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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일반산행 ♣/梵如의 山行記

후배 산꾼들과 남덕유산에서

by 범여(梵如) 2009. 12. 21.

코스: 영각사-남덕유산-월성치-삿갓봉-삿갓재 대피소-무룡산-동업령-백암봉-횡경령-송계사(19,3km,12시간 소요)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 그리고 호남지역에 폭설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산행이 상당히 망설여진다

갈까말까 몇번이나 머리속을 복잡하게 한다. 그래도 후배들과의 약속이기에... 백두대간 끝나고 이젠 조금

쉬고 싶었는데.. 김해에 있는 친구가 이젠 여유를 가지고 산 좀 그만 타라고 충고(?) 했는데

범여의 역마살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밤11시에 차에 오르는데 어리버리한 등반대장 덕분에 눈 한번

못 부치고 산행을 시작했다. 영각사 도착할 쯤 부터 눈으로 인해 차가 산행 입구까지도 가지 못해 도로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눈이 꽤 싸였고... 오랫만에 일반 산행을 해본다. 어쩌다 보니 맨 선두에 섰다.

 

등산로가 눈에 싸여 앞이 안보인다. 내가 잘못하면 40여명이 개고생이다.

자신없는 구간은 G.P.S에 의존하고 1300고지 오니 눈보라에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겁이나서 계단을 꼭 잡고...남덕유를 찍고 얼른 월성치로 향했다. 추워서 도저히...

삿갓봉 도착 즈음에 여명이 밝아오고 주위는 온통 백색의 세계. 상고대로 덕유산을 뒤덮었다.

이 기분. 이 짜릿한 쾌감에 산에 오는거 아닌감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강한 눈보라에 20m 앞도 보지 못한다는 점이고. 부지런히 삿갓봉을 찍고

대피소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한 후에 무룡산을 향했다.

이제는 눈보라와 싸워야 했다. 얼마나 바람이 센 지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동업령부터 백암봉 가는 길은 이 추위에도 왠넘의 산꾼들이 많은지... 정체가 되어

또 하나의 장애물로 등장하고. 거기다가 매너없는 산꾼들이 범여의 눈을 거슬리게 한다.

 

후배들은 자꾸만 뒤처지고 백암봉 지나 횡경령 가는 길은 허리까지 차는 눈으로 고생을 했고,

횡경령에서 송계사 계곡 급경사는 무릅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그래도 무사히 마치고 다섯명의

후배들과 맥주에다 소주말아서 닭도리탕에 원삿하는 이 기분. 이불속에 있는 친구에게 꼭 전하고 싶다

니 넘들이 게맛을 알어    

산행깃점인 영각사(경남 함양소재) 입구에서 - 눈이 많이와서 버스가 움직이지 못해 도로에서 산행시작

큰산은 아무에게나 산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영각사에서 남덕유산까지 4.2km 오랫만에 일반산행을 하니 어색하다.

평소하던대로 하다보니 맨 선두에 서게됐다. 많은 눈에다 길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잘못하면 40여명이 모두 알바를 하게된다. 눈이 많고 길이 너무 미끄러워 빠르게 치고

나갈 수도 없는 형편 천신만고 끝에 남덕유산 정상.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맨 처음

밟은 이 기분은 쿠~~울하다.

몸을 가누지 못할만큼의 눈보라에 근방 손은 얼어버리고 명산은 아무한테나 자기를 허락하지 않는구나

남덕유산에서 월성치 가는 길은 며칠새 쌓인 눈은 허벅지까지 오고... 그리고 계속 내리는 눈으로 인해

아이젠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내리막 길엔 아예 엉덩이를 대고 미끄럼질한다. 주위는 칠흙같이

어둡기만 하고...

어느 산꾼이 얘기했다.

가도가도 삿갓봉이 보이지 않아 그냥 포기하고 가잔다.

그냥 계속 걷다 보니 그곳이 삿갓봉이란다.

 조금만 서있어도 손이 얼어 버린다. 살을 에이는 추위는 정말 겨울 산맛(?)을 느끼게 한다. 

덕유산은 온 천지 눈으로 뒤덮여 있고... 정말 장관이다.

얼어 죽을려고 산에 간다고 말리는 친구들에게 하고픈 말 니넘이 게맛을 알어

이곳까지 오는데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이상 지체되었다. 허기가 진다. 대피소에 오니 추위를 피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산꾼들로 人山人海를 이루고 후배 산꾼들과 식사를 한다. 지난번 구룡령의

 슬픈 기억에 난 빵과 주스, 우유와 비상식량으로 식단을 짰다. 근데 후배들은 코펠에 보신탕까지 싸왔다.

대간팀들에겐 상상도 못할 식사 준비를 한다. 선두로 부지런히 걸어 향로봉을 찍고 백암봉으로 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만찬이 길어지질것 같고 후배들 기분 맞춰줘야지 

나는 보신탕 냄새도 못 맡는데 후배들은 정말 맛있게 먹는다

무룡산 정상(1491m)에서 후배 산꾼들과

 

동업령 가는 길에서의 후배 산꾼들 - 40중반이 넘은 산꾼들의 천진난만한 모습

덕유산의 상고대

후배와 동업령(1320m)에서

덕유산은 온 천지 눈으로 뒤덮여 있고... 정말 장관이다.

사람이 꼭 날아만 갈것 같은 기분이다. 시간상 덕유산 정상을 찍고 백암봉오기는 불가능한 시간이다.

근데 자꾸만 후배들이 처지기 시작한다. 거기다고 국립공원 등산로를 한달동안 묶었다가 해제한지 5일밖에

안되어서 그런지 이 구간은 서울시내 교통체증 만큼이나 심하다 

꼭 사람이 날아 갈것만 같은 백암봉 정상(1503m)

 백암봉에서 횡경재까지 가는 길은 눈이 허리까지 찬다. 도저히 속력을 낼 수가 없다

거기다가 이렇게 많은 눈에는 아이젠은 무용지물이다. 그냥 감각으로 다니는 수 밖에...

허기가 지기 시작하고 뒤따라 오는 후배산꾼은 쉬어가자고 보챈다. 초콜렛과 커피한잔으로 허기를 달래고... 

 하산길의 송계사 계곡

오늘의 하산 지점인 송계사 계곡 매표소(경남 거창군 북상면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