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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梵如의 日常 ♣

조금 덜 채워지는 넉넉한 마음으로

by 범여(梵如) 2011. 10. 17.

나의 친구여 나의 님이여 이곳으로 오세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은빛의 춤사위가 아른거리는... 낙엽 태우는 매캐한 연기속의 내움이 피어오르는 이곳에 가을이면 잘 익은 대추를 따서 대추차를 끓이고 잘 익은 오디술을 담아 그동안 소식이 뜸하던 소중한 인연속의 친구와 님들을 초대해서 깊이묻어둔 정이 둠뿍넘치는 마음을 나누고... 별 총총한 뜰에서 낙엽태우며 황토에싸 고구마를 구워 가며 세월의 책장을 넘기고 오손 도손 그동안 못다한 우리들에 대화의 꽃을 피우노라면 향기 잃어 점점 퇴색되어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삶의 밭에 한 송이 친구와 님과의 고운 풀꽃이 환히 피어나리라 ... 대지위에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잠시쉬었다 다시 흘러가는 게 삶이고 결코 머물수없는것이 우리들의 오늘임을 알기에 낙엽 태우는 매캐한 연기속의 내움이 피어오르는 이곳으로 쪽빛 하늘 흰구름 흐르는 바람에 억새의 은빛 춤사위가 흥이겨운... 나의 친구에 나의 님이여 이곳으로 ......... 오랜 세월동안 안부연락 한 번 없었던 진주의 친구가 느닷없이 전화가 옵니다. 가을산이 이쁘다고 자기네 사는 곳 산으로 오라는 것입니다. 친구란 세세한 삶의 이야기가 없어도 아무 때나 들이닥친 전화 한 통에 그 동안의 자잘한 이야기가 다 들어있었답니다. 주고받는 짧다란 대화 속에 한 계절의 안부가 녹아 흐르고 중년의 나이가 무색하게 까까머리 시절의 모습으로 빠져들곤 하지요. 지금의 모습보다는 함께 정을 나누었던 그 시절의 모습으로 남아 있으니 그래서 어릴적 친구를 보면 옛생각에 편안하고 부담 없나봅니다. 수년 긴~ 시간만에 짧은 시간의 통화지만 세월의 간격을 넘어버리는 것도 코흘리게 시절의 친구이기에 가능한것이 아닐까요. 너네 부모님, 내부모님 너의가정, 내가정을 훤히 꿰뚫고 살아온 시절이 우리,가슴에 흐르기에 이제 흰 머리 듬성듬성한 지금에도 우린 격의없는 친구인 걸. 언제든 어깨동무하며 재잘거리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 있는듯 없는듯 고요함으로 내 안에 친구의 정이 흐릅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느닷없이 전화가와 야~!밥먹었니? 어제 만나 한참이나 떠벌이던 사람 마냥 격식같은 거 따지지 않는 것이 어릴적 나의 친구입니다 나의 님입니다 항상 나에게 편안함속의 나의 친구~~~! 아무때나 그려지는 얼굴 영원한 까까머리 소년으로 내 마음 속에서 아직까지 언제나 그모습이 흐릅니다. 사는 날까지 기쁨과 반가움을 잃지 않는 마음으로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가리라 벌써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서산마루에 걸터앉아 기울어가는 노을빛 그리움을 토해내고 한 웅쿰 부여잡은 가을 그 소중한 자리에 추억의 그림자 잠시 쉬어가라 붙잡아봅니다 차마 뿌리치지도 머물지도 못하는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낙엽의 그 깊은 속내를 그대는 아시는지요? 희망의 봄을 일깨울 나목의 분신 하나 살며시 잠재워 놓고 바람 따라 유랑하는 나그네 되어 떠나갑니다. 친구여 님이여...! 유난히도 심란한 요즘의 삶을 살아가는 시간입니다. 그래도 제아무리 세상이 어수선하고 심란하여도 오늘도 하늘은 높아만가고 붉은빛의 단풍은 남으로 향하며 억새는 아침 저녁의 햇살에 더욱더 고운빛으로 살찌웁니다 그런사이 가을은 조금씩 조금씩 저물어 가고있습니다 이렇게 가을이란 계절은 조금씩 조금씩 끝을 향합니다 황금빛 들녁도 추수을지나 황금빛 살찌움을 비우고 조금씩 조금씩 흙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이렇게 시월의 중순도 끝나가고... 나뭇잎들이 빠알갓고 노오랏게 물들어 가는 이유을 아세요?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하여... 모질고 힘든 겨울이란 계절속의 매서운 시련과 호된바람을 이기기며 새로운 내일의 삶을 찾기위하여 제 스스로 제 자신을 서서히 말려버리고 자신을 비우는 결과입니다 억새의 아름다움도 심한 바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부딧치고 밀릴때 억새는 가장 현란한 춤을 춥니다 바람이 거셀수록 억새의 춤사위는 화려합니다 하루 하루 여름의 연속과도 같은 깊어져가는 가을 하루 하루 예측 할수없는 사회의 변화 뭇상한 흐름속의 가을 우리들의 생활도 우리들의 삶도 이렇게 이렇게 밀리고 부딪히며 변하고 익어가는데... 이러한때 조금 부족한듯이 우리들의 마음을 비우고 조금 덜 채워지는 넉넉한 마음으로 조금 물러서는 여유로움으로 서로의 이해와 믿음속의 사랑을 간직 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속 시월의 월욜 아침에 대모산 개포골에서 범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