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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백두 대간및 9정맥 후기♣/금남호남정맥(終)

금남.호남정맥 제2구간 - 수분재에서 신광재까지

by 범여(梵如) 2011. 1. 10.

 

○ 산행일자 : 2011.01.08~09(무박산행)
산행날씨 : 새벽엔 살짝 눈이 내림. 오후부터 맑고 쾌청한 날씨
○ 참석인원: 백두대간 산우회 20명과  함께
○ 산행거리 : 도상거리/ 17.8㎞ + 데미샘 1.4km + 어프로치 2km / 12시간 40분 소요          
○ 산행코스 : 수분재-신무산-차고개-합미성-팔공산-서구리재-오계재-삿갓봉-시루봉 -신광재
○ 소 재 지 : 전북 장수군 장수읍, 천천면 / 진안군 백운면 / 임실군 성수면

 

남쪽 지역에 눈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3년 6개월에 걸친 1대간 9정맥을 마치기 위한

대장정에 차질이 생기면 안되기에 토욜 밤이면 부처님에 대한 禮敬에 신앙처럼 산을 떠난다.

오전에 학교 정각원에서 열린 법산스님의 퇴임법회에 참석하고 저녁 6시에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한 후에 집에 와서 챙긴 베낭을 메고 양재역으로 향한다.

서울과 가까운 관계로 자정에 차를 타자마자 잠에 골아 떨어진다.

지난해 연말 직원에 대한 배신감을 잊어 버리려고 애를 쓰건만 사바세계 사는 중생이라

그런지 아님 수행이 덜 된 불제자인 탓인가...  덜커덕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니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인삼랜드 휴게소에 정차를 한다. 바깥 날씨가 상당히 추운지

버스 차창이 다 얼어서 밖을 볼 수가 없다. 잠시후에 장수I.C를 빠져나와 19번 국도를

따라가다 지난번 하산 구간인 수분재에 도착하니 새벽 4시이다.

이곳 수분재 휴게소와 주유소는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침묵만이 흐른다.

장비를 준비하고 새벽 4시 20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이곳에 엄청나게 눈이 많이 왔는지

불도저로 밀어낸 도로가 눈이 대충 어림잡아 50cm는 넘어 보인다 

 

오늘 산행구간의 지도와 고도표

 

원래는 수분재 고개를 넘어 철탑을 올라타서 당산재를 거쳐 뜬봉샘 정자로 가야 정맥길의

원칙이나 집행부에서 그쪽은 길도 험하고 특별한 것이 없기에 수분 마을 거쳐서 가기로 결정을

한다. 나 역시 집행부의 의견을 따라서 그 길을 걷기로 한다.

수분재(539m)

 수분재(령)은 장수에서 남원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의 고개로 장수읍 수분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고개 꼭대기에서 물이 솟아나서 물줄기가 갈라진다. 이곳에서 물줄기가 북쪽으로

 흐르면 금강, 남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이 되는 분수령을 이루는 곳이라 해서 수분령이라 부른다.

진안에서는 이곳을 섬진강의 발원지로 주장하고 있다.

수분령은 신무산의 오름목이며 금남호남정맥의 줄기이기도 하다.

금강이 시작되는 수분마을(04:20)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수분마을로 접어든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지붕엔 고드름이 주렁주렁...

동네 개들이 총집합하여 베르디의 오페라 노예들의 합창이 아닌 개들의 합창을

들어면서 마을길을 지나간다. 아마 베르디가 요즘 사람이었다면 멋찐 곡을 작곡했을지도...

다만 요즘 구제역이다 뭐다하여 심신이 지쳐있는 농촌에 계신 분에게 참으로 미안하기만 하다. 

수분령은 장수에서 남원으로 넘어 가는 그저 평범한 고개이지만 아는만큼 감동이 온다 했는가

 물길을 나눈다 해서 수분재 빗방울이 남원쪽으로 떨어지면 섬진강, 장수방향으로 떨어지면

금강으로 대청호물이 되는 곳이다.반면에 이고갯길을 따라 신무산 방향으로 가면 부여의

구두레 나루터까지 산줄기가 이어지고 백마강앞 부소산에서 마감을 하는 곳이다

수분마을을 거쳐서 뜬봉샘으로 향하는 산꾼들

금강 발원지 장수 뜬봉샘(04:45)

전북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의 신무산(897m) 8부능선에 자리한 뜬봉샘이 금강의 발원지다.

뜬봉샘은 용담호와 용담댐, 금강하구둑 등을 지나며 약 400km를 흐르다 서해바다 하구로

빠져나간다. 뜬봉샘의 이성계의 건국신화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곳이다.

이곳은 이성계가 왕이 되기전 기도하던 곳으로 조선 건국의 계시를 받아 큰 봉황이

날아 올랐다하여 '뜬봉샘'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후 이성계는 단 옆에다 상이암을 짓고,

 옹달샘물로 제수를 만들어서 천제를 모셨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신무산에서 봉화를 올리며 이 고장의 재앙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하여

산의 군데군데에 뜸을 떳다고 해서 뜬봉샘이라 부른다고 한다.

 

 뜬봉샘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장수와 진안 땅을 적시며 흐르던 금강은 진안

용담호에서 물길을 멈춘다. 그리곤 다시 무주로 흘러들어 여러 골짜기에 물을 합해서

충남 금산을 지나고 영동과 옥천을 지나면서 대청호에 도달한다.

금강은 백제의 고도 공주와 부여를 거치면서 백마강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금강은 다시 서천과 군산을 가르면서 서해로 흘러들어 장장 407.5km의 대장정을 마친다.

완만하게 구비쳐 흐르는 모습이 비단과 같다고 해서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강이라 불렀다. 

 

 어쟀던 금강은 여기서 북향으로 흘러 부여에서 소정방이 용으로 변한 의자왕을 백마를 잡아 낚았다는

치욕의 백마강으로 잠시 바꾸고 다시 금강이란 이름으로 백제의 영화와恨이 서린,민중의 애환이 핏물처럼

뜨거운 동학군 전봉준과 금강,부패한 상류사회를고발한 채만식의 탁류,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서해로 조용히 들어간다

수분마을을 가로질러 미끄러운 눈길을 걸으며 정자에 도착하여 숨을 한번 내쉬고

정맥길에서 200m 떨어진 뜬봉샘에 도착하여 물한모금을 마신다.

추운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물은 차갑지 않고 먹을만하다. 옆에 있는 쪽박으로

물한모금 마시니 물맛은 참으로 좋다

샘주변은 돌로 원을 그리며 쌓아 놓았으며, 그 아래에 흐르는 샘물을 받아 마실 수

 있게 해놓았다. 돌로 만들어진 긴 수로를 따라 아래로 흘러간다. 뜬봉샘에서 신무산

정상까지는 2km로 등산로를 따라 4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뜬봉샘 발원지 안내판

신무산(神舞山:896.8m:06:15)

정상에 오르니 눈속에 파묻힌 임실 428 재설이라는 삼각점이 있다.

신이 춤을 추는 형상을 보인다고 해서 신무산이라 칭한다고 한다.

장수읍 수분리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 산의 북동쪽에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이 있다. 이곳에 있는 대성농장의 철조망이 정맥길 능선을 점령하고

있어 산행에 불편하기 그지없다. 고려시대에 왜구들이 창궐할 때 이곳

신무산에서 허수아비를 유인해 왜구를 물리쳤다는 기록이 있다.

 

神舞山 표지목 아래에 적힌 성적산(聖跡山)이라는 표기는 아무래도 여암 신 경준

 선생의 산경표에 수분령과 팔공산 중간에 위치한 산이름을 따 온 모양이다 

뜬봉샘에서 신무산 오름길은 정말 악천고투이다. 허리춤까지 빠지는 눈길이 오늘 산행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다. 어쩌다 맨앞에 서는 바람에 졸지에 싸이즈가 적은 범여가 러셀까지

하는 역할을 맡게 되다니... 더군더나 능선에는 바람이 눈이 옮겨놓는 바람에 정말 힘이든다.

거기다가 얼마나 힘들게 용을 썼는지 신무산 정상에 오르니 왼쪽 아이젠이 없어져 버렸다.

2km의 눈밭을 35분에 도착하니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속옷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버렸고...  

신무산에서 대성목장이라는 엄청난 목장길 철조망을 30분이나 끼고 내려오다

 도착한 곳이 차고개다.

차고개(06:45)

전북 장수읍 용계리와 임실군 산서면 대성리 경계에 위치한차고개는 작고개,자고개라는

여러가지 이름으로도 불리며  13번 국도가 통과하는 한적한 오지도로이다.

고갯마루에는 대성고원이라는 정상석이 있건만 무슨 의미인줄도 모르고

가야길을 재촉한다.

목장 철조망을 끼고 내려오는 길은  엄청나게 쌓인 눈으로 인해 아이젠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급경사에다 날씨가 어두워 아예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굴르면서 내려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같다. 차고개에 내려오니 간간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간단하게 휴식을 취한후에 합미성으로 향하는 길은 등로가 뚜렸하다.

이 말은 일반 등산객들이 다닌다는 뜻이다. 합미성에는 사진한장 제대로 건지지 못했다.

카메라 밧데리가 얼었는지 갑자기 작동이 되질 않는다. 얼른 꺼집어 내어 품안에 안고

체온을 유지한 후 작동하니 되기 시작하는데 벌써 길은 합미성에서 멀리 간 뒤다.

대성리 갈림길(07:30)

합미성을 지나니면서 서서히 동이트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너무 진을 뺀 탓인지 모두다

축쳐지고 후미그룹들이 뒤쳐지는 바람에 합미성 바로 아래서 바람을 피하면서 간식으로

원기를 보충한다. 3시간이 지났는데도 거리를 얼마 줄이지 못했고 갈수록 고도를 높아

지는데 자꾸만 시간이 지체가 된다. 서서히 팔공산 가는 오름길이 힘이 들어만 간다.

팔공산 가는 길에서 바라본 합미성(合米城) 

전북 장수군  장수읍 사천리 177-1에 있는 금.호남 정맥길에 있으며 

1985년08월16일  시도기념물 제75호 (장수군) 로 지정되었다.

합미성은 "후백제(892년-936년)때 돌로 축성된 성으로
전라북도  장수읍 해발 800m의 산능선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산성이다.

합미성이란 이름은 후백제 때 성에 주둔한 군사들이 먹을 식량을 모았다하여 붙여진

것이라 하는데, 당시 군사들이 쓸 물을 땅속으로 보내던 수로관 시설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성의 둘레는 970척(320m)이며, 높이는 바깥쪽이 15척(4.6m), 안쪽이 5척(1.6m)이다.

 현재 대부분의 성벽은 무너져 내린 상태이며, 다만 북서쪽과 남쪽의 일부 성벽만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다.

이 수군(守軍)터는 와전되어 오늘날에는 쑤구머리로 전해지고 있다.

 성터에서 3㎞쯤 떨어진 곳에 신무산이 있는데, 이곳에 허수아비로 군사를 만들어

 적군이 합미성으로 오지 않고, 신무산으로 유인하여 적을 무찔렀다고 한다.

지금도 성터가 남아있으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땅속을 파보면 불탄 쌀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고도가 평균 1000m이상 되는 상당히 높은 곳이다.

그리고 무진장으로 불리는 무주, 진안, 장수, 정읍, 고창, 부안등은 눈이 강원도보다도

더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눈의 양은 정비례하여 많아지고 그에

반비례하여 산행속도는 그 만큼 늦어진다. 팔공산 오름길은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힘이들고 마땅히 식사 장소를 찾지못해 늦은 식사시간으로 인해 체력은 급격하게

떨어지는 느낌이다. 안부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도 산꾼을 괴롭힌다.   

온 산이 하얗게 순백색의 새옷으로 갈아 입었다.

팔공산 정상은 송신탑과 기상 레이더 관측소에 빼앗기고 어느 산악회에서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자연석에다가 정상이란 표시를 해서 세워 놓았다.

팔공산 정상에 세워진 레이더 관측소와 통신기지의 모습

팔공산(八空山: 1151m:08:40)

팔공산하면 우리나라 국민들 십중 팔.구는 대구근교에 있는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속설 때문에 해마다 수백만명의 불자들이 찾는 갓바위

부처님(관봉석조여래좌상)이 있는 선본사의  대구 팔공산(850m)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곳 금.호남 정맥길인 장수와 진안의 경계 능선에도 우람하고 멋있는

팔공산이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대한민국 청정지역에 있는 이곳은

가을에 오면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멋진 산이라고 하는데 겨울 설경도 정말 장관이다.

높이도 대구 팔공산보다도 300m이상이나 더 높으며 저 아래 설경에 파묻힌 장수읍내는

참으로 고요롭게만 보인다. 짙은 눈보라로 인하여 전망은 꽝이다.

팔공산 정상 이정표

아침 시간이 너무 늦어 일행들이 모두 지쳐 있었다. 그 와중에도 경험이 많은 동료산꾼

마카루님이 통신시설 기지옆에 폐건물을 하나 발견하여 식사장소를 준비해놨다.

15명이상이 좁게앉아 아침상을 펼친다. 너무 힘들고 추웠던 탓에 커다란 시에라 컵에

이스리를 가닥 채워 연거푸 2잔을 마셨는데도 소주맛이 아니라 맹물 마시는 기분이다.

시린손을 호호불며 보온병을 열고 밥과 김치찌게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조금은

살것 같은데 시간이 갈수록 날씨는 자꾸만 더 추워진다. 다시 베낭을 꾸리고 몸이 식기전에

서둘러 일행들보다 먼저 길을 떠난다.

팔공산 정상에서 200m 떨어진 헬기장가는 길은 정말 환상의 눈길이다.

팔공산 헬기정상에 있는 삼각점 

헬기장을 출발하여 서구리재가는 길은 우측의 전북 장수읍과 좌측의 임실군 성수면의

경계능선을 따라 계속 걷는다. 바람의 영향으로 인해 안부 능선에는 많이 쌓인곳은

눈이 허리까지 차온다. 아랫쪽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뚜꺼운 겨울장갑에다 1회용

비닐장갑까지 끼었는데도 손가락이 꼭 잘려나가는 기분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이 서서히 햇살이 보일려고 한다. 햇볕이 나면 조금 덜 춥겠지 뭐...

군계일학(群鷄一鶴)이 아닌 군잡일송(群雜一松)

오늘구간은 흔히 한국의 산에서 대표할 수 있는 소나무가 없다는 점이다.

갈참나무와 싸리나무, 진달래등은 많이 보이나 소나무는 정말 보이지 않는다.

가뭄에 콩나듯이 가끔 한그루씩 소나무가 보이는게 안쓰러워 보일 정도이다.

자꾸만 환경변화로 인해 소나무가 사라져가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서구리재에서 바라본 운무에 가린 팔공산

장엄한 팔공산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해도 신비에 가깝다.

짙은 雪霧에 가려 마치 소세양의 애간장을 다 녹인 황진이의 치마폭처럼  

산꾼 범여의 애간장을 다 녹인다.

저 멀리 좌측에 보이는게 소덕태산이고 우측에 뾰족한 부분이 선각산이다

산꾼들에겐 생명줄과 같고 은인과도 같은 시그널이 잔뜩 걸린 서구리재

서구리재(鼠九里峙:11:10)

눈덮인 산죽길을 밟으며 내려서 도착한 곳이  서구리재이다.

정맥길에서 300m 정도 내려가면 전북  장수읍과 진안군 백운면을

 통과하는 742번 지나가는 곳으로 동물이동통로까지 설치되어 있다.

동물을 배려한 것이 가상스럽다. 그래 동물이 없으면 인간도 살지

 못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모양이다.

항상 궁금하면 풀어야하는 범여의 성격상 아직 동료들이 오질 않은

탓에 베낭을 정맥길 삼거리에 벗어놓고 도로까지 갔다온다. 

 

전설에 의하면 교통이 아주 불편한 시절에 사람들이 이 재를 넘어 전주등지에

생필품을 운반할 당시 쥐 아홉마리가 줄지어 가는 것을 보고 서구이치

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 서 자를 서녘 (西)라고 표기하지만 옛날에는

쥐 (鼠)자를 써서 서구이치(鼠九里峙) 불렀다고 하는데 지금은 변음이

되어 편한 발음으로 서구리재로 많이 불리워진다고 한다.

서구리재 삼거리

서구리재 동물통로에서 바라본 천상데미와 985봉

나무에 매달려 기이한 모습을 한 눈의 모습

서구리재에서 천상데미가는 길의 능선에서도 눈의 양은 장난이 아니다.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흙 한번 밟지않고 산행을 끝내야 할 정도로 눈 천지다

850고지에서 1080고지를 치고 오르는데도 눈길이라 그런지 체력소모가

상당히 많은 느낌이고 자꾸만 걸음이 느려진다. 완주해야 할려면 체력안배에

신경을 써야 할 듯 싶다.

눈속에 파묻힌 장수읍내의 모습

985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팔공산의 모습

이런 호젓한 길을 걸을땐 서산대사의 禪詩가 떠오른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 눈 덮인 들판을 갈 때에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 모름지기 어지럽게 걸어가지 말지니.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라.

천상데미(1080m:11:45)

985봉에서 동료산꾼들이 휴식을 취할 때 데미샘이 눈에 아른거려서 혼자 먼저

길을 나섰다. 베낭을 데미삼거리 벤치에 벗어놓고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데미샘

으로 내려간다. 이정표엔 670m라고 표시해 놨는데 내리막길인데 길이 거의없고

눈이 무릎이상 파고들고하여 마침 고글스키를 타고가는 느낌으로 도착하니

15분정도 소요하고 데미샘에 도착하였다. 샘 동쪽에 솟은 작은 봉우리를 동네 주민들은

 천상데미(1,080m)라 부르는데, 이는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굳이 데미샘을 풀이하자면 천상봉에 있는 옹달샘, 곧 천상샘이 되는 것이다

인고의 세월을 거친듯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老木

데미샘의 발원지 표시판

섬진강 발원지 표시석

데미샘(12:00)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은 이 봉우리에서 조금 내려간 곳에
위치한다. '데미'는 '더미'의 전라도 사투리로 산봉우리를 뜻한다고 한다.
강의 분수령이 되고 원천이 되는 샘이 산 정상부에 있는 특이한 경우다.
섬진강은 이곳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에서 발원, 500 여리를 남하하며
임실군 운암호, 구례군, 하동군 화개장터를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오랜 세월 남도 땅을 적시고 유장히 흘러온 섬진강의 발원지는 진안군 백운면 신원리

 팔공산(1,151m) 북쪽 기슭을 흐르는 상추막이골의 ‘데미샘"이다. 

데미샘 근처에 설치되어 있는 벤치에 오늘의 주인공은 눈이구나.

데미샘에서 바가지가 없어서 허리를 굽혀서 물한모금을 마시니 청정지역답게

물맛이 정말 꿀맛이다. 그리고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샘에는 김이

난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길을 나서는데 동료 산꾼들은 한명도 내려오지 않고

벌써 저 능선 너머로 길을 가는 모습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시간상으로 약 40분정도 차이가 나는것 같다. 따라잡기 쉽지가 않을것 같다.

그런데 마음만 급했지 자꾸만 미끄러져 내려오고 또 미끄러진다.

0.67km를 35분이 지나서야 정상에 도착해서 벤취에 두었던 베낭을 메고 불알에

요령소리가 나도록 뛴다. 이건 산행이 아니라 완전히 특전사 동계훈련하는

기분이다.  안부아래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옷이 흥건히 젖는다. 

가야할 능선이 아직도 많은데 몸은 자꾸만 말을 듣지 않는구나

눈 덮인 삿갓봉의 설경이 정말 환상적이다.

와룡 휴양림 삼거리(12:50)

정신없이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주위에 진달래 나무에 할키면서 와룡휴양림 삼거리에

도착하니 저 아래 오계치에 동료 산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휴~ 한숨이 나온다.

이제 긴장이 풀리면서 다리에 힘이 빠진다. 아예 내리막길은 굴러 내려온다는 표현이

맞을정도로 오계치에 도착하니 햇살은 따스하기만 하다.  

 

오계치<재>(五鷄峙:13:00)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와 장수군 천천면 와룡리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로 오른쪽 길은 장수군 와룡휴양림으로 내려서고
왼쪽 길은 방문자 안내센터가 있는 신암리로 내려서고,
직진하면 팔각정, (선각산,) 삿갓봉 오르는정맥 길이다. 

 

오계치란 산 아래에서 보면 닭 다섯마리가 걸어가는 형상이라고 하여

오계치라고 부른단다. 오계치에서 다시 급경사의 능선을 오른다.

저 위에 팔각정이 하나 보인다. 선두가 팔각정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무전이 들린다. 부지런히 치고 오르는데 갑자기 허기가 지면서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런데 비상식량이 서서히 동이나기 시작한다.

평소 같으면 이 거리는 정오(12시)경에 하산할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야할 거리가 상당하다. 베낭 무게땜에 최소식량만 준비한게 화근이다.

급경사에 로프가 있는곳에서 후미를 따라 잡았다.

지나온 능선 - 저 너머 지나온 팔공산이 아련하게 보인다

팔각정에서 바라보니 저 너머 거창의 진산인 계관산이 뚜렸이 보이고

그 앞에는 백두대간 마루금인 백운산과 금남. 호남정맥의 시작점인

영취산이 뚜렸이 보인다. 참으로 기분이 너무도 좋다. 우측으로 눈을

돌리니 아련하게 지리산의 능선과 반야봉도 보인다. 

범여가 조금전에 지나온 천상데미(1080봉) 등로도 뚜렸이 보이고...

팔각정 능선에서의 범여

삿갓봉 가기전에 설치되어 있는 팔각정

주변에 전망은 정말 굿이다.

삿갓봉(1114m  13:50)

팔각정에서 동료 산꾼들을 만난다. 주위의 전망은 정말 죽여준다.

지난온 팔공산과 천상데미 능선 저 멀리 지리산 능선이 사람을 흥분케한다.

중간으로 눈을 돌리니 거창의 진산 계관산도 보이고 그 앞에는 백두대간 마루금인

백운산과 호남정맥의 시작점인 영취산도 뚜렷이 보이며 좌측에는 범여가 가장 사랑하는

산인 남덕유산과 서봉이 금방이라도 내곁으로 달려올 듯이 눈앞에 다가온다.

허기진 내 모습이 안타까운지 어느 여성 산꾼이 사과 한조각을 주는데 얼마나 꿀맛인지...

산행을 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가 내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볼 때가 아닌가싶다.

팔각정과 이별을 하고 눈길에 조심스레 걸으면서 도착한 곳이 삿갓봉이다 

망바위(14:10)

삿갓봉에서 20분에 도착한 망바위. 상당히 높은 지역에다가 차가운 바람은 얼굴을 마구 때린다.

서서히 기온이 떨어지고 음지라서 그런지 상당히 춥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아 서둘러

길을 떠난다. 길이 썩 좋지않고 오계치부터는 우리 일행이외는 지나가지 않아서 일종의

러셀을 하면서 걸어야 하기에 마음만 급했지 전혀 산행속도를 낼 수가 없다. 이젠 베낭에

남은 것은 초코파이 2개, 초콜렛 1개, 비스켓 1개, 오렌지 쥬스 반병밖에 없다. 아무래도 최대한

아끼고 체력안배를 하면서 걸어야 하는데 자꾸만 걱정이 앞선다.

홍두깨치<재>(15:00)

예전이 이곳에 붉은 복숭아 밭이 많았으며 복숭아 재배가 성행한 모양이다

그래서 붉은 복숭아(紅桃) 많이 나온다고 해서 홍도깨치라고 부르다가

부르기 쉽게 변음이 되어 홍두깨치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홍두깨재는 아무래도 붉은 봉숭아 농사를 지은 흔적은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복숭아 나무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우측에는 갈참나무 천지이고 우측에는 인공조림된 편백나무

군락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산행대장님이 후미에다 자꾸 무전 연락을 하더니만 아무래도

후미가 늦는 모양이다. 후미를 기다리기에 비상식량이 바닥난 범여는 대장님과 이별하고 서둘러

시루봉으로 향한다. 산행이 어디하나 쉬운곳이 없듯이 엄청나게 높아 보이는 시루봉이 지쳐있는

범여의 기를 팍 꺾어 버린다. 자꾸만 다리가 후들거려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

초코파이 2개와 오렌지 쥬스 반병을 마신다. 이젠 남은 건 초코렛과 비스켓 한조각 뿐이다

시루봉(15:40)

엄청나게 힘이들게 올라온 곳이 시루봉이란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시루봉이란 표식은 없고

덕태산 정상 1.70km란 표식만 보인다. 지도상에는 시루봉과 사두봉이란 표식이 되어 있는

지도들이 있어 혼란스럽다. 정확한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여기에서  우측으로 기수를 내려

신광재로 향한다.  내려가는 길은 아주 급경사에다 엄청나게 눈이 많이 있어 상당히 힘이든다.

신광재 내려가는 길은 눈이 엄청나게 몰려있는데다 안부에서 불어오는 바람때문에

눈발이 너무 날려서 눈을 뜨기가 힘이든다. 더군더나 약 2시간 가까이 혼자 산행을 하니

약간 두려움이 앞선다. 거기다가 서서히 해가 기울고 저 높은 산에는 어두움이 약간 밀려온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뛰다시피 하니 목이 탄다. 할 수없이 능선에 있는 눈을 한주먹을 입에 넣는다.

그래 이 맛도 괜찮구먼 허허 범여가 뭣이 아쉬워 이 고생을 하나 그놈의 1대간 9정맥이 뭐기에... 

신광재의 화전민 밭이 서서히 보이니 안심이 되기 시작한다.

저 너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중에 장수를 지나가는 고속도로 교각도 보인다.

신광재 하산길에서 바라본 남덕유산과 서봉

내가 다닌 많은 산중에서도 겨울 덕유산만큼 멋진 산은 없었다. 그중에서 남덕유산, 서봉을

거쳐서 육십령으로 걷는 그 길 그런데 아마 올 겨울에는 그 길을 걷지 못할것 같다.

내 사랑하는 여인만큼이나 내 너를 좋아하는 남덕유여 그리고 서봉(장수 덕유산)이여! 

신광재 화전민밭에 눈으로 된 켄바스

어느 미술가가 이보다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까?

시루봉에서 40분만에 천신만고 끝에 신광재로 통하는 밭에 도착한다.

2명만이 내 앞을 통과한 모양이다. 그래도 이 발자국만 있으면 조난당할 일은 없겠지

산을 내려와 밭을 지나면서 너무 방심하다가 까닥하면 이곳 신광재 밭에서 묻힐뻔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선답자의 길을 따라가는데 갑자기 푹빠진다. 눈으로 덮인 농로의

맨홀 뚜껑으로 몸이 빠져 버렸다.  몸이 팔아래까지 쑥 들어간다. 그나마 다행인게

베낭을 맨 탓에 더 이상 들어가지 않고 겨우 발버둥쳐서 빠져 나온다. 어~휴 십년 감수했네.

하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가 인생을 마치는 것도 멋지긴 한데. 아직도 1년반을 더해야

마무리가 되는데 아무래도 부처님의 가피인가 보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신광재(16:00)

오늘은 여기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이곳은 전라북도 장수군 천천면 와룡리와

진안군 백운면의 경계로 정맥길 마루금을 깍아서 산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있다.

임도에 올라서니 서서히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세찬 눈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이다. 아직도 어프로치구간이 2km 넘게 남아있는데

자꾸만 맘만 급해지는데 쌓인 눈 때문에 걸을 수가 없다. 임도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니 와룡리로 내려서는 임도가 보이고 시그널도 잔뜩 걸려있다.

화전민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민가 2채는 폐허처럼 변해있다.

오늘의 하산지점인 와룡리(17:00)

신광재에서 트럭이 다닐 정도의 임도길인데도 불구하고 눈이 너무 쌓여서

도저히 속력을 낼 수가 없다. 자꾸만 주위는 어두워지는데 동료 산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산이라서 날은 훨씬 빨리 어두워진다.

아직도 내 뒤에 많은 산꾼들이 남아 있는데 걱정이 된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을 아시나요?

천천면(天川面) - 강원도 오지보다도 더 골짝이다. 정맥길이 아니면 이런곳에

올 수 있을까 천천면이라 하늘과 개울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붙혀진 이름인가...

와룡리 자연 휴양림 가는 이정표

버스 정류장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