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佛 敎 ♣/부처님 같이

'어리석은 친구와 짝하지 말라'

by 범여(梵如) 2017. 8. 15.



'어리석은 친구와 짝하지 말라' 
                                      / 법정 스님 
부처님께서 라자가하의 영취산에 계실 때였다.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의지가 굳세고 성품이 용맹스럽고 씩씩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르치기 위해 
산 넘어 귀신 골짜기의 나무 아래 가서 앉게 하고,
자신의 들이쉬고 내쉬는 숨길을 세면서 안정을 찾도록 하였다.
"숨길을 헤아리는 수식관으로 생각을 쉬고
구하는 마음을 끊어 괴로움을 없애야 비로소 
열반을 얻을 수 있느니라."
비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그 골짜기에 앉아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형상은 보이지 않지만 
골짜기에서 귀신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점점 겁이 났다. 
숨길을 헤아릴 수도 없어 안정을 얻지 못했다. 
두려워서 그만 돌아가려고 하다가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집에 있었으면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안[열반]을 얻기 위해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있다. 
깊은 산중에서 아무 친구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으니 외롭다.
게다가 귀신의 소리가 나를 두렵게 하는구나.'
이때 마침 부처님께서 그의 곁에 오셔서 
한 나무 밑에 앉아 물으셨다.
"너는 혼자 이곳에서 정진하면서 아무 두려움도 없었느냐?"
비구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저는 일찍이 이 골짜기에 들어와 본 일이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이곳에 와 있으니, 실로 무섭고 두렵습니다."
이윽고 큰 코끼리 한 마리가 가까이 오더니 
한 나무를 의지하고 누워서 고요를 즐겼다.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코끼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아느냐? 
이 코끼리에게는 크고 작은 권속이 5백여 마리인데 
작은 코끼리들이 귀찮게 굴어 그들을 떠나 여기로 온 것이다.
코끼리는 나무 밑에 누워 
'은정(恩情)과 애욕의 감옥을 떠나 
얼마나 유쾌한가'하고 생각한다. 
이 코끼리는 짐승인데도 한적한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 
하물며 너는 집을 나와 세속을 여의려고 하면서 
홀로 외롭다고 친구를 구하려는가?
어리석고 어두운 친구는 도리어 손해가 많다. 
홀로 있으면서 맞설 이가 없고 또 번거롭게 의논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차라리 홀로 도를 닦을지언정 
어리석은 사람과 짝하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읊으셨다. 
도를 배우는 데 친구가 필요없다.
착한 벗을 만나지 못했거든
차라리 홀로 선(善)을 닦을지언정
어리석은 자와 짝하지 말라. 
청정한 행을 스스로 즐기거니
친구를 사위어 무엇하리.
홀로 선에 머물면 근심없으니
마치 빈 들의 코끼리 같으리.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그 비구는 생각이 풀리어 마침내 아라한이 되었다. 
-법구비유경 교학품((法句譬喩經 敎學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