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정(君子亭: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80호)
경상남도 함양군 서하면 봉전리에 있는 '군자정'은 조선 5현이라고 알려진 일두 '정여창 선생'과 연관이 있다.
정여창 선생의 처가가 바로 이 정자가 있는 봉전마을이었다. 그가 처가에 머무를 때 자주 머물렀던 곳에
전씨 문중의 전세걸 진사 등이 1802년에 선생을 기리면서 정자를 세운 것이다.
해동군자가 쉬던 곳이라 해서 이름을 ‘군자정’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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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의 군자정(君子亭)은 화림동 계곡의 거연정에서 물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면 보인다.
남아 있는 정자 세 곳 중에서 가장 낡았지만 건축물 자체의 비례로는 가장 예쁜 정자다.
솜씨가 빼어난 목수가 손을 댄 것이 틀림없다. 정면 세 칸에 측면 두 칸인데 특이하게 측면이 계곡 쪽을 향하고 있고,
진입도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두 칸의 측면에서 진입이 이루어지다 보니 자연히 계단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게
마련이고 그에 따라서 현판도 치우쳐 있다.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목이 누구인지 신중한 설계를 했다.
계곡에 세워진 정자이니만큼 볼 게 많은 계곡 쪽으로 정면 세 칸을 마주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을 때 계곡과 등을 진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같이 앉을 때는 건물의 길이 방향으로 서로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설계자는 이 불평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측면 두 칸을 계곡으로 향하게 했다.
그러고 보니 계곡에 등을 진 사람이 없이 모두 평등하게 계곡 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언제든지 산수를 감상하게끔 되었다.
따라서 누정에 오르는 진입도 계곡을 보면서 이루어지게 된다. 두 칸의 중심에 계단을 두면 반드시 기둥과 부딪히니
오른쪽 옆 칸의 중심으로 계단을 뺐다. 그리고 그 위에 현판을 걸었는데 한 칸에 걸리는 현판답게 크기도 적당히 작다.
실로 빼어난 안목이다.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계획되었고, 어느 것 하나 명분에 치우쳐서 무리하게 둔 수가 없다.
누 아래와 누 위의 비례도 안정되고, 누 아래의 기둥도 투박하지만 튼실하다.
그 덕에 누 위에 있는 기둥은 바위 위에서 솟은 것 같아 보이고 그 위의 지붕은 홑처마임에도 활짝 편
우산처럼 날렵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군자정이 있는 봉전마을은 일두 정여창의 처가가 있었던 곳이다.
일두는 처가에 들를 때마다 자주 이곳 영귀대에서 쉬곤 했는데 이를 기려 거연정을 지은 화림재 전시서의
후손들이 1802년 일두가 자주 쉬던 영귀대에 정자를 세웠다. 영귀대라는 큰 너럭바위가 이 건물의 주초가 되었다.
그래서 군자정에는 주초가 없이 누 아래 기둥들이 터벅터벅 바위 위에 발자국을 찍듯이 놓여 있다. 호쾌한 수법이다.
화림동 계곡에서 가장 빼어난 정자다. 건축가가 누군지 그리워진다.
함성호 시인·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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