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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역사속으로

김삿갓과 ‘서당 욕설시(詩)’

by 범여(梵如) 2013. 8. 30.

 

                                              

                                蘭皐 金炳淵(1807~1863)

 

 

                      김삿갓과 ‘서당 욕설시(詩)’

 

 

    

 

1. 김삿갓의 생애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金炳淵 1807-1863)으로 당시 세도가였던 안동김씨 후손으로 경기도 양주에

   서 태어났다. 평안도 선천부사였던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1811년)때 반란군에 투항한 죄

   로 집안이 멸족처분을 받게 되자, 병연의 엄마는 장남 병하와 차남 병연(당시5세)을 데리고 고향을 탈

   출하여 황해도 곡산에 도망가 살았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죄가 일부 사면되자 엄마는 두 아이를 데리

   고 친정인 이천, 가평을 전전하다 마지막으로 강원도 영월에 정착하였다. 와중에도 엄마는 양반가문

   의 기풍을 지니며 아들 병연에게 틈틈이 글을 가르쳤다.

 

   할아버지의 내력을 알지 못한 병연은 학업에만 정진하다 훗날 영월군에서 실시한 관료시험에 응시하

   여 뛰어난 글솜씨로 장원(수석)을 하고, 관료가 되었는데.......??

   맙소사! 당시 시험에 출제되었던 글의 제목이 ‘역적 김익순의 천인공노할 죄를 논하라’ 였는데, 병연은

   김익순이 바로 자기 할아버지인 줄도 모르고 엄청난 大욕설을 퍼부 었으니... 어찌 기막힌 운명이리

   오!

   그후 고을 안에서 김병연에 대해 좋지않은 소문이 떠돌자, 병연은 결국 어머니로부터 할아버지에 대

   한 자초지종을 전해듣고, 조상을 욕했다는 죄책감과 멸족의 자손이라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22살되던

   해에 처자식을 둔 채 홀연히 방랑길을 떠난다.

   성격이 강직했던 그는 “죄인으로서 도저히 하늘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구나!”며 삿갓을 뒤집어 쓴 채

   무려 35년 동안 전국을 방랑하다, 전라도 화순에서 한많은 삶을 마감하였다(향년 57세).

 

2. 서당 욕설시(‘辱說某書堂’)

 

   어느 추운 겨울날 김삿갓이 시골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자 서당 훈장은

   미친 개 취급을 하며 내쫓는다.  화가 치민 김삿갓이 더러운 이 욕설시를 써 붙이고 나온다.

   (밑줄친 글자가 한글 욕설입니다. ㅎㅎ)

 

      書堂 來早知 (서당내조지)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찾아 왔는데)

      房中 皆尊物 (방중 개존물)  (방안엔 모두 높은 양반들 뿐이군)

      生徒 諸未十 (생도제미십)  (학생은 모두 열 명도 안 되는데)

      先生 來不謁  (선생내불알)  (선생은 찾아와 보지도 않는구나) ㅎㅎㅎ 

      * 註 : 한시를 아는 사람 입장에서 보더라도, 즉흥적으로 내뱉는 솜씨가

              이 정도라면, 참으로 천재다운 시인입니다. ㅎㅎ)   

 

3. 김삿갓이 영월군 시험에 제출했던 <답지(答紙)>

 

  주어진 제목: 가산군수 정시의 장렬한 죽음과, 역적 김익순의 하늘에 닿는

   죄를 논하라. (論鄭嘉山忠節死 嘆金益淳罪通于天)

 

  曰爾世臣金益淳  너 세록지신 김익순은 듣거라.(←김익순이 자기 할아버지인데...)

  鄭公不過卿大夫  가산군수 정(鄭)공은 작위가 경대부에 불과했지만,

  將軍桃李隴西落  농서의 장군 이능처럼 항복하지 않아서

  烈士功名圖末高  열사로서 그 공명이 길이 빛나리라.

  詩人到此亦慷慨  시인 또한 이 일에 분개하노니,

  撫劍悲歌秋水涘  칼 어루만지며 추수(秋水)가에서 한탄하노라.

 

 

  宣川自古大將邑  선천(평안북도)은 예로부터 대장이 지켜온 큰 고을로서, 

  比諸嘉山先守義  가산 땅에 비하면 충의를 먼저 지켜야 할 땅이로다 

  淸朝共作一王臣  두 사람은 다 한 임금의 신하로서

  死地寧爲二心者  사지(死地)에 이르러선 어찌 두 마음을 품었단 말인가!

 

 

                            (중                    략)

 

 

  魂飛莫向九泉去  죽은 너의 영혼은 황천에도 못갈 것이고

  地下猶存先大王  선왕이 아직 계시는 지하에도 못가리라.

  忘君是日又忘親  너는 임금을 버린날 조상 또한 버렸으니 

  一死猶輕萬死宜  한번 죽음은 가볍고 만번 죽어 마땅하리라. 

  春秋筆法爾知否  공자의 춘추필법을 아느냐 모르느냐?

  此事流傳東國史  이 일을 동국사기에 남겨 천추에 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