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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옛날 옛적에...

1960년대 울 엄니들의 삶

by 범여(梵如) 2010. 4. 8.

우리 동네 입구에는 술주정뱅이와 사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담도 대문도 없었다.

여자는 날마다 방문을 열어 놓고 넋을 놓고 앉아 빗살처럼 자신의 집 앞을 뛰어다니는 우리를 내다보곤 했다.

누렇게 뜬 여자의 몸은 퉁퉁 부어 손가락만 갖다 대도 물을 쏟아 낼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어느 날이었다. 한동안 굳게 닫혀 있던 그 집의 방문이 열리며 여자가 숨이 넘어갈 듯이 언니와 나를 불렀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여자의 얼굴에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엉킨 채 달라붙어 마치 귀신처럼 보였다.

우리는 여자를 보고 혼비백산했지만, 왠지 달아날 수 없었다.

애절하게 우리를 부르던 여자를 감싼 절박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여자는 어깨를 할딱거리며 힘들게 숨을 쉬면서 마취하는 듯한 강렬한 눈빛으로 계속 우리를 쏘아봤다.

우리는 멈칫대며 여자가 이끄는 대로 방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방은 컴컴했고,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자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 허둥지둥 저고리를 들춰 퉁퉁 불은 젖을 꺼내며 엉거주춤 서 있는

우리에게 앉은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러곤 우리에게 그 젖을 입으로 빨아서 짜 달라고 했다.

우리의 반응은 아랑곳없이 여자는 강제로 언니와 나에게 엄청나게 큰 젖을 하나씩 물렸다.

순식간에 입속으로 들어온 젖은 돌처럼 단단했다.

기겁을 하고 뒤고 물러나 앉는 우리에게 여자는, 가슴에 고인 채 순환되지 않아 몸살을 앓도록 하게

하는 그 젖을 제발 좀 짜 달라고 더욱 사정했다. 어둠 속에서도 번들거리는 여자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보였다.

한껏 몸을 사리던 우리는 용기를 내 다시 젖을 물었다.

그러곤 여자가 시키는 대로 힘껏 젖을 빨아들이자 미지근하고 비릿한 액체가 입 안 가득 고였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비명을 지르며 다시 젖꼭지를 놓고 말았다.

여자도 고통스러운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이를 악물고 비명을 삼키고 있었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우리는 다시 젖을 물었지만 계속 헛구역질을 하며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여자에게서 해방되자마자 어머니에게로 달려가 그 억울한 노동을 낱낱이 일러바쳤다.

뜻밖에도 어머니는 우리 편을 들어 주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우리가 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

그 길로 달려가서 여자에게 따지지도 않았고, 다시는 그런 천한 여자의 젖을 물지 말라며

우리를 나무라지도 않았다. 끝까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난 어머니는 한 여자가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분자분 이야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한 여자가 어머니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대한 일인지 일깨워 주는 어머니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지혜나 인내심이 아니었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에 대한 슬픔과, 여자로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한 공포심이었다. 그때 어머니가 딸인 우리에게 보인 모습은 최소한 우리를 편협한

인간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만일 어머니가 지나가는 말로라도 『왜 그런 여자의 젖을…』 했다면

비록 어렸을망정 우리는 밉살맞게 맞장구를 치며 모든 모성이 위대한 것은 아니며, 신분이나

처지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위험천만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의 어머니는

한번 여자로 태어난 이상 평생 여자로 살아가야 할 나의 미래에도 그 여자와 똑같은 육체적 과정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하게 일깨웠다. 그 동질성에 대한 깨달음은 성장하면서 여성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연민으로 바뀌었다.

어릴 때의 그 기억은 너무도 강렬해서 나는 지금도 가끔 그 일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곤 그 힘든 상황에 처해 있던 여자 곁에는 어쩐 일인지 남편도 아기도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그 어둡던 방의 문을 밖에서 활짝 열어 주던 이웃들도 없었음을 기억해 낸다



▲...1960 부산



▲...1962 부산



▲...1961 부산



▲...1959 부산



▲...1976 부산



▲...1971 부산



▲...1986 부산



▲...1967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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