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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佛 敎 ♣/부처님 같이

빈 그릇에서 배운다

by 범여(梵如) 2016. 12. 9.



빈 그릇에서 배운다 / 법정스님

 

이 가을 들어 나는 빈 그릇으로 명상을 하고 있다

서쪽 창문 아래 조그만 항아리와 과반을 두고 벽에 기대어 이만치서 바라본다

며칠 전에 항아리에 들꽃을 꽂아 보았더니 항아리가 싫어하는 내색을 보였다

빈 항아리라야 무한한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

텅 빈 항아리와 아무것도 올려 있지 않은 빈 과반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어느새 텅 비게 된다

 

무념무상, 무엇인가를 채웠을 때보다 비웠을 때의 이 충만감을

진공묘유 라고 하던가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빈 그릇에서 배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