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4년 04월 14일
장소: 천마산 팔현계곡 일대
목적: 들꽃구경...그런데 실망
지난주에 해남땅 화원지맥 갔다가 이른 봄에 진드기에 물려서
뒤지게 고생을 하고나니 맥 산행에 오만 情이 다 떨어지더라...
좋은 시절의 세월은 자꾸만 멀어지고 체력은 떨어지는데
꼭 이렇게 산행을 해야되나 싶은 생각에 自愧感이 들더라...
烏飛梨落이라 했던가.
그런중에 오른쪽 새끼 발가락에 커다란 혹이 생겨서 산행을 할때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만, 굳은 살이 박혀서 그러니
수술을 하라고 한다...수술을 하면 괜찮다고 하면서 2주정도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한참을 망설이다가 수술을 하기로 한다.
사실 난 몸뚱아리에 칼을 대고나서 지금도 너무 힘들고 살기에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암수술과 이건 다르겠지 생각을 하면서
수술을 하고 이번주에는 맥산행을 포기하고 야생화를 찍으러
다녔던 동료 찍사와 함께 오랫만에 出寫를 나간다
지하철을 타고 강남구청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한 다음에 노원역에서
다시 4호선을 환승한 후, 최근에 연장 개통된 오남역까지 간다.
이곳까지 가는데 할배라서 교통비가 무료이긴 하지만, 우리의 아들,
딸에게 짐이 되는 것 같은 느낌에 참으로 미안하다.
이곳에서 택시를 타고 팔현계곡 입구에 있는 다래산장에 도착하여
동료 진사님을 만나서 천마산 팔현계곡을 따라서 들꽃 산책에 나선다
올해 처음으로 들꽃 탐방에 나섰는데, 날씨 탓인가...꽃이 영 아니다.
올해는 일찍 더웠다가 갑자기 폭설이 내리면서 추위가 왔고,
또 다시 추웠다, 더웠다 하면서 미친년 널뛰듯이 변덕스러운
날씨 탓인지 꽃들도 종 잡을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천마산 정상으로 향하는 팔현계곡을 따라서 오르다가
가장 먼저 만난 꽃이 예전에 우리 엄니들이 시집갈 때,
머리에 쓰던 쓰개였던 족도리처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혀진 족도리풀꽃...왜이리도 반가운지...
이름에 걸맞게 수줍은 새색시마냥 이파리 아래 숨어 있어서
일반 사람들은 무심코 스치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 꽃이다
등로를 버리고 계곡으로 옆으로 향하는데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는지
꽃의 개체수도 적고, 설령 만났다고 해도 작품으로 남길만한 꽃은
별로 보이지가 않는구나...그래 꼭 꽃이 중요한 건 아니잖은가...
친하게 지내는 진사님과 소풍 나왔다 생각하고 healing 하듯 계곡을
걸으면서 오랫만에 만난 회포를 푼다.
계곡을 따라서 올라가는데 바위위에 핀 매화말발도리꽃을 만난다.
그래 너라도 나를 이렇게 반겨주니 그래 눈물나게 고맙구나...
매화말발도리꽃(꽃말:애교)
매화말도리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범의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산 기슭의
바위틈에서 1m쯤의 낮은키로 자라는 특이한 식물로 꽃이 진 뒤에 달리는
열매가 발발굽에 끼는 편자(말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덧대어 붙이는 쇳조각 )
처럼 생겼다하여 붙혀진 이름으로 꽃이 만개하며 참으로 아름다우며,
전 세계적으로 60여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매화말발도리,
말발도리, 만첩빈도리, 빈도리 등 1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
계곡 오름길에 피나물꽃이 대세이다.
이 피나물꽃이 없었다면 정말 실망하고 그냥 하산할 뻔 했다.
줄기를 자르면 노란 빛을 띤 붉은 유액이 나온다하여 피나물이라 불리는
꽃인 피나물꽃...군무를 펼치듯 무리지어 있는 모습을 보면 어느 누구든
감탄하고 마는 꽃이다
식물체 전체에 약한 독성이 있지만 어린 것은 삶아서 나물로 먹고, 식물 자체를
약으로 쓰기도 하며, 한방에서는 뿌리를 하청화근이라 하여 외상을 입은 부위에
붙이거나 환약으로 만들어 복용하여 신경통·관절염 등을 치료하고, 지혈할 때나
타박상이 있을 때도 뿌리를 쓰는 유용한 너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는 것만으로도
오늘 충분히 본전을 뽑은 셈이니 후회는 없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보라색 제비꽃...돌담사이에서 비바람을 피해서
피는 저 꽃은 나를 감동 시키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그래...! 정말 고맙다
꽃비 같은 하루
‘도착과 동시에 떠나야 하는
한 송이
누군가 그를 세고 또 센다
건네기 위해 하루를 다 쓴
한 송이
받으세요
받으시고
영원히,
받으소서
우리와 우리 아닌 것
사이에 낀
한 송이
지나쳤지?
지나쳤지
셀 수 없는, 여름이 오면 좋겠다’
- 박연준 詩『택배, 사람』
- 시집〈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문학동네
천마산을 향하는 등로를 따라서 올라가니 농장 돌담사이에
핀 제비꽃이 수줍은 새색시마냥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 옆에서 제비꽃과 동무하고 있는 양지꽃
한참을 올라왔는데 들꽃의 개체수도 적고 설령 만난다고 해도
꽃들을 작품으로 남기기에는 별로 좋은게 없다.
조금을 더 가다가 별로 마음에 드는 꽃이 없다면 철수하기로
하고 올라가는데, 70이 넘어 보이시는 두 부부들이 나물 산행을
온 행세인데, 이 분들이 물가에 자리를 잡고, 바리바리 싸온
음식에다 담금주와 막걸리로 산상파티를 벌이다가 우리를
보고는 술한잔 하고 가라고 부르는데, 오지랍 넓은 내가
이런델 그냥 지나치는 거 봤나...퍼질러 않아서 그 분들이
주는 술과 음식을 사양않고 얻어 먹다가 보니 醉氣가 오른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계곡길을 걷는다
돌 밑에서 숨어있는 점현호색을 만나는데 참으로 반갑구나.
변덕스런 날씨에 용케도 잘 버티고 있구나
현호색은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녹을 때쯤 성급하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뒤
일찌감치 한해를 보내고 사라지는 꽃으로 속명인 코리달리스(corydalis)는
그리스어로 종달새를 뜻하는데, 이는 꽃의 모양이 종달새를 닮았기 때문이다.
점현호색은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반그늘 혹은
양지의 물 빠짐이 좋고 토양 비옥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 키는 8~25㎝로
작은 편이며, 잎은 길이가 3~13㎝, 폭이 3~16㎝이며, 잎의 표면은 녹색이고
크고 뚜렷한 백색 반점이 전체에 펴져 있으며, 이 하얀 점이 있다고 해서
점현호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잎이 돋아난 모양이 꼭 삿갓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 붙혀진 삿갓나물은
진작에 꽃이지고 잎만 무성하구나...아!...가는 세월을 어찌할 꼬...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꽃은 더 보이지 않아서 이곳에서
카메라를 셋팅하고 30여분간 촬영을 한 다음에
철수하기로 한다
내려오는 길에 외롭게 피어있는 꽃황새냉이를 만난것에
위안을 삼으면서 다래산장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내려오다가 계곡에 자리를 잡고 가지고 온 김밥에다 음료수로
점심을 대신하고 조금 이른 시간에 오남역에 도착하여
집으로 향한다
아쉽다면 시기를 잘못 선택하여 들꽃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미련이 남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지인과 둘이서 호젓하게
소풍을 한 것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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