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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佛 敎 ♣/禪詩 ·茶詩·漢詩

천금에 값하는 한 조각 구름 / 소요대사

by 범여(梵如) 2014. 8. 7.

천금에 값하는 한 조각 구름 / 소요대사

紫陌紅塵尺許深 [자맥홍진척허심]
幾多遊官客浮沈 [기다유관객부침]
誰知一片白雲壑 [수지일편백운학]
天付貧僧値萬金 [천부빈승치만금]
번화거리 붉은 먼지 한 자나 깊어 허구많은 벼슬아치
뜨락 잠기락 누가 알까 한 조각 구름 덮힌 골짜기가
가난한 중에게 하늘이 준 만금의 값어치

윗 시는 소요대사가 산 속에 사는 회포(山中영懷)라 한 시의 하나이다.
산 속과 대비되는 속세. 그것도 인간적 호사스러움으로 가득차 있는
장안의 거리와 대비되는 산속을 읊었다. 이 장안 거리에는 오늘도 세속의
부귀를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벼슬아치로 분주하다.

이 분주한 거리에는 붉은 먼지로 가득 찬 거리이지만 속세의 벼슬아치에게는
황금의 거리로 보인다. 이 거리의 발길에 따라 세속적 영화의 길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세속적 인심의 추향은 장안 거리로만 달리는 것이다.
여기에 대비되는 산중의 도량은 번화함보다는 적막함으로 항상 싸여 있다.
저쪽이 있음이라면 이쪽은 없음으로 대칭되고, 저쪽이 부자라면 이쪽은
가난으로 대표되는 공간이다. 저쪽이 붉은 먼지(紅塵)로 상징된다면 이쪽은
흰구름(白雲)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공간이 바로 산 속이요

그 속에서의 삶을 즐기는 것이 산승이다.
그러기에 작자는 가난한 중이라 하여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있고 없음, 곧 많이 가짐과 적게 가짐으로 가난과 부자의 기준이 될 수 있으니
장안거리의 호사스러움이 많음과 산속의 초라한 정적은 부자와 가난의 맞섬의
절정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많고 작음이라는 가시적 양적 기준에 따라 빈부의
구별이 성립되니 산중과 도성은 어쩔 수 없는 빈부의 격차이다.

그러나 가시적 양이 아닌 떠안고 있는 값어치 곧 가치가 빈부의 기준이라면
꼭 양의 다소에 구애받을 일도 아니다. 어차피 산에 사는 산승에게 세속적
기준에서 가난으로 규정됨은 당연하지만 자연으로 대표되는 하늘(天)의
인정척도로야 반드시 그럴 이유가 없다. 한 조각으로 정양되는 흰 구름이며
값어치로야 만금이라는 극한의 다량으로 계산될 황금의 가치이다. 이 시는
이렇듯 세속의 질량을 벗어난 빈부의 세계를 보인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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