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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덕천(웅석)지맥(終)

덕천(웅석)지맥 제2구간 - 외고개에서 밤머리재까지

by 범여(梵如) 2016. 10. 16.

☞ 산행일시: 2016년 10월 16일

☞ 산행날씨: 하루종일 비 

산행거리: 도상거리 약 10km + 어프로치  약1.3km  / 4시간 15분 소요

☞ 참석인원: 나홀로 산행

☞ 산행코스: 외곡 마을-외곡습지-외고개-859봉-안부-서왕등재-1,048.6봉-983.8봉-903.4봉

                  993.6봉-912.3봉-폐헬기장-동왕등재-조망바위-720.1봉-안부-848.5봉-헬기장

                  도토리봉-밤머리재

소 재 지: 경남 산청군 삼장면, 금서면

 

지난주 지인의 갑작스런 타계로 인해 한동안 멍한 상태로 한 주일동안 생활을 해왔다.

世上事...참으로 아무것도 아닌데 왜 이리 아둥바둥 살아야 하는지... 모든게 허망하기만 한데 말이다

원래 계획은 지난주에 금오지맥 2구간을 진권 아우와 가기로 했는데 나 때문에 차질이 생겼고

이번주는 아우가 고향에서의(부산) 행사 땜에 또 밀리는 바람에 마땅히 갈데가 없다

거기다가 월요일에 골프 약속이 있어서 이번주에는 산행을 쉬고 골프 연습장이나 갔다와서 휴식이나

취할까 했는데, 내 몸뚱아리가 산에 가지 않는걸 가만 두질 않는다

그래서 버스타는 시간은 많지만 접속구간 관계로 거리가 짧은 웅석지맥 2구간을 가기로 하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물 한통과 사과 2개 초콜렛 하나에 하산후 갈아입을 옷만 챙겨서 집을 나선다

일기예보로는 일욜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남부지방에는 20~60mm의 비가 내린다고 하나

올해 하도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맞질않아 오질 않을수도 있다는 요행을 바라면서...

오늘 산행구간의 지도

남부터미널 → 진주행 (06:00)버스

지하철을 타고 집에서 가까운 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05시 45분... 06시에 출발하는 진주행 버스표를 예매하고

커피 한잔을 마신 다음에 버스에 오르니 이른 새벽에 집에서 나온 탓인지 갑자기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하여

평소의 습관대로 깊은 잠에 빠졌다가 일어나니 버스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버스가 휴식시간을 10분밖에 주질 않는 바람에 식사는

하질 못하고 초코파이 2개와 우유 1병을 사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버스에 오르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원지 버스 정류소(09:00)

예상 시간보다 10분 빠른 09시에 원지 버스정류소에 내리니 꽤나 굳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마음속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이 많은 비를 맞고 산행을 하러 지리산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아니면 산행을 포기하고 진주로 들어가 친구넘을 불러내서 술 한잔을 하고 서울로 올라가야 하느냐

고민을 하다가 이곳까지 와서 산행을 포기한다는 건 너무 억울할 것 같아 비가 그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원지 정류소 버스 시간표

원지발 → 중산리행 버스 시간표

원지발 → 대원사행 버스 시간표

원지발 → 덕산행 버스 시간표

덕산가는 버스표(09:25)

원지에서 덕산가는 버스에 오른다...비줄기는 자꾸만 굵어지고, 그럴수록 마음속 갈등은 심해만 진다

신청군 시천면 소재지인 덕산 가는 길의 좌측엔 남명 조식선생을 모신 산천재가 보이는데 저기나

구경할까?...그러는 사이에 버스는 덕산 터미널에 도착을 한다

이제는 거의 소낙비 수준이다... 그래! 어차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택시를 불러 외곡 마을로 향하는데 택시기사가 울상이다

경상도 지역에는 요즘에 주말만 되면 비가 오는 바람에 예약한 등산객들이 취소하는

사태로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란다... 우짭니까,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죠 한다

대원사 일주문

외곡마을 가는길에 대원사 일주문에서 잠깐 차를 세워 사진 한 컷을 찍는다

아직까지 대원사는 지리산을 방장산(지리산의 옛지명)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대원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2교구인

해인사의 말사로 신라 진흥왕 9년(548년)에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창건 당시의 이름은 평원사였으나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으며, 그 후 조선 숙종11년(1685년)에

중창하여 대원암이라 했다고 고종 27년(1890년)에 재중창하여 대원사라 부른다.

비구니 스님들의 참선정진 수행도량으로 보물로는 자장율사가 조성한 다층석탑이 있으며

부처님 진신사리 58과가 봉안되어 있는데 탑의 높이는 6.6m이며 화강암으로 보물 제1112호이다

그 이외도 신중도와 반자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으며 대원사 계곡이 지방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외곡마을 끝자락(10:20)

이곳까지 오면서 택시기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더 이상 갈 수 없는 외곡마을 끝자락에 도착한다

택시 요금이 30,000이 나오는데 비도 오고하니 20,000원만 달라고 하면서 차에 있는 사과

2개를 주면서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한다

이곳에서 우의를 입고 산행을 시작한다

마지막 집의 마당을 지나니...

출입금지 표지판을 무시하고 禁線을 넘는다

2030년 12월 31일까지 출입금지라... 그땐 내 나이가 얼만데...그렇게까지 못하지

 

능선에서 바라본 대원 계곡(삼장면 유평리:油坪里)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는 지리산에 위치하여 대부분 산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원사계곡이 있고

무재치기 폭포가 있으며 왕등재, 쑥밭재, 쇠목이 재 등 고개가 많다. 자연마을로는 외고개, 율전, 중땀 등이 있다.

외고개는 밤밭골 동북쪽에 있는 마을이며 외고개 밑이 된다 하여 외고개라 하였으며 율전은 외고개 동남쪽에 있는

골짜기인 밤밭골에 있다 하여 율전이라 불렀으며 중땀은 밤밭골과 새재 복판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중땀이라 한다.

문화재로는 대원사 다층석탑(:보물 1112), 삼장사지 3층석탑(:경남유형문화재 31),

산청 대원사 신중도(:경남유형문화재 361), 산청 대원사 강희신기명반자(:

경남유형문화재 362), 지리산 대원사 일원(:경남기념물 114) 등이 있다.

한달전에 내려왔던 등로로 복귀한다

다리를 건너는데 상당히 미끄럽다

외곡습지(10:30)

등로는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카메라 렌즈에 물기가 스며들기 시작하여 찍은 사진이라 판독이 어렵다

오늘따라 세컨드 카메라인 방수 카메라를 안 가져온게 후회스럽다

외곡습지

이곳 때문에 출입금지란다... 조심해서 갈께요

다른 산꾼들은 이곳에 오라고해도 안 올것 같은 곳이네요

등로는 보이지 않고 빗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산행 10분이 조금 지났는데 벌써 등산화에는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외곡습지는 지리산 국립공원 왕등재 습지에서 서쪽으로 1.5km 떨어진 해발 650m

위치한 습지로서 이탄층의 평균 깊이가 0.6m이며 총 면적은 46,000㎡이다

대단위 달뿌리풀이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가을에는 참억새와 달뿌리풀의 흰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삵, 담비와 산골조개, 큰땅콩물방개,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주변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습지를 지나 잣나무 숲으로 들어서 외고개로 오르는 능선은 상당히 미끄럽다

잡목을 헤치고 외고개로 오른다

외고개(830m:10:45)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외곡마을 위에 있는 고개로 잡풀만 무성하다

고개 가운데 커다란 돌배나무 한그루가 고개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한달전에 없었던 시그널에 외고개라 붙혀 놨는데 내 고향 친구들이다

이번주에(22일)에 의령군 향우회가 열리는 날인데 누구인지 확인해봐야겠다

뚜렸한 능선길을 따라서 가니 등로는 생각보다 뚜렸하다

완만한 등로를 따라서 고도를 높이는 첫번째 봉우리가 나온다

지리산 800고지가 넘는 지점에서 나무들이 벌거벗은 채 벌써 겨울을 준비한다

859봉(11:10)

능선에서 다시 내리막 등로를 내려서는데 비는 소나기성 폭우로 변한다

859봉 내려서면서 유일하게 바라본 1,049봉 능선

안부(11:15)

잠깐사이에 빗줄기는 가늘어 지면서 능선이 보이는데 오늘 산행중에 처음이자 마지막 바라본 능선이다

능선 오름길에 키작은 산죽 등로가 나오는데 다시 빗줄기는 굵어진다

능선으로 올라서니 등로가 사라져 버리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내려서니 왕등습지가 나온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본 왕등습지의 그림이 아니지만 비가 너무 많이와서 모든게

귀찮기만하고 카메라에 신경을 써다보니 그냥 주마간산격으로 왕등재 습지를 지난다

서왕등재(西王登峙:973m:11:25)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와 금서면 오봉리 경계 능선에 있는 고개로 고개의 흔적은 보이질 않고 습지만 보인다
왕등재란 ‘왕이 오른 고개’라는 의미를 지닌 왕등재에 올라서면 산청과 함양 및 경호강의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이곳에는 가락국 제10대 왕인 구형왕(기록에는 나라를 넘겨준 의미로 양왕)의 슬픈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신라군에 쫓긴 구형왕은 지리산의 언저리인 왕산에 들어와 왕궁을 만들고, 천혜의 요새인 왕등재에 토성을 쌓고 항전하다

끝내 왕산 아래에서 최후를 맞았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이야기로 왕산에는 가락국의 별궁인 태왕궁(또는 수정궁)이 있어 왕족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532년 구형왕은 신라에 대항하여 많은 백성들에게 아픔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밀양의 이궁대에서 신라의

법흥왕에게 나라를 넘겨주고, 이곳의 태왕궁으로 들어와 은거하다 5년 후 세상을 떠난 것으로 가락국

2000년사에 기록되어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왕등재늪 주변에는 토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토성은 외성과 내성으로 되어 있고,

성을 따라 성문이 적당한 간격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성문이 있던 곳에는 석축을 쌓은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외에도 왕등재 남쪽에는 깃대를 걸었다는 깃대봉, 망을 보았다는 망덕재, 말을 사육했다는 망생이골 등이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리산 고산습지인 `왕등재습지'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까막딱따구리 등 348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왕등재습지는 지리산 해발 967~970m에 위치한 고산습지로 길이 110mㆍ폭 2~32m,

면적 2천170㎡에 달하는 이탄(泥炭)습지로 빗물과 2개의 유로에서 유입되는 인근 지하수를

수원(水源)으로 습지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며 조사 결과 습지에는 뻐꾹나리, 창포 등 58종의

식물과 멧돼지를 포함한 13종의 포유류, 새매 등 72종의 조류가 살고 있으며 큰땅콩물방개(사진아래) 등

저서형 대형 무척추동물 39종, 물먼지말류 등 담수조류 158종 등 모두 348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출입금지 안내판이 넘어진 채 나뒹굴고 있다

왕등재 고산습지는

한반도 최남단에 있는 곳이 지리산 왕등재에 있는 국내 유일의 알칼리성 습지로 고산습지로

고도가 높기 때문에 여름철이 짧아 식물들의 생존 기간이 길지 않은 것이 왕등재 습지식물의 특징이다.

여름철 하얀 꽃을 피우는 산간 습지식물의 대표격인 흰제비란. 줄기 끝에 붉은빛의 보라색 꽃을 피우는 꽃창포,

앞가슴 양 옆의 주황색 무늬가 특징인 습지생물, 큰땅콩물방개 등 고산습지인 왕등재에 살고 있는 고유종들이다.

고산습지는 야생동물들에게 습지식물들이 정화해준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등 쉼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6천㎡ 넓이에 불과하지만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야생생물이 3백여 종을 넘고,

특히 멸종위기 2급인 꼬마잠자리는 거의 유일하게 관찰되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왕등재는 2026년까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왕등습지를 대충 둘러보고 다시 비에 젖은 능선으로 오른다

노린재 나무...잎은 다 떨어지고... 세상사 갈데는 참으로 허무하구나

희미한 등로에 오르니 비로소 뚜렸한 등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너도 이별을 준비하는구나

1,048.6봉(11:43)

청승맞게 비를 맞으면  걷는 내모습... 내가 나를 봐도 우습다.

천리 먼길... 이곳까지 와서 홀로 비를 맞으며...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983.8봉(11:50)

낙엽은 이쁘나 짙은 안개로 인해 한치 앞도 안보이니... 오늘 산행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격이다

내 키보다 더 큰 산죽길에 파묻혀 걷기도 하고...

또 다시 좋은 길을 만나기도 하고...

집채만한 암릉을 우회하며 능선으로 올라서니...

903.4봉(12:13)

993.6봉(12:20)

이곳에서 천왕봉 방향으로 뒤돌아 보니 모든게 하얀 여백으로만 보인다

우측 아랫쪽도 똑같은 현상이니... 모든게 아쉽기만 하다

내리막길에서 오랫만에 반가운 선답자의 시그널을 만난다

등로에서 살짝 벗어난 암봉에 들렸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우측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다시 등로에 복귀하여 내리막길로 내려서다 크게 한번 미끄러진다...또다시 빗줄기는 굵어지고...

첫 구간에서 이 시그널을 따라 갔다가 개고생을 했지

다시한번 트랙을 확인하니... 오늘은 제대로 잘가고 있다

너럭바위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니...

미끄러운 정상을 오르지 않고 우측으로 우회하는 옆사면길을 걷는다

공깃돌같은 암릉구간을 지나고...

거친 산죽길을 지난다

계속되는 암릉구간

912.3봉(12:47)

부드러운 능선을 만나고...

폐헬기장(13:05)

억새가 무성한 폐헬기장을 지나 5분정도 걸으니 깨진 삼각점이 있는 동왕등재에 도착한다

동왕등재(東王登峙:936.5m:13:10)

산청군 삼장면과 금서면의 경계에 있는 봉우리인데 조그만 암릉과 정상에는 깨진 삼각점이 있고

Y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으로는 대원사로 내려가는 길이고 웅석지맥은 좌측으로 이어진다

오늘 지나온 습지가 있는 곳을 서왕등재로 부르고 이곳을 동왕등재라 부르는데 깃대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을 위시해 중봉, 하봉, 다음구간에 가야할 웅석봉 사이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동왕등재...영욕의 역사를 안고 흐르는 경호강이 바라보이는 이곳...가락국(금관가야)의 마지막 임금이자

김유신 장군의 증조부인 구형왕이 신라에 땅을 내준 한맺힌 곳이기도 하다

동왕등재는 지리산으로 숨어든 구형왕이 토성을 쌓고 끝까지 신라에 항전한 곳이며 끝내는 왕산으로

쫒겨가 최후를 맞았다고 구전은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는 흔적이 외곡마을에서 왕등재로 오르다보면 원형으로 둘러쌓여진 토성이 확인되고

그 이외에 추성산성, 병마를 훈련시킨 국골, 군대의 깃발을 걸어둔 깃대봉(동왕등재), 망을 보았다는

망덕재, 말을 사육했다는 망생골 등의 지명들이 모두 구형왕과 관련된 지명이라고 한다 

동왕등재 정상의 깨진 삼각점

우측의 대원사 방향으로는 뚜렸한 등로가 있고, 좌측의 등로는 잘 안보이나 자세히

보면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주렁주렁 달려있으나 독도에 주의해야 할 구간이다

동왕등재에서 내려서니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많이 보이나 급경사의 내리막길에

젖은 낙엽으로 인해 어찌나 미끄러운지 2번이나 곤두박질하면서 쳐박힌다

조망바위(13:13)

구형왕의 恨맺힌 사연이 간직하고 있는 왕산과 필봉산은 지금 오리무중이다

밤에 빛이 난다는 야광나무의 열매는 비에 젖어... 내년을 기약하는가보다

그래 인간이나 식물이나 살아가는게 같은가 보다...모든게 諸行無常이여

능선을 따라서 계속해서 내려간다... 전망이 좋은 곳이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된다 

720.1봉(13:27)

가늘어졌던 빗줄기는 또 다시 굵어지기 시작한다

안부(13:30)

다시 오르막을 치고 오르는데 등로가 미끄러운 탓인지 상당히 힘이든다

갑자기 허기가 지기 시작하여 집에서 가져온 초콜렛 하나로 허기를 달래면서 걷는다

힘들게 능선에 오르니 영산기맥 길에서 만났던 정체모를 빨간 노끈이 지맥길을 안내한다

지리산 동부능선...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심정같은 능선이다

중봉을 지나면서부터 그 흔한 이정표나 구조목 하나 없는 그야말로 버림받은 庶子의 등로이다

거기다가 선답자들의 시그널마저도 잘 보이질 않는... 과연 이곳이 국립공원지역이 맞나 싶다

등로에서 고만고만 봉우리 몇개를 지나 안부에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막 능선을 치고 오른다

848.5봉(13:50)

다시 고도차가 별도없는 고만고만한 봉우리 서너개를 지난다

또다시 오르막 능선을 올라간다

미끄러운 암릉구간을 우회해서 올라서니...

잘 관리된 헬기장이 나타난다

도토리봉(909m:14:15)

도토리가 많이 나온다고 붙혀진 지명이라는데 바로 아래는 헬기장이 있다
도토리봉을 지나 조금을 더 진행하다가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내려서는데 이젠 비는 폭우로 변한다

밤머리재가 가까워지긴 하지만 나홀로 걷다보니 조금은 불안한 느낌이다

근데... 이게 뭔 소리여! 주기적으로 총소리가 들리는데... 지리산 자락 아래에 군부대가 있을리

만무하고, 설령 군부대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곳은 후방지역이라 일욜날 훈련할리는 만무하고...

그 궁금증은 산행이 끝난 밤머리재에서 풀렸다.

이 아랫쪽인 유평리와 홍계리쪽엔 감나무밭이 많은데 새들을 쫒기위한 공포탄이라고 한다 

아주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내려서는데 이곳 역시 넘 미끄러워 2번이나 또 넘어진다 

급경사에서 만난 철없는 철쭉

집터의 흔적(?)(14:30)

짙은 안개가 자욱한 잣나무 사이로 내려오니...

땅바닥에 나뒹구는 탐방로 아님 표지판이 보인다

입산금지 표지판을 보면서 내려서니 오늘의 날머리인 밤머리재가 나온다

밤머리재(栗峴:580m:14:35~15:15)

산청군 삼장면 홍계리와 금서면 지막리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59번 지방도가 지난다

고개 정상에는 넓은 공터와 버스를 개조한 매점이 있고, 우측으로 웅석봉으로 오르는

등로가 보이는데 밤머리재의 유래는 조선시대에 남명 조식선생이 이곳에서 가까운 시천면

덕산의 산천재(山天齋)에 계시면서 지인을 찾아 고개를 넘어 다닐 때 ‘밤을 한말정도 까먹어야

넘을 수 있는 고개’라 해서 밤머리재로 불렀다는 유래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그만큼

멀고 험한 고개였다고 한다

아직도 금서면으로 넘어가는 고개 아랫쪽으로는 상당히 꼬불꼬불하며 길이 험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지역에 밤나무가 아주 많아 밤 수확이 굉장히 많았는데, 지금은 옛날의 밤나무

단지가 감나무밭으로 변해버려 지금 이 지역의 특산품은 곶감이라고 한다

산행을 마치고 본 내 몰골은 마치 물에빠진 새앙쥐의 모습이다

초코파이 2개와 우유 하나로 아침을 해결한 탓인지 배가 상당히 고프다

버스 매점으로 들어가 쥔장 아줌마한테 식사가 가능하냐고 하니까

밥 종류는 안되고 라면은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 추울때는 따뜻한

국물이 최고지... 라면 하나를 시켜놓고 라면이 나올때까지 막걸리 한통을

시켜서 게눈 감추듯이 마시고나니 조금 모자란듯 싶어 다시 한통을 더 시켜서

라면과 함께 먹고나니 이제사 살것만 같은 느낌이다 

밤머리재에서 인증샷

막걸리 2통과 라면 한그릇을 먹고 이곳에서 약 4km 떨어진 홍계리까지 걸어갈 요량으로

시간을 물어보니 도로를 따라 부지런히 가면 40분이 갈 수 있다고 하기에 기왕에 비를

맞은거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빨리가면 16시 30분에 홍계리에서 진주가는 버스는 충분히

탈 수 있을것 같아서 쥔장에게 잘 먹고 간다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남자 쥔장  친구분이

트럭을 공터에 세워놓고 버스 매점으로 들어오는게 아닌가

그러는데 쥔장이 친구에게 이 분이 서울가는 버스를 타러 원지까지 가야한다고 하니

니가 너거집에 가는길에 덕산까지 태워주라고 하는게 아닌가...이런 부처님의 가피력이... 

“그래 갑시다 트럭이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타소” ... 이런걸 두고 양넘 지갑줏은 기분이 아닐까.

밤머리재에서 덕산으로 내려오는 길에... 이 분이 하시는 말이 오늘은 지리산에 비가와서

중산리에서 서울(남부터미널)가는 버스 좌석이 있을 깁니다 하는게 아닌가

 

뭔 소리냐 하면... 금욜밤 자정에 서울에서 중산리로 출발한 버스가 중산리에서 자고

일욜 15시 50분에 중산리에서 서울가는 버스가 있는데 그걸 타고 가라는 것이다

(저 뒤에 보이는 트럭이 나를 태워준 차이다)...복받을깁니다 

덕산 시외버스 터미널(15:38)

이런 고급 정보(?)를... 아니나 다를까 수퍼안에 있는 매표소에 물어보니

오늘은 서울가는 버스가 중산리에서 텅텅 비어서 나온다고 한다

얼른 화장실에 가서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 입은 다음에 버스에 오른다 

덕산 → 서울행 70년대 버스표

비가 오는 탓인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저녁 8시 반경에 남부터미널에 도착하여 집에오니 9시경이다

샤워를 마치고 내일 골프 라운딩을 가기위해 옷가방을 챙겨놓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