 능선으로 난 길을 택한다.

 

주변을 보니 여기에도 고등어 만한 나무 판자가 걸려있다.

이번에는 무어라고 쒸였는지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글씨가 희미하게 번져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낙옆이 등로를에 수북하게 쌓인 겨울,

나무가지에 연두색 새싹이 돗아나는 봄,  

가을의 붉은 단풍이 물들어 갈 때면 시상이 저절로 일어 날것만 같은 호젖한 숲길,

길옆에 놓여있는 통나무 벤치에서 한동안 일어설 줄 모른다.

경북 영양은 산골 오지라는 인식에 반해서 우리에게 사랑을 받는 문인들이 너무도 많다.

승무로 유명한 조지훈 님은 영양읍에서 북쪽방향 가곡면이고,

젊은날의 초상등 수많은 책을 집필한 작가 이문열님은 남쪽 석보면 출신이다.  

암울한 일제시대의 시인으로서 짧은 생을 마감한 오일도님도 영양읍이 고향이며

이병각, 조동진, 조애영등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시인,소설가의 산실이다.

 

특히,이문열님의 고향인 석보면 두들 마을에서는 해마다 4월 말이면 산나물 축제가 열려서

여러가지 행사와 함께 산나물을 재료로 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도회인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술을 유난히 좋아한 동탁 조지훈님은 술에 대한 등급, 즉 유단론을 피력하여 애주가들의  실소를 자아 내기도 하였다.

유단론은 술을 마신 연륜,친구,기회,동기,술버릇을 망라하여 등급을 메기는 것이다.

 

술의 진경, 의미를 모르는 사람

9급 부주(不酒); 아주 못 먹지는 않으나 안먹는 사람        

8급 외주(畏酒); 술을 마시지만 겁내는 사람        

7급 민주(憫酒); 마실 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생각하는 사람        

6급 은주(隱酒); 마시고, 겁내지 않고,취할 줄 알지만 돈이 아까워 혼자 숨어서 마시는 사람

 

술의 진체를 모르는 사람

5급 상주(商酒); 마실줄 알고 좋아 하지만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4급 색주(色酒); 성생활을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3급 수주(垂酒); 잠이 안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2급 반주(飯酒); 밥맛을 돕기 위해 마시는 사람

 

주졸(酒卒)의 반열에 오른 사람

초급 학주(學酒); 술의 진경을 배우는 사람

추령(497m:12:20)

경북 영양군 수비면 오기리와 일월면 가천리를 넘나드는 고개로 관리가 안돼 부러진 추령

 이정표가 있다 영양군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의 하나로 교통도 매우 불편하다.

 다른 지역에서 영양으로 가려면 대부분 이웃한 안동을 경유해야만 한다. 고속도로, 철도편은

 전혀 없으며 국도는 제31호선국도 제88호선이 유일하다.

이나마도 4차선 확장이나 직선화가 되어있지 않다. 안동이나 영덕으로

가려면 험난한 지방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추령고개를 이 지역사람들은 가릿재라고 부른다.

리번 다발(추령고개)에서 꼭 희말라야 매리설산)에라도 온 느낌이다 

 

산판길 같이 너른 등산로가 아름다운 송림 숲 사이로 이어진다. 한 시간 가까이 아름다운 참나무

 숲길을 산책하듯 걸어왔는데 이제부터는 송림 숲이다.  파도소리 같은 솔바람소리를 들으며 송림 숲을 걷는다.

이정표와 삼각점<432 재설, 78.8 건설부>이 있는 635.5m봉에 오른다.

 

너무나 아픈 흔적을 많이 갇고있는 금강송 군락지

 

추령을 치고 올라와 안부 사거리에 내려선다. 오른쪽 송정으로 이어지는 길은 뚜렷한데, 왼쪽

개심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잡목으로 막혀 있다. 이어 춘양목 지대를 지나자, 소나무 숲 사이로 능선이

 좁고 가팔라진다. 연달아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지난다.

고도차는 별로 없지만, 추령을 지난 이후  부터는 600m대의 봉우리들을 수도 없이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산행거리는 짧아도 체력소모가 비교적 많은 구간이다.

24분 동안에 봉우리 6개를 지났으니, 4분에 한 개꼴로 봉우리를 넘은 셈이다. 가히 톱날능선이다.

몇년전 산불로 밑둥은 탔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한 금강송 군락지 

 

처사 安東 權氏 합장묘를 지나고, 아름다운 송림 숲을 걷는다. 작은 봉우리에 접근하자 불탄 소나무

 숲이 시커멓다. 다행이 산불이 크게 번지기전에 진화를 한 모양이다. 화재지역이 넓지 않고, 나무

밑둥은 꺼멓게 탔지만 윗부분은 온전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다행이다. 모두 무사히

소생하면 좋겠다. 40도 방향으로 황장목으로 유명한 울련산이 보인다.

지도상 표기된 집터 지점이다.

 오래전에 화전민이 아니면 민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해발 650고지나 되는 이 산에 길도없고 물도

 없는 이곳에 사람이 산다는것이 의문(?)이다. 이분은 비우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산분이 아닌가 싶네

이 집에 살았던 분을 범여는 꼭 뵙고 싶네 버리는 즐거움이 어떤것인가를 배우고 싶다

 

능선 중간에 솥단지가 널부러져 있고 남아있는 집터의 구조로 보건데 방은 2개였던 것 같고  

방 구들의 모양이 온전한 것으로 보아 집은 최근에 허물어진 것 같다.

우측 지형은 땅을 일구고 살았을 만큼 넓고 좌측으로는 오기리로 내려가는 등로가 뚜렷하다.

왕릉봉(668m: 13:50)

수비면과 죽파/장파  양쪽 방향 모두 전망이 시원하다.

멀리서 보면 왕릉처럼 불룩 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사진 한장을 찍고 나서 숨 돌릴 여유도 없이 급경사를 미끄러져 내려간다.

나눠준 지도에 의하면 남은 구간은 봉우리가 하나 남았고 거리상으로 1.5km이다.

그러나 이 착각이 엄청난 것임을 40분 후, 봉우리를 4개나 넘고 난 후에야 깨닫는다.

덕재(560m :14:20)

영양군 수비면 오리곡 마을과 일월면 죽파와 장파를 연결하는 비포장 도로로

택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다. 오늘의 날머리이다.

이제 거의 체력이 바닥이 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날머리 1.5km나

 있고 길이 질척거려 등산화 밑창 흙이 자꾸  붙어 불편하기 그지없다

오기리 내려가는 임도에서 자꾸만 베낭의 무게를 느낀다

오늘 최종 하산점인 오기2리(경북 영양군 수비면) 마을의 한가한 모습

 

산비탈 밭은 고추농사를 한 그루터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고추의 고장답게 오리곡 농가 마당에는 고추 씻는 기계도 있다.

지대가 평균 450m인 영양에서 재배되는 고추는 한 그루당 열리는 갯수,무게,껍질의 두께,크기,

매운맛이 평지의 고추보다 1-2배 크고 진하다고 한다.

영양 고추가 청양 고추의 대명사로 불리기는 하지만 그 사연 또한 재미있다.

중앙종묘()홈페이지에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국내 최대 주산지인 경상북도 북부 지방의 청송, 영양지역에서 가격이 높은 소과종이 주로 재배되어

이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육성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육성목적에 비교적 근접한 품종을 육성하여 청송의 '()'과 영양의 '()'자를 따서

'청양고추'로 명명하여 품종 등록하였다”고 되어 있다.

 

또한,충청남도 1968년 중앙종묘(주)에서 청양농업기술센터를 찾아와 종자선발을 위해 청양고추를

요구했고, 청양농업기술센터는 3여 종의 고추를 주면서 신품종으로 선발되면 청양고추로 명명할 것을

약속 받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경상북도 영양군 지역에서는 1980년 중앙종묘(주)에서 경상북도를 방문하여

당시 맵기로 유명한 '땡초'라는 고추를 채취하고 이를 개량하여 오늘날 단맛이 가미된 청양고추가

탄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리,수비 발리리(發里里)의 발() 시작을 뜻하며, 수비면의 첫 마을이란 뜻으로 풀이 할 수 있다.

1914년 행정구역을 변경할때 화랑곡, 용수곡을 합하여 발리리라 하였다

수비면(首比面)은 평균 고도가 430여 미터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타 지역에 비해서 으뜸가는 높이란 의미에서 수비라고 불리게 되었다 한다.

경북에서도 오지의 대 명사로 불리던 지역 영양,그 중에서도 수비면은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수비면 소재지에서 88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한숨에 닿는 곳이 울진군 평해읍이다.

여기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지금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 울진 비행장이 있고,

울릉도로 향하는 여객선이 운항 하다가 접근성의 불편으로 여객이 줄어서 지금은 중단된

아름다운 후포항이 남쪽에 있다.

근래에는 오히려 신경림님의 시로 더 많이 알려진 작은 항구이다.

 

 

산을 건성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산은 그저 산일 뿐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활짝 열고

산을 진정으로 바라보면

우리 자신도 문득 산이 된다

내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 때에는

저 만치서 산이 나를 보고 있지만

내 마음이 그윽하고 한가할 때는

내가 산을 바라본다

 

                             - 산- 법정스님  

 
인생별곡 / 심진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