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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山經表

산(山)과 봉(峰), 그리고 대(臺)는 어떻게 다를까?

by 범여(梵如) 2013. 12. 14.



 

산(山)과 봉(峰), 그리고 대(臺)는 어떻게 다를까?

 

 

우리가 산행을 하다 보면  ~산, ~봉, ~대, 라는 지명을 만납니다.

어떤 곳은 산이라고 되어 있고 또 어떤 곳은 봉이라고도 합니다.

산과 봉 그리고 대는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구분 지어

이름이 붙여졌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사전적 의미로

산은 평지보다 썩 높이 솟아있는 땅덩이로 되어있고

봉은 산 또는 산봉우리의 뜻을 나타내며

대는 높고 평탄한 토지로 나와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의 여러 지명을 살펴보니

산은 주변보다 높이 솟아있는 땅덩이 전체를 아우르거나

또는 독립적으로 솟아있는 땅덩이를 표현할 때 사용되어 집니다.

 

그리고 봉은 솟아있는 땅덩이 전체 중에서도 하나하나 솟아오른 봉우리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대도 봉과 유사한 지형에 붙여지기도 하지만 봉 보다는 규모가 좀 작은 편이지만

시야가 좋다거나 이웃 지형에 비해 특별한 지형을 형성한 곳에 붙여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우리가 부르는 도봉산은 자운봉, 만장봉 등의 봉우리가 모여있는 산군 전체를

도봉산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도봉산이라는 자체의 봉우리는 없고 여러 봉우리가 모여서 도봉산이 된 것입니다.

 

지리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천왕봉, 석봉, 영신봉, 연하봉, 토끼봉, 삼도봉, 반야봉.

등등이 모여서 지리산이 된 것이지요.

 


촛대봉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건물은 세석평전의 세석대피소이고

그 뒤쪽 봉우리는 영신봉, 먼곳 가장 높은 봉우리는 반야봉입니다.

이처럼 지리산은 많은 봉우리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설악산도 마찬가지로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황철봉, 끝청봉, 귀떼기청봉 등이 모여서 설악산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봉우리 하나만 있으면서도 산이라는 명칭이 부여되기도 합니다.

사패산, 수락산, 불암산, 유명산, 운길산, 검단산 등이 이에 해당되는 지명이 됩니다.

봉우리 하나만 있으면서 그 봉우리에 산이라는 명칭이 부여되었습니다.

 

대(臺)가 붙어있는 지명으로는

설악산의 천화대, 만경대, 북한산의 백운대, 만경대 등이 있습니다.

대라는 명칭이 부여된 곳에 올라서면 시야가 아주 넓게 확보되어 시원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경치가 일품입니다.

이러한 지형적인 형태를 미루어 보아 대라고 명칭이 부여된 곳은

산의 주 봉우리가 아닌 작은 봉우리이지만 주 봉우리 못지않게 시야가 확보된 곳으로

빼어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특이한 지형에 붙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특이한 곳으로는 엄연히 산이나 봉우리의 형태를 지녔으면서도

대라고 명칭이 부여된 곳도 있습니다. 바로 지리산의 만복대입니다.

만복대는 지리산군에 속하는 봉우리로

주변에 자신보다 낮은 작은고리봉, 큰고리봉이 있지만

정작 자신은 지리산의 만복봉이 아니고 지리산 만복대라고 이름이 붙어져 있습니다.

만복대에 올라서면 사통팔달로 확 트여져 가슴이 시원합니다.

 

지리산의 만복대입니다.

엄연한 산의 형태를 지녔지만 산도 봉도 아닌 '대'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산자락 구불구불한 도로는 정령치에 이르는 도로입니다.

 

참고로 저는 설악산 오세암 앞에 솟아있는 만경대에 오르면

그곳에서 보여주는 자연경관에 취해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내설악에 있는 오세암의 툇마루에 앉아서 보면

약간 오른 쪽에 조그마하게 튀어나와 솟아있는 곳이 만경대입니다.

 

늦가을이나 겨울에 그 곳에 올라서면 산중턱에 자리한 오세암의 고즈늑함과, 

마등령으로 오르는 힘겨운 오름길과,

남쪽 먼 곳으로는 검은 빛을 발하는 설악의 서북주능이 장엄하게 늘어서 있고

그 끝까지 연결된 능선에서 고고하고 외롭게 솟아있는 청봉이며,

소청봉부터 시작해 수렴동까지 이어지는 기기묘묘한 바위와 암릉으로

신비감을 주는 용아장성과

동쪽으로는 굵고 힘차게 오르내리며 마치 힘 자랑이라도 하듯 버티고 있는 공룡능선,

그리고 천길 발아래 휘감아 돌아드는 가야동 계곡의 은은하고 깊은 맛이

산줄기의 수많은 주름들과 서로서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 모습들은

감히 글로써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높은 곳을 오르는 산행이 아닐지라도 만경대는 언제나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이번 가을이나 겨울에 누가 함께 동행하시겠습니까?.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흘렀습니다.

 

 

봉은 주로 산군 속에 속해있는 봉우리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가끔은 독립적인 산에도 봉이라는 명칭이 부여된 곳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충주호 변에 있어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제비봉,

포천의 한북정맥길에 있는 강씨봉, 국망봉,등이 있습니다.

국망봉의 주변에 있는 산으로는 북쪽부터 백운산에서 연결되는 산줄기로

백운산 - 신로봉 - 국망봉 - 견치봉 - 민둥산 - 강씨봉 - 청계산 - 길매봉 - 운악산으로

이어지면서 산과 봉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이 국망봉(1,168m)입니다.

국망봉 주위에 능선으로 연결된 봉우리가 산과 봉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높은 지형이지만 국망봉으로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결국 산과 봉의 명칭을 부여함에 명확한 기준은 없고

대체적으로 큰 산군(山君)을 일컬어 산으로 부르고

그 산군 속에 봉우리가 존재한다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덧붙여 일부 예외인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이상하게도 산속에 산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대산은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비로봉, 호령봉, 노인봉 등의

봉우리를 아울러서 오대산이라고 하는데 동대산은 오대산 속에 있는 산입니다.

산 속에 산이 있는 것이지요.

 

설악산 속에도 산이 있습니다.

서북주능의 서쪽 끝에 안산이라고 있습니다.

장수대에서 대승령으로 올라가 십이선녀탕의 하산하기 직전에 좌측에 있는

암릉으로 구성된 봉우리가 안산이라는 지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산 속에 산이 있는 셈이지요.

 

 

대충 이해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이해해서 여러 봉우리가 모여서 하나의 산군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몇몇 예외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니 우리들이 산행을 하고 난 뒤에 누가 어느 산에 다녀왔냐고 묻는다면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앰코산악회 1차 정기산행을 예로 들어 오대산을 다녀왔다고 한다면

틀린 표현이 되겠지요.

만약에 우리들이 그때 진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동대산과 두로봉을 거치고

상왕봉, 비로봉지나 호령봉까지 가서 하산을 하였다고 가정했을 때는 

오대산에 다녀왔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 되겠지만

실제는 비로봉과 상왕봉만 거쳤기에 오대산을 다녀왔다고 하면 틀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오대산에 다녀왔다고 답을 했을 때 상대가

어? 나도 오대산 갔다왔는데?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겠지요.

상대는 오대산 노인봉을 다녀오고 나는 오대산 비로봉을 다녀왔으면서

두 사람 다 오대산 다녀왔다고 표현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상대는 오대산의 노인봉 산행을 했다고 표현하고

나는 오대산의 비로봉을 다녀왔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통상 큰 산의 주봉우리를 다녀오면 그 산에 다녀왔다고 표현해도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을 등정했다면 지리산 다녀왔다 하고

설악산의 대청봉을 올라갔었다면 설악산 다녀왔다 해도 별 무리가 없습니다.

 

지리산의 노고단에만 올라갔다 온 사람이 지리산 다녀왔다고 하면 참 묘한 일입니다.

노고단은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한 성삼재에서 50분만 걸어가면 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고도 지리산 다녀왔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리산 노고단 다녀왔다고 해야 바른 표현입니다.

설악산의 흔들바위에 가서 바위 한번 흔들고 내려와

설악산 다녀왔다고 하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가 휴일에 산행을 하고 월요일 출근하면 주변 동료들이 묻습니다.

어느 산 다녀왔냐고 말입니다.

답변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충북과 경북의 경계가 되는 이화령에서 시작하여

조령산, 신선암봉, 새재, 마역봉, 부봉, 탄항산을 거쳐 하늘재에서 산행을 마쳤는데

어디를 다녀왔다고 해야 할까요?

 

좀 복잡하지요?

그래서 다녀온 곳 중의 대표적인,

그나마 지명도가 높은 산 하나인 조령산 다녀왔다고 합니다.

만약에 산꾼들끼리 질문을 하고 대화를 하였다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옳습니다.

 

백두대간 이화령 - 하늘재 구간 다녀왔다라고 말입니다.

또는 백두대간 조령산 구간 다녀왔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제 우리산악회도 산행 능력을 조금씩 조금씩 향상하여

종주산행 위주로 할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지리산의 천왕봉부터 성삼재까지 종주 산행을 했는데

누군가 어느 산 다녀왔냐고 물어온다면 그냥 지리산 다녀왔다고 할 것입니까?

아니면 지리산 종주하고 왔다고 할 것입니까?

 

까이꺼 뭐 대충 대충 살지 뭘 그리 복잡하게 사느냐고 하시고 싶죠?

우리가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산꾼이 되고자 하는데

비록 사소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정확하고 분명한 개념이 정립이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주절주절 했습니다.

 

 

 = 퍼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