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매일경제 독자분들께 8회에 걸쳐 전국 각지의 명품 템플스테이를 소개해 드릴 동자승 `템피(Temppy)`입니다.
글로벌 시대, 영문이름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지요(웃음).
템플스테이 하니깐 종교적으로 거부감부터 드신다고요? 아니, 아니, 아니됩니다.
그저, 요즘 뜨고 있는 에코, 힐링여행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골치 아픈 일 있을 때 휴대폰 잠깐 꺼 두시고, 훌쩍 나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지요.
나를 만나고, 서로를 알게 되는 곳, 참 나를 찾고 새 인연이 이어지는 공간, 그곳이 바로 이곳 템플, 아니 산사(山寺)입니다.
혹, 고리타분할까 걱정이 되신다고요? 절대 아닙니다. 살 빼주는 다이어트 템플도 있고, 노래하는 음악 템플도 있고,
심지어 크루즈를 타고 럭셔리하게 참선을 하는 명품 템플까지 각양각색 산사들이 독자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삶의 여백처럼 담백한 템플스테이, 구미가 당기시나요. 그럼, 서둘러 떠나보세요.
①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템플스테이템플스테이에 대한 오해 한 가지. 첩첩산중, 뭔가 거창하게 준비를 해야
경험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다. 이제부터 이 생각, 마음 비우듯 훌훌 털어 버리시라.
찾아보면 동네 카페만큼이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 템플스테이다. 그래서 준비한 첫 번째 시리즈.
`지하철 타고 떠나는 템플스테이`다. 이번주 말엔 지하철 패스만 들고 그저, 떠나 보시라. 도심 속 명품 산사로.
`힐링 캠프`를 진행하는 방송인 김제동은 틈만 나면 절을 찾는다.
그것도 북한산 자락의 진관사(津寬寺)다. 힐링 전도사가 된 김제동이 최고로 꼽는 밥이 `진관사 밥`이다.
콩잎 김치에 된장찌개를, 쓱쓱 비벼 개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전국 사찰 중 으뜸이라는 `진관사 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진관사는 독특한 사찰 음식 템플스테이의 최고봉이다.
진관사는 천년 고찰이다. 고려시대 현종 2년인 1011년 진관대사(津寬大師)를 위해 창건됐고,
억불정책을 펴던 조선시대에도 수륙재로 명성을 떨친다. 수륙재는 바다와 육지에 떠도는 불쌍하고
외로운 영혼을 위로하고자 불법을 강설하고 공양을 드리는 불교의식이다.
이 절은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TV드라마 `세종대왕`의 촬영지가 여기다.
실제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집현전 학자들의 비밀연구소로 사용된 곳도 다름 아닌 진관사다.
진관사엔 역사뿐 아니라 문화도 넘친다. 1884년 조성한 나한전과 독성전, 칠성각 등은 서울시 문화재다.
이런 곳이니 템플스테이 장소로는 제대로다.
진관사 템플스테이는 여느 사찰과는 다르다. 진관사에만 전해져 오는 사찰음식의 깊은 맛 때문이다.
사찰요리는 `오신채`(五辛菜ㆍ매운 맛을 내는 파 달래 마늘 부추 무릇 등 5가지 채소)를 넣지 않아 담백한 게 특징이다.
고려시대 국찰로서 왕실에 음식을 제공했던 내공이니, 그 맛과 화려함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터.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사찰음식과 버무려진다.
템플라이프는 그야말로 반나절 산사에 머물며 템플스테이 간을 보는 프로그램. 오후 3시까지 사찰음식,
공양, 다담(스님과 차담) 등이 여유롭게 이어진다. 본격적인 템플스테이는 1박2일이 기본. 참선, 다담, 발우공양,
예불, 108배 등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다. 사찰음식 체험, 연꽃 만들기, 전통 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이뤄진다.
물놀이, 인절미 만들기, 캠프파이어 등이 포함된 초등학생 대상의 어린이 템플스테이와 중ㆍ고등학생
전용 청소년 템플스테이도 마련돼 있다.
※찾아가는 길 :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354, (02)388-7999, jinkwansa.org
▶ 길상사, 법정스님의 흔적이
이 의자에 앉아 나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는 거야."
`무소유`의 설파자 법정 스님. 소박한 의자 하나에도 그는 의미를 심는다.
`인생을 낭비한 죄`만큼은 경계하자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법정의 흔적이 깊게 밴 절이 바로 길상사다.
길상사는 불교 용어를 빌리자면 `괴각`이다. 엉덩이에 뿔난 소처럼 괴팍한 승려를 일컫는 말인데,
이 절이 딱 그 꼴이다. 산사 길상사의 전신은 세속의 극치인 요정 대원각이다.
이런 과거사에도 화려함을 떠올린다면 이 또한 오산이다. 길상사는 상상을 깬다.
소박하다. 그저, 풋풋하다. 마치 법정의 삶을 옮겨놓은 듯하다. 여느 산사처럼
일주문도 없고 눈을 부릅뜬 사천왕상도 보이지 않는다. 그 흔한 대웅전도 없다.
이 길상사엔 명물이 하나 있다. 관세음보살상이다. 이 보살상, 태생도 묘하다.
세속과 영험함이 섞인 길상사 역사의 닮은꼴이다.
이 상을 만든 이는 조각가 최종태. 놀랍게도 최씨는 마리아상으로 이름난 조각가다.
그러니 이 보살, 생김새가 영락없이 마리아상이다. 마리아 얼굴을 한 보살상이라.
예서 왜 법정 스님은 관세음보살상의 조각을 최씨에게 맡겼을까 하는 의문이 풀린다.
이 마리아상은 종교 계파를 떠나자는 상징물이다.
그러니 이 산사는 절이라기보다 안식처다. 꼭 불자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누구든 들어와 큰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히기도 하고 함께 온 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이곳 템플스테이는 그래서 정겹다. 부담이 없다. 프로그램도 소박하다.
다도와 발우공양, 영상법문, 참선, 새벽 예불, 108배, 이완명상, 차담 및 스님과의 대화시간 등이다.
그런데 이게 놀랍다. 시간, 훌쩍 지난다. 끝나고 나면 뭔가 뿌듯한 느낌도 든다. 연꽃등 만들기,
108염주, 합장주 만들기, 명상 등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보인다. 삶이 관조된다.
요즘엔 영어 프로그램 `Hello Budda(헬로우 붓다)`도 인기다.
※찾아가는 길 : 서울시 성북구 성북2동 323, (02)3672-0036, www.kilsangsa.info
[신익수 여행ㆍ레저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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