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암서원(筆巖書院:사적 제242호(1975.04.23 지정)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에 있는 서원으로 2019년 7월 6일, 오늘날까지 한국에서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되어온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이며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맞게 바뀌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되어 다른 서원 8곳과 함께 한국의
14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필암서원은 1590년 하서 김인후(1510-1560)의 후학과 호남 유림들이 중심이 되어 건립되었으며,
1786년 하서의 사위이자 문인인 고암 양자징(1523-1594)을 추배하였다.
특히 필암서원은 1659년 필암으로 사액을 받았으며, 하서 김인후 선생은 호남에서 유일하게 문묘에
배향된 점에서도 이 지역의 선비 문화를 대표하는 서원이다. 그리 높지 않은 유민산이 뒤를 감싸고 있는
가운데 평지에 자리 잡은 필암서원은 선현에 대한 제사 공간과 교육 및 학문 수련의 공간, 휴식공간
그밖에 장서 보관 기타시설 등 조선시대 서원의 기본구조를 잘 갖추고 있다.
특히 확연루의 현판 글씨는 우암 송시열이 직접 쓴 글이다.
필암서원은 옛 규모를 잘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보물로 지정된 고문서(노비보, 원장선생안,
집강안, 원적, 봉심록, 서원성책 등)와 인종이 하서 선생에게 하사했다는 묵죽도, 하서유묵 등 60여건의
자료가 여전히 남아있다. 1868년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전국 서원 중 47개소만 남게 되었는데
그 중 미훼철 서원이며, 일제강점기나 6.25사변 때에도 피해를 면한 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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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건축은 후기로 올수록 장판각이나 장경각, 누각이 사라지고 19세기에 오면 사당과 강당만으로 구성되는
단순한 형태를 띠게 된다. 필암서원(筆巖書院)은 이러한 서원건축의 변화에 많은 추정을 가능하게 해 준다.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1510∼1560)와 그의 사위인 고암 양자징을 모신 필암서원은 우여곡절을 여러 번 겪었다.
1590년 장성읍 기산리에 처음 지었는데 정유재란 때 불에 타버려 1624년에 다시 지었고, 1662년에 필암서원으로 사액되었다.
그러다 1672년 지금 위치로 옮기게 된다. 그리고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서 제외된 전라남도 지역의 유일한
서원이 되었다.
필암서원은 다른 서원처럼 앞에는 강학공간이 있고 뒤에는 제향공간을 두었지만, 강학공간의 구성은 다른 서원과 다르다.
보통 서원의 강학공간은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앞에 나오고 강학당이 다음에 있는데, 필암서원은 반대로 강학당이
앞에 있고 기숙사가 다음에 있다. 말하자면 보통은 정문-누마루-동재와 서재의 마당-강학당-사당 순으로 서원의 축이
형성되는데, 필암서원은 누마루-마당-강학당-동재와 서재의 마당-사당 순으로 이루어진다.
필암서원은 제향 중심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사당을 중심으로 강학공간의 마당을 놓으면서, 출입을 해결하기 위해
‘ㅛ’자 아래 다시 ‘ㅁ’자로 마당을 두었고, 누마루인 확연루(廓然樓)를 세웠다. 그래서 확연루와 강학당인 청절당(淸節堂)
사이의 마당이 오히려 일반적인 서원의 마당처럼 별 기능 없이 관념적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확연루를 들어서자마자
확연한 마당이 펼쳐지는 것이다.
확연루는 ‘군자의 가르침은 확연하여 크게 공정하다’는 정자(程子)의 글에서 따온 것이다.
서원의 출입이 마치 살림집의 안채로 들어가듯 청절당의 옆으로 들어가게 되어있는 것도 특이하다.
이 특이함이 새롭지는 않은 것은 거기에서 조선 성리학의 쇠락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함성호 시인·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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