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佛 敎 ♣/禪詩 ·茶詩·漢詩

이 맑은 가난 바꾸랴 / 오암대사

by 범여(梵如) 2014. 10. 14.

이 맑은 가난 바꾸랴 / 오암대사

久喫山家味 [구끽산가미]
元非俗士身 [원비속사신]
誰將千濁富 [수장천탁부]
換此一淸貧 [환차일청빈]
談話傾同座 [담화경동좌]
肝腸絶點塵 [간장절점진]
仙姿高出世 [선자고출세]
覺岸佛應親 [각안불응친]

오래도록 산 집의 맛을 씹으니 원래 세속 선비의 몸 아니다.
누가 천만의 혼탁한 부자 가져다 이 맑게 가난한 한 삶 바꾸랴
이야기는 같은 자리에 마음 기울고 오장 육부에 한 점의 먼지도 여의다
신선의 자태로 속세를 높이 벗어났으니 깨달음의 언덕에 부처님과
가까우리. 위의 시는 오암(鰲巖 1710~1792)대사의 시이다.

대사의 법명은 의민(毅旻)이고 오암은 호이다. 속성은 김해김씨이다.
원래 사대부의 가문으로 세속적 학문에도 깊은 조예를 가졌다.
특히 시에 있어서는 하나의 생활로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시에 이런 것이 있다. “시 끊기면 곧 내가 없고 내 생애에 어찌 시
끊기랴 유유히 시와 나는 세세 생생 서로 따르기 원해

[詩絶方無我 我生豈絶詩 悠悠詩與我 世世願相隨]”라 하였다.
제목이 ‘來因’이다. 유래가 있는 인연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숙명적 인연인 것이다. 시의 제목은 ‘늙은 농부’이다.
욕심 없는 농부의 예찬이요, 어쩌면 자신의 모습을 빗대어 이른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첫 연에서 산에서의 음식을 즐겨 원래 속사가 아니라 함이 자신의 처지를
이르려 한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행장에 보면 척박한 논밭의 수입을
가난한 어버이의 봉양거리로 보냈다 하니, 대사 자신이 농사를 직접 지은
농부의 신세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첫 연에서 속세의 선비는 아니라
하면서, 다음으로 이어진 말이 이 청빈함을 바꿀 수 없다하니 자신의 모습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혼탁한 부자의 표현을 천번은 더 흐리다 하여
‘천탁부(千濁富)’라 하였으니 그 표현 자체가 재미있고, 스님이 세속의 부자를
보는 시각을 대변한 느낌이다.

그 댓구가 하나의 맑은 가난(一淸貧)이니, 참으로 묘한 댓구이다.
이것이 바로 시어의 묘미이다. 창자의 먼지를 담화로 씻어낸다.
이것이 농부의 물욕없는 대화이다. 옛부터 선비 다음으로 농부의 지위를
높여 놓은 이유를 여기서도 알겠다. 그러니 출세한 신선의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깨달음의 모습이다. 이미 깨달음의 언덕에 있는 것이니,
부처님이 응당 가까이 할 수 밖에, 스님이 바로 이 농부인 것이다.

다음카페 : 『 가장행복한공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