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대한 추억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설빔 ,새 신발, 새 음식. 세뱃돈까지
그날은 명절 이상이었다.
모처럼 실컷 먹고 주머니까지 훈훈했으니
깍깍깍
울안 감나무에서 깨금발로
까치 까치 설날 노래하던 녀석은
말 그대로 길조였다.
설을 앞두고 연거푸 잠을 설쳤지만
그럼에도 눈망울에 생기가 돌았다.
가마솥의 황톳빛 엿물은 깨를 만나 강정이 되고
맷돌은 돌고 돌아 두부와 도토리묵을 만들어내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겨울꽃 같은 만두를 빚고
그렇게 떡과 전 ,산적 등 세찬 장만하느라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길은 눈코뜰 새 없었다.
함박눈처럼 온 누리 하얗게 서리꽃 피던 그날
눅진하고 달콤한 조청에 말랑말랑한 떡을 찍어 먹으면
쫀득한 맛에 ,향기 솔솔 ,은근한 목 넘김...
정말 꿀맛이었는데
그러나 이제는 설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날이 다가와도 가슴이 뛰지 않고
더 맛있는 것을 먹어도 그때만큼 맛있지 않다.
초가집 저녁 연기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뜨끈뜨근한 떡이 서서히 식어가면 굳어가듯
어느새 나이테가 하나 둘 많아지면서
마음도 무디어지고 입맛도 경화되어 가는 것일까 ?
늘 가슴을 방망이질하던 첫사랑을 회복하듯
다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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