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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백두 대간및 9정맥 후기♣/백두대간 1차 북진(終)

백두대간 5구간 - 복성이재에서 중재(中峙)까지

by 범여(梵如) 2010. 1. 14.

산행일시: 2010년 1월 2일

산행코스: 복성이재-치재-꼬부랑재-다리재-봉화산-944봉-936봉-광대치-월경산

              중치-중기마을(14km: 약 4시간 소요)

 

범여가 정확하게 2009년 1월 4일 이곳 복성이재에서 백두대간이란 걸 처음 접했다.

그땐 백두대간이 뭔지 뜻도 몰랐고 의미도 몰랐다. 그저 知人따라 대간이란 걸 시작했다

아무런 의미도 두지 않았고 그저 겨울산이 좋아서 시작한 산이 점점 호기심이...

白頭大幹에 빠져들었고 그 이후 중독이 되어 남들이 2년이상 걸리는 세월을 11개월에

완주를 했다.그러다 보니 무박으로 한 곳이 많아 자료도 없고 기억에 남는 것이 없어서 전부 다는

아니지만 틈나는 대로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지나간 대간을 복습해보련다

 

이제 즐기면서 내가 살아 있다는 것(活着)을 보여주기 위해 선두에 서지 않고 즐기면서 대간의

의미를 새겨 보려고 맨 처음 대간을 시작한 복성이재를 찾았다.

차에서 내리니 오늘 아침에 이곳에 눈이 꽤 눈이 많이왔다보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이...

산행대장의 구령에 따라 몸풀기 체조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절대 선두로 나서 주마간산처럼

산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일부러 중간에 섰다. 근데 그넘의 조급증이란 버릇이 나온다.

 

앞에서 못가는 사람을 추월하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치재에서 아니다싶어 뒤로 처지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간다. 이 재미도 솔솔하다. 최근 무척이나 추운 날씨에 몇겹을 입은 옷을

벗기 시작한다. 걸으면 왠만한 추위는 견딜수 있다. 오늘의 주 포인트 산인 봉화산에 도착했다.

밀려오는 눈구름으로 인해 시야가 넓지 않으나 저 아래 흥부마을과 지리산이 아련히 보인다.

오늘 코스는 사실 대간 산꾼들에겐 보너스구간이다. 봉화산만 올라오면 시간당 4km정도

칠 수 있는 구간이다. 특별한 구간도 없고 능선을 타면서 업다운도 심하지 않다 

 

대간 코스에서 살짝 벗어난 月鏡山에 올라가 실망도 많이 했다. 급경사 내리막길에서 전나무

숲에서 뿜어내는 山냄새는 머리를 맑게한다. 중치(中峙)를 지나 오늘의 하산지점인 중기마을 가는

길은 오지중의 오지(奧地). 아마 대간을 타지 않으면 이런 산골은 내 평생 올 수 없는 곳.

산악회에 준비한 떡국에다 막걸리 한잔에 피로는 온데간데 없고... 올 한해 산행을 이렇게 시작하네

복성이재에서 시작한 대간하고 연애한 희미한 첫사랑(?)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복성이재에서 중재까지의 지도

복성이재(550m)

전북 남원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 경계로 751번 지방도가 지나는 복성이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다

복성이재에서 대간 마루금은 서서히 키를 높여간다. 경사가 급하지는 않으나 봉화산까지 쉬지 않고 올라간다.

꼬부랑재 올라 가는 길에서 바라본 지난 11월 30일에 산행했던 아막산성터(전북 남원시 아영면 소재)

봉화산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눈속 파묻혀 한가롭기만 흥부 마을( 전북 남원군 아영면 성리마을)

“형수님 저 흥분되(데)요” 이 말을 들은 형수는 주걱으로 시동생을 패댄다.

 형수가 성희롱하는 시동생을 그냥 놓아둘 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고전 소설과 사투리가 적당히 어우러져

만들어진 익살스러운 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오늘 대간은 복성이재에서 시작하여 중재로 이어지는 구간(약 14km)이다. 오늘의 구간에서는 아무래도 흥부전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듯하다.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백두산 방향으로 나아가다 복성이재 오른쪽에

흥부마을(아영면 성리)이 있다. 그런데 여기가 원조 흥부마을이라고 하면 화를 낼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인월면 성산리 사람들이다. 수년전 서로 흥부 마을 원조라고 시비가 붙었을 때 모 대학팀이 고증한 결과

성산리는 흥부의 출생지 그리고 성리는 발복지라고 결론을 내리며 분쟁을 잠재운 바 있다. 그러고 보니 형수

 성희롱 사건은 주무대는 아영면 성리가 아니라 인월면 성산리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성산리는 놀부마을인 셈이다.

그런데 흥부전이 픽션이 아니었던가? 지금까지 픽션으로 알고 있었는데? 하여간 흥부전이 픽션이든 아니든

 흥부는 놀부의 등쌀에 못 이겨 고향을 떠나 먼 곳으로 가서 새로운 둥지를 튼다. 여기가 바로 아영면 성리이다.

 멀리 갔음에도 대간을 넘어서지 못하고 복성이재 아래 마을에 자리잡은 것이다.

어쨌든 대간은 열심히 그리고 착하게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흥부전을 통해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봉화산 정상 부근은 온통 철쭉이다. 그래서 봉화산은 봄의 철쭉 구경대상지로서도 유명한가보다. 

철쭉밭이 아니라 철쭉 터널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정도로 눈 속에 철쭉나무가 많다. 근데 몇년전

큰 산불로 인해 철쭉이 많이 소실되어 지금은 철쭉이 타버린 그 자리엔 억새가 자리를 메우고 있다.

치재(660m) 정상의 모습

751번도로가 복성이재를 안고 돌아 간다면 치재는 남원과 장수를 연결하는 단축로

고개인데도로가 확장 포장됨으로 죽은 고개가 된 듯 보인다. 치재는 깊은 안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정말 아무것도 볼품없는 고개이다. 철쭉이 우거져서 봄이면 장관을 이룰 지는 몰라도

겨울에는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

꼬부랑재 가는 길에서의 범여

지도에 꼬부랑재라 나와있다.

백두대간길에서는 민밑한 안부를 지나며 꼬부랑재라는 느낌을 느낄 수 없다.

대간길 능선과 동쪽 655봉과의 사이에 있는 고개로 치재와 연결되는 꼬불꼬불한

임도를 두고 꼬부랑재라는 이름이 형성된것 같다.(범여의 생각 中에서)

 

 몇년전에 산불로 인해 설치한 봉화산 정상의 산불 감시 카메라가 산꾼들을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정상에 있는 그 자체도 흉물이지만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구절이 자꾸만 떠올라 썩 기분이 않좋네...

봉화산 정상(919.8m)

철쭉이 곱기로 유명한 봉화산이다.5월 중순경 만개하는 환상의 철쭉군락과 늦가을 낭만의 억새평원이 

시원스레 펼쳐지는 곳이다. 행정구역상 전라북도 남원시와 장수군, 경상남도 함양군의 경계를 이루며,

봉화 흔적은 없지만 과거 봉화가 올랐을 것으로 추측이 될만큼 조망권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오늘은 꽝이다. 주위의 시야는 좋으나 싸라기눈에다 눈구름이 몰려와 잘 보이지는 않으나

분명히 조망권은 좋다.  내가 지나온 지리산 구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덕유산을 어려품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인생 또한 지리산이나 덕유산처럼  과거와 미래가 분명하다면 살아가는 재미가 배가될 것인가 아니면 반감할 것인가......

곧 부질없는 생각임을 깨닫고 다시 광대치를 향해 길을 나선다.

지리산을 뒤돌아보고 덕유산을 바라보면 ‘산에 간다’라는 것을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라는 상념에 잠긴다.

 사람(人)이 산(山)에 가니 이는 곧 신선(仙)이 되는 길일 것이다. 그럼 하산하면? 하산은 통상 골짜기를 통해 한다.

 골짜기(谷)에 사람(人)이 들어가니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俗)이다.

 따라서 인간은 산을 숭배하기도 하고 경외시 하기도 하는 풍습이 생겨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광대치 가는 길에서 만난 묘지 - 아무 걱정없이 저 눈속에 파묻혀서 고이 잠든 그대는 누구신지요?

마루금 능선에 위치한 묘지들은 눈속 파묻혀서 깊은 잠에 빠져있다. 춥다는 생각보다는

포근하게만 느껴진다. 어차피 인생이란 이 세상에 왔으면 반드시 돌아가는 법이거늘

무엇을 슬프하고 집착하랴. 생사윤회(生死輪回)가 만물의 법칙이거늘...

흡사 개구리 입모양처럼 생긴 바위 (광대치 가는 길의 능선에서 만나다)

944봉 정상에서 

이젠 눈발이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한다. 억새 군락지라 그런지 자꾸만 미끄럽다.

저 멀리 지리산은 보이지도 않고 먹구름만 자꾸 짙어만 간다.

백운산 가는 길의 이정표

이 구간은 지리산의 험한 구간을 내려와 전북 남원, 장수, 경남 함양을 지나면서 남원 주천면에서 함양 서상면까지

 남덕유산 올라가기 직전까지 숨을 고르기 위한 구간. 900~1200m의 대간 능선 타는 맛이 쏠쏠하다

936봉 정상에서 목을 축이면서 한숨을 돌리고... 

기왕 이정표를 세울 바에는 산의 높이도 같이 기록하면 얼마나 좋은련만...

얼마나 답답했길래 어느 산꾼이 메직펜으로 표시를 해놨구나 이보시오 고마우이

모든것을 다 비우고 버리고 벌거벗은 갈참나무

산을 타면서 느끼는 건 자연은 참으로 위대한 스승이란 걸 느낀다.

아무런 욕심도 없고 모든걸 버리고 비우면서 사는 그 자세가

우리 인간들은 많은 걸 깨달아야 할 것이다.

광대치 정상에서

봉화산에서 광대치까지 4.7km... 흥부마을로 유명한 전라북도 남원시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

그리고 경상남도 백전면의 안부 능선을 타고 지나간다.

광대치로 가는길은 닿을듯 닿을듯 하지만 작은 봉우리 넘고나면 또 다른 봉우리연속 생각보다 긴거리였다

날씨가 좋으면 전망이 정말 곳이련만 오늘은 좋은 작품만들기는 틀린것 같다.

약초재배 단지를 지나니 또다시 허기가 진다. 뱃속에 거지가 들었는지... 

하얀 눈밭에 주저앉아  빵과 과일을 곁들여 따끈한 커피에다 복분자로 원기를 보충하고

 한참을 걸어 광대치에 도착한다.  우측아래까지 임도가 훤히 보이는데 

광대치 마루턱은 우거진 잡초속에 희미하게 자리할뿐....특별한 의미는 없고 그냥 고갯길일 뿐이다.

약초 재배단지의 휀스에 걸린 산꾼들의 리본 

광대치에서 따뜻한 대추차 한잔으로 몸을 다스리고 깔닥고개를 치고 오르는데 싸락눈이 온 몸을 때린다.

광대치지나 월경산으로 오르는길은 가파른 오르막으로 숨이 차온다

잠시 쉬었다 심호흡하고 다시 오르고....

힘들게 능선위에  올라서니  왠 철책선이 길게 자리한다. 철책 홴스를 끼고 좌측으로

90도를 꺽어서 간  이곳에서 약초 재배하고 산나물 재배하는  사람들이 방어벽을 쳐놓은 것이었다

싸락눈이 점차 굵어지기 시작한다.. 아직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기에 맘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월경산 정상(981.9m)에서 초라한 표식판을 배경으로 

월경산 정상에는 삼각점은 있는데 눈에 파묻혀 흔적조차 볼 수없고 나무로 막혀 조망은 없다.

여인네들에게 한달에 한번 손님으로 찾아오는 그 산 (?)이 아니고 달거울을 뜻하는(月鏡山)이다.

왜 여길 월경산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이해가 안된다. 작명가의 실수가 아닌가 싶다

장수군을 벗어나 정상은 함양땅에 있어서 일까 삼각점에 "함양"이란 문구가 있다.경남 함양군 백전면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월경산(月鏡山)은 여성의 생리적 현상인 月經과는 관련이 없는것 같다.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울 동네 뒷산인 대모산 봉우리보다도 못생긴 곳을 거기다가 표식함 보소 하도 미안하니

어느 대간 산악회라는 곳에서 코팅으로 붙여놨다. 그렇지 않으면 그낭 지나치는 곳이다. 거기다가 대간 지도표에는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다. 이 코스는 대간 능선이 아니고 약 300m 정도 비켜나 있다.(아주 실망한 곳이다)

월경산에서 중치로 내려가는 길 

나는 이런 호젓한 길이 좋다. 명산이란 곳에 들어가면 저자거리처럼 북적대는 곳보다는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이런 곳이 맑은 기운을 더 느낄 수 있어서 좋은가보다 

오늘의 하산 지점인 중재 정상에서

월경산에 올라 실망만 하고 다시 마루금으로 되돌아와 중치 내려가는 산을 한바퀴 휘이 돌면서

내림길을 택한다. 아이젠을 착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미끄럽다.

 눈앞엔 바로 다음 산행때 넘게될 함양 백운산과 영취산 무령고개위로 장안산까지 꽉들어찬다

백운산(1278.6m) 바라보고 또보면서 중재로 향한다.

 

지리산을 벗어나 여기까지 오면서 숨고르기를 하였는데 남덕유산을 오르기 위한 워밍업을

해야 하는 셈인가 다음에 오를 백운산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오늘산행의 마지막 구간 마루금인 중재에 도착했다

중재는 백두대간의 마루턱이면서 동서로는 장수군 번암면의 지지리와 함양군 백전면의

 중기 마을로 내려서는 길목이다

중기마을 하산하는 길에서 

산행을 하면서  얻은 진리 하나. 걷고 또 걷다보면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

운산리 중기 마을 가는 길은 참으로 호젓하다. 정말 오지마을이다.

내가 백두대간을 종주하지 않으면 내 평생 이런 골짝에 올 일이 있을까

좌측에 벌목장을 끼고 내림길에 강원도 산속에서나 볼 수 있는 폐가(廢家) 한채를

만난다. 그 옆에는 토종 벌통들이 보인다.

힘들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백두대간의 매력에 푹 빠져드는 마력은 무엇일까???

오늘의 하산 지점인 중치 아래에 있는 중기마을(경남 함양군 백전면 운산리 소재)

중치에서 약 20분 가까이 호젓한 산길을 걸어 내려오니 우리를 태운 버스가 보인다.

게울가에 옷과 신발을 딲고 버스에 탑승하여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산악회에서 마련해주신

떡국과 소주와 막걸리를 곁들여 함께한 동료 산꾼들과  식사를 마치고 고불고불한 길을 내려와

88도로를 거쳐서 대진고속도로에 들어선 후 깊은 잠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