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동호회원 민모(29)씨는 지난 7월 회원들과 경기도 가평의 명지산을 올랐다.
아침 일찍 명지산 초입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날씨는 맑았다.
하지만 평지와 산속의 날씨는 달랐다. 갑자기 날이 흐렸다.
며칠 전 내린 장맛비로 길은 미끄러웠고 안개도 자욱했다.
아직 산행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무리하게 등산을 하다간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몇 명만 정상에 오르고, 나머지는 산 중턱 계곡에서 일행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민씨는 “산속 날씨와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면 대비를 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나마 민씨는 다행인 경우다. 2014년 11월 소백산국립공원에선 63세 여성이
등산을 하다 일행을 잃고 동사한 일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직접 119에 신고도 했지만 그 후 연락이 두절됐었다.
당시 기온은 영하 5도였다. 산속 기온은 더 낮을 수밖에 없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지만 산악기상예보는 걸음마 수준이다.
그나마 있는 산간지역 기상관측망이 고장 나는 일도 적지 않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립공원 탐방객은 4500만명에 이른다. 2011년보다 450만명 이상 늘었다.
최근 5년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고는 1250건으로 이 중 사망사고가 115건을 차지했다.
하지만 등산에 꼭 필요한 산악기상예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문진국 의원은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산악기상 관측 및 예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산간지역에 설치된 기상관측망이 31개에 불과하다고 30일 밝혔다.
기상청의 전체 기상관측망 585개 중 5.3%에 그친다.
여기에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장애발생 시간이 길다.
31개 산간 기산관측망의 장애발생 시간은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2270시간에 이른다.
2012년 59시간이던 장애발생시간이 지난해 757시간을 기록할 정도로 편차도 크다.
기상청 관계자는 “산간지역은 평지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어떤 지점에 장애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해결되는 시간도 차이가 있어 편차가 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산간 기상관측망을 해발고도 600m 이상 지역에 설치하면서 일부는 산속이 아니라 고도가 높은 도시지역에 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기상청은 산림청의 산악 기상관측망을 예보에 이용하고 있다.
산림청의 산악 기상관측망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산림청은 128개의 산악 기상관측망을 운영 중이고, 올해 1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본의 산악 기상관측망(1000개)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산악기상정보와 예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토 면적 차이를 고려해도 일본 수준을 맞추려면 약 263개 이상의 관측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산악지역과 평지의 강수량이 배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고도에 따른
기후변화가 심하다”며 “산악기상관측장비를 조금 더 늘려야 예측 정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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