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 쓰는 '백두대간'이란 말이 있다.
대부분 알고 사용하겠지만 우리가 어린 시절 지리교과서에서 배운 '산맥'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접근과 분석을 한번 해보자.
우리가 배운 교과서엔 한반도는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14개의 산맥으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분지로가 개념을 정립했다고도 돼 있다.
그러면 백두대간은 또 어디서 나왔고, 산맥과의 차이는 뭐란 말인가?
우선 산맥에 대해서 여태 나온 설명에 대해 다시 한번 살표보자.
산맥은 고토분지로가 한반도의 자원을 침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반도의 땅밑 지질을 중심으로 엮은 체계를 말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땅밑 같은 지질이 연속된 지형을 파악하고, 거기에 산맥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근대 지질학적 관점에서 최초로 한국 산맥체계를 발표했다는 점에서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로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산맥의 개념은 뭔가?
두산 백과사전엔 '산맥이란 산지나 산봉우리가 선상(線狀)이나 대상(帶狀)으로 길게 연속되어
있는 지형'이라고 정의돼 있다. 한국민속문화대백과 사전에는 '산맥이란 산악들이 선상이나 대상으로
줄지어 솟아있는 형태의 산지 지형'이라고 나와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산맥(mountain range))이란 산지(mountains)가 좁고 길게 연속되어 있는 지형'으로 돼 있다. 고토분지로의 일본의 지리학 사전엔 '산맥이란 산정(山頂)이 거의 연속해서 길게 선상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적혀 있다.
고토분지로는 일본의 지리학 사전에도 나와있는 산맥의 개념을 정면으로 뒤짚으면서 한반도에서 새로운
산맥 개념을 정립했다. 1903년엔 펴낸 그의 '조선산악론'을 통해서다.
그는 이 책 서문에서 266일 동안 망아지 4마리와 인부 6명을 데리고 하루 20킬로미터씩 답사했다고 적고 있다. 1901~1902년까지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이 노골화 되지는 않았지만 자원 수탈을 위해서 정보를
수집할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고토분지로의 답사는 그 일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그의 한반도 산맥 체계를 현대적 시각에 분석해보면 그가 실제 다녔다고 한 지역은
땅밑 지질학적 특성이 비슷하지만 그외 대부분의 지역은 지질구조와 상당히 다른다는 게
지형이나 위성분석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사실은 그 엉터리에 가까운 산맥체계가 아직까지 우리 교과서에 버젓이 올라있고,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일제시대부터 학습해온 고토의 제자들이 아직까지 우리
학계를 잡고 있어 그 이론을 바꾸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론 수정이 되는 날, 그들의 학문 밑바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현재 교과서의 산맥체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형태로 올라있다.
원래 고토분지로는 땅밑 지질 개념에 바탕을 두고 만들었으나, 이후 지리학자들이 한반도의
지형을 이해시킨다는 명목으로 산지의 분포나 산줄기의 연속성에 맞추어 계속 변형시켜 왔다.
땅밑 지질 기준에 땅위 산지를 엎어놓은 셈인 것이다. 제대로 맞을 리 없다.
대표적인 오류가 어디에도 없는 북한의 강남산맥과 남한의 차령산맥이다.
강남산맥은 압록강과 거의 평행하게 동서방향으로 큰 산줄기가 뻗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지질조사를 해본 결과, 크고 작은 산줄기들이 남북 방향으로 뻗어 있었고, 차령산맥은 남한강 등
여러 강과 하천으로 중간에 완전히 단절돼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산맥체계의 허점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으나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 정도로 접고 백두대간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두류산~금강산~설악산~오대산~속리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말한다. 백두대간의 개념을 처음 사용한 인물은 도선국사(道詵國師)로 알려져 있다.
도선국사는 '한반도 산세는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에서 그친다며, 그 산세는 뿌리에 물을 품은
나무줄기의 지형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 국토를 한그루의 나무에 비유했다. 백두대간이란 용어는 조선
중기 이익의 성호사설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어 조선 후기 지리서인 산경표에서 한반도 산줄기와 갈래,
그리고 산의 위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백두대간, 장백정간과 13개 정맥으로 산줄기에 위계를 부여하여
체계화 했다.
이 산경표가 실제 산줄기와 물줄기의 흐름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 방식은 산과 강에 대한 독특한 인식체계로서 '강이 흐르듯 산이 흐르며, 산은 강을 가르고,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기준에 따라 분류했다. 이른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다.
따라서 산맥은 땅밑 지질에 따라 정리한 개념이고, 백두대간은 산줄기, 산지에 따라 이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교과서에 실려있는 산맥 지도는 완전히 변형된 체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산맥 개념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80년대 초 지금은 고인이 된 고지도 연구가 이우영씨에 의해서다.
이후 30년 가까이 산맥과 대간(일종의 산줄기) 논쟁을 벌이고 있으나 끝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학자들의 고집인지,
소신인지는 알 수 없다. 단지 국민들은 정확한 지식을 배우고 싶을 뿐이다. 다양한 이론을 배우는 것과 정리되지
않은 이론을 배우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산맥 논쟁을 끝내고 통합이론을 내야 할 때가 아닌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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