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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보청(팔음)지맥(終)

보청(팔음)지맥 제4구간 - 밤재에서 당재까지

by 범여(梵如) 2024. 4. 1.

☞ 산행일자: 2024년 03월 24일

☞ 산행날씨: 잔뜩 흐날씨에 강한 바람....생각보다 추움

☞ 산행거리: 도상거리 16.2km  / 8시간 40분 소요

☞ 참석인원: 나홀로 산행

☞ 산행코스: 밤재- 무명봉- 유인연안전씨지묘- 363.3m봉- 무명봉- 무명봉

                     장군재- 관봉- 갈림길- 안부- 초봉?- 386.8m봉- 갈림길- 381.0m봉

                     안부- 무명봉- 밀양손공 묘- 338.2m봉- 무명봉- 무명봉- 무명묘지

                     NO37 송전탑- 고개- 갈림길- 무명봉- 무명봉- 무명봉- 383.3m봉

                    작은조천봉?- 안부- 갈림길- 413.6m봉- 무명봉- 여흥민공 묘- 무명봉

                    안부- 무명봉- 안부- 무명봉- 성황당- 무명봉- 무명봉- 안부- 340.6m봉

                    안부- 무명봉- 361.6m봉- 무명봉- 갈림길- 부상고개- 영동2터널 위

                    무명봉- 315m봉- 안부- 372.5m봉- 무명봉- 무명봉- 안부- 무명봉

                    410m봉- 안부- 432.4m봉- 안부- 안산- 안부- 415m봉- 안부- 405.0m봉

                   무명봉- 안부 고개- 무명봉- 안부- 379.2m봉- 무명봉- 394.2m봉

                  355m봉- 갈림길- 237.9m봉- 밀양박공&성산이씨 묘- 고개- 안부

                  366.2m봉- 안부- 410m봉- 안부- 426.6m봉-단양장공 묘-당재

 ☞ 소 재 지: 충북 옥천군 청산면, 청성면, 동이면 / 영동군 용산면, 심천면

 

올 봄의 산행 계획은 초반부터 계속해서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는구나.

우리나라 162개 지맥중에 가장 힘들다는 진도.화원. 사자지맥을 綠陰이

우거지 전에 어느 정도 마무리 하려 했는데, 지난번 우선 악명높은 진도지맥을

마치고, 화원지맥 첫 구간을 하고, 2구간을 나서려는데, 지난주 일요일에도

비가오고, 이번주 일요일에도 화원지맥이 통과하는 해남땅에 또 비가 온단다.

 

하는 수 없이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주에도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고,

비가오지 않는다는 보청(팔음)지맥길을 나서기로 하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대충 베낭을 챙겨서 집 앞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첫 버스에 오른다

 

오늘 산행구간의 지도

서울역(04:50)

서울역 → 대전역 → 영동역가는 열차표

서울역에 도착하여 대전역까지는 ktx 열차를 타고 갔다가 대전역에서

무궁화 열차로 환승한 다음에 영동역으로 가는 표를 예매한 다음에

역 대합실에 있는 햄버거집에서 아침으로 먹을 햄버거를 하나 산 다음에

플렛홈으로 향한다

ktx 열차를 타고 잠깐 졸았는데 열차는 대전역에 도착한다

대전역에서 무궁화 열차로 갈아탄 다음에 아침에 산 햄버거로

아침을 대신하고 06시 25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영동역으로

향하는데 차창밖의 날씨는 먹구름으로 인해 하는 금방이라도 비가

올듯이 잔뜩 찌푸린 날씨가 산꾼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구나

오늘은 비가오지 않는다는 기상청의 예보를 잔뜩 믿고 왔는데

하늘을 보니 불안하긴 하지만 기상청이 구라를 치지 않을거라 믿는다 

영동역 열차 시간표

영동역(06:55)

대전역을 출발하면서 지난주에 이용했던 택시기사에게 연락을

해놨더니 기사가 역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밤재로 향하는

길에 잠깐 빗방울이 떨어지더니만 이내 그친다...영동에는 새벽에

비가 왔다고 한다...그러는 사이에 택시는 밤재에 도착한다

밤재(07:30)

영동군 용산면 한곡리와 옥천군 청산면 대덕리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1차선의 아스팔트 포장도로에 이동통신탑이 있고, 대덕리 쪽은 잘 꾸며진

연안전씨 가족묘지(전가원)가 보이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이곳을 밤재라

부르지 않고 뱀치재라 부르는데, 지도상의 뱀치재는 이곳에서 대덕리쪽으로

더 가야 하는데 밤재에 대한 유래는 알 길이 없다

 

옥천군 청산면에 있는 대덕리(大德里)는 천관산 자락에 위치하여 자연 경관이

매우 빼어난 곳으로 자연마을로는 더구리(덕곡), 큰뱀티(대사동) 등이 있다.

더구리는 큰 뱀티 북쪽에 있는 묵은 마을이고, 큰뱀티는 대덕리에서 으뜸되는

마을로 뱀티재(큰고개)아래 위치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덕리라 부르게 된 것은 덕(德)을 지닌 선비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 하여 대덕리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합하여 하나로 만들 때 대사(大巳)의 대(大)자와

덕곡(德谷)의 덕(德)자를 한자씩 취하여 만든 것이다.

산행을 시작하다(07:40)

택시기사와 작별을 하고 산행 채비를 하고 고개 정상에서

용산면 한곡리 방향으로 내려와서 이동통신탑이 서 있는

쪽으로 들머리로 잡아서 오르려는데 고개 아래에 축산 농가가

있는지, 가축들의 분뇨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들머리 초입에 들어서자말자 반가운 시그널들이 응원을 해준다

1주일 사이에 산은 조금씩 푸른빛으로 변해가는 듯 하고.

맥산꾼들에게는 저승사자(?)같은 가시나무들이 얼굴을 내민다

ㅅㅓ

초반부터 빡센 오르막이 시작되나...의례 통과의식이라

생각을 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올라간다

빡세게 한 달음을 치고 올라선 다음에 숨한번 크게 내쉬고...

또다시 한번을 치고 올라서서 무명봉에 닿는다

무명봉(07:50)

무명봉에서 안부로 내려서니 안부 직전에 묘지 1기가 보인다

유인연안전씨지묘(07:51)

지난구간과는 달리 오늘은 초반부터 잡목 가시들이 보이는데

산행이 그리 쉽지 않음을 예고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오르막으로

향한다

오늘은 잔뜩 지푸린 날씨에 바람마저 강한 느낌이다.

춥다는 생각에 바람막이 자켓을 꺼내입고 오르막을

치고 오르는데 등로는 보이지 않고 오르막길 솔갈비가

상당히 미끄럽다

능선에 올라서니 선답자들의 시그널들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고, 능선에서 우측으로 꺽어져 맥길을 이어간다

363.3m봉(07:56)

살짝 우측으로 내려서니 키 큰 소나무 사이로 봄산에서 전령사

역할을 하는 노란 생강꽃이 홀로걷는 산꾼 범여를 반기듯 하고...

요즘의 世俗에서는 아픈 患憂들은 안중에도 없이 환자들을 볼모로 

자기들 밥그릇을 지키려고 애쓰는 칼잽이(의사)들, 또 선거철이

다가왔는지 너도 나도 국회의원 한자리 하겠다는 설레발이 치는

인간들의 됨됨이를 보면, 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 속된말로

말하면 윤리의식이라곤 피래미 뭣만큼도 없는 도덕불감증을

가진 인간들이 설쳐되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요즘은 전과자(?)가 아니면 정치를 못한걸까...다 그런건 아니지만

죄다 별(전과) 몇개씩은 기본이니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소위 배웠다는 자들이 저렇게 설쳐되면 맨날 힘들고 핍박받는

사람들은 착하게 사는 민초들이지...그래!...이꼴저꼴 안보고

편한 곳은 산뿐인가 하노라...

살짝 꺽어져서 좌측으로 내려간다

무명봉(08:05)

잔뜩 흐린 날씨에 오늘도 미세먼지 탓인지 숨을 쉬기가 그리 좋지는 않구나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안부에서 완만한 오르막으로 향한다

363.3m봉을 지나면서 완만하긴 하지만 쬐끔한 무명봉을

오르 내리는데 산꾼들은 이런 코스를 빨래판 구간이라 하제...

무명봉(08:15)

묵은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따라서 내려가니...

절개지의 임도로 내려서는데 지도상의 장군재이다

장군재(將軍峙: 08:19)

옥천군 청성면 소서리 소사동과 영동군 용산면 금곡리 사기막골로

넘어가는 고개인데 좌.우 양쪽으로 넓은 묵은 임도가 지나가고 있다

장수고개라고도 부르는데, 민초들이 넘나들었던 예전에 이 고개는 도적들이

숨어있다가 민초들을 괴롭혔는데,  어느 스님이 고개의 지형이 큰 장수가

날 지형이라 소문을 냈더니 도둑들이 겁을 먹고 도망을 쳤고, 장수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이사를 마을이 커졌다는 전설이 있는 고개이다

 

이곳부터는 지난구간 별재에서 북쪽으로 같이해 온 옥천군 청산면과

작별을 하고 이름도 비슷한 청성면으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장군재를 올라서면서 좌측의 나뭇가지 사이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금곡교가 보이고, 파랗게 물이 고여있는 저수지가

문지리 소류지(沼溜地)이다

 

* 소류지(沼溜地)란 하천이 잘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서 경작지에 공급할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극히 규모가 작은 저수시설로써 평지를 파고 주위에 둑을 쌓아 물을

  담아 놓은 형태를 소류지라 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이게 누구신가?

양지에 다소곳이 피어있는 산괴불주머니가 꽃을 피우면서 반겨준다.

그래!...고맙구나... 嚴冬雪寒을 견뎌내고 이렇게 만나다니...

가파른 경사길이 시작되지만 넓은 임도라 그리 힘든줄 모르고 올라간다

좌측으로 휘어지는 임도를 버리고 직진의 된비알로 향하는

능선으로 올라간다...솔갈비와 낙엽이 잔뜩 쌓여 있어서

미끄러운 가풀막을 치고 오르려니 은근히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힘들게 능선으로 올라서니 북쪽으로는 옥천군 청성면 소서리가 얼굴을 내민다 

옥천군 청성면 소서리(小西里)는 초봉 아래 자리잡고 있으며 작은 내가

보청천으로 흘러드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서평, 작은뱀티(소사동:小蛇洞)

등이 있는데, 작은뱀티는 소서리에서 가장 큰 마을로, 청산면 대덕리 큰뱀티와의

경계에 뱀처럼 길게 뻗어있는 큰 산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평은 작은뱀티

서북쪽 벌판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며,  소서리 지역은 도굴된 옛고분이 군데군데

있는가 하면 토기편이나 청동유물 등이 출토되는 등 아직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유적지로 알려져 있는 마을이다.

오르막길에서 만난 준.희쌤의 격려문구...감사합니다

관봉(冠峰:355m:08:28)

지도에는 아무런 표식도 없는 봉우리의 썩어 문드러진 나뭇가지에

많은 선답자의 시그널이 걸려있으며, 일부 시그널에는 관봉이란 지명이

표기가 되어 있고,  트랭글앱에서는 이곳을 관봉이라고 알려주고 있으며

카카오 지도에도 관봉이라 표기가 되어 있지만 지명 유래에 관한 자료는

찾을길이 없다

쓰러진 고사목이 조금은 거추장스럽긴 하지만 아쉬운대로 걸을만하다

안부에서 오르막길로 올라가는 능선 우측 아래로는

이제 새순들이 올라오는 산괴불주머니들이 많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성징 급한 놈들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갈림길(08:30)

마루금은 남서쪽으로 이어지고 조금을 더 내려오니

길마가지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봄은 봄인가 보다.

길마가지나무 꽃(꽃말)

산기슭의 숲 가장자리에 자라는 낙엽 떨기나무로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높이 1-3m이다. 잎은 마주나며, 타원형 또는

난상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거친 털이 난다.

 

잎자루는 짧고, 거친 털이 나며,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어린 가지의

아래쪽 잎겨드랑이에서 2개씩 피며, 노란빛이 도는 흰색이다.

포엽은 피침형이고 털이 나며,  화관은 입술 모양이고 화관 통부의

아래쪽은 불룩하다... 열매는 장과이고 5-7월에 붉게 익는다.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며,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안부(08:33)

다시 빡센 오르막길...고사목이 길을 막아 서지만

맥산꾼들은 이런것에 전혀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빡센 오르막을 올라서니...선답자들의 시그널이 보이고

이곳에다 초봉이라는 코팅지가 걸려있는 무명봉에 도착한다 

초봉(386.3m:08:41)

어느 맥꾼이 이곳을 초봉이라는 코팅지를 걸어놨고, 몇년전에

작고하신 故한현우님이 빛바랜 띠지에도 초봉이라 써놨지만

지도상에는 아무런 표식조차도 없는 무명봉일 뿐이다

몇년전에 작고하신 故한현우님의 빛바랜 시그널...

직진의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넓은 등로를 따라서 산이 베푸는 넉넉한 厚德을 맘껏 즐기면서

내리막으로 내려가는데, 간간히 불어대던 바람도 잠시 멈추는 듯 하다

넓은 등로를 따라서 가다가 맥길은 우측으로 향한다.

묘지가 있는 봉우리로 올라서는데 족보있는 386.8m봉 정상이다

386.8m봉(08:44)

지도상에는 이곳이 초봉인듯 한데 확신이 서질 않는다.

펑퍼짐한 정상에는 잡초에 묻혀버린 태안박공의 묘지와

묘비가 보이지만, 초봉의 유래는 알 길이 없고 소서리의

뒷산이란 것 밖에 확인이 안되니 조금은 아쉽기만 하다

386.8m봉 정상애 있는 태안박공의 묘

386.8m봉 정상에서 좌측으로 꺽어져 내려가니 어디서

나왔는지 넓은 임도를 따라서 맥길을 이어간다

갈림길(08:46)

386.8m봉 정상에서 넓은 임도를 따라서 2분정도 내려와서

우측으로 내려가는 임도를 버리고 직진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올라간다

맥산꾼에게는 저승사자같은 존재인  가시나무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데 오늘 산행을 이곳으로 잡은건 잘한듯 하다

따스한 햇빛만 있다면 더 없이 좋을듯한 산행이건만

날씨는 잔뜩 찌푸린 시어미상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지금 길을 걷고있는 산꾼의 마음이 그리 편하진 않구나

약간 우측으로 향한 다음에 오르막이 시작된다

???

꼬라지를 부리는 뒤틀린 心思를 가진 갈참나무를 지나 올라서니 

381.0m봉 정상에 도착한다

381.0m봉(08:50)

마루금은 서북쪽으로 이어지고...

조그만 봉우리를 내려서니 안부가 나온다

안부(08:55)

산에는 서서히 푸른빛의 옷으로 갈아 입으면서 봄맞이를 준비하는데

그러나 아직까지 완연한 봄이란 계절로 들어서려면 조금은 더 있어야

할 듯 싶다

그러자 옆에있는 생강나무가 한마디 거든다.

뭔...소리여!...이미 봄은 시작되었는데...

무명봉(08:58)

내리막길로 내려가는데 묘지가 보인다

밀양손공 묘(09:00)

밀양손공 묘를 지나면서 나의 산행의 유일한 친구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장사익선생의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응얼거리면서

걸어가는 이 맛도 산행의 묘미중 하나인듯 하다

예전에 산불이 났는지 불탄 흔적이 있는 등로를 따라서 맥길을 이어간다

등로 우측 나뭇가지 사이로는 옥천군에서 비교적

오지에 속하는 청성면 삼남리가 어렴풋이 보인다

 

삼남리(三南里)는 국사봉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고도가 비교적 높은 산간마을이면서도

물이 좋아 벼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농촌 마을인데,  자연마을로는 삼거리(삼거),

수레나미(차남), 장승배기 등이 있는데, 삼거리는 영동읍내, 심천면, 청성면으로

통하는 세 갈랫길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장승배기는 옛날에 장승이 서 있었다고 한다.

청성면 삼남리의 광천수는 물이 좋기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마을이다.

338.2m봉(09:03)

갑자기 나타나는 벌목지...저 멀리 보이는 박달산은 미세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채로 흐릿하게 보이고 그 앞으로 지나가는

경부고속도로 금곡교는 형조차 구분하기가 힘이든다

벌목지 우측으로 맥길을 이어간다

벌목지로 맥길을 이어가면서 박달산을 좀 땅겨본다

바로 앞에 보이는 저 능선이 지맥길로 직선거리로는

금방 도착할 것 같은 가까운 거리지만 실제로는 계속되는

S형태의 길이라서 한참을 가야하는 곳이다

벌목을 하고 새로 심은 樹種의 나무는 대부분 죽어있다

높은 교각 형태의 금곡교 너머로 보이는 뾰족한 소주산도

짙은 미세먼지에 가려져 있어 형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구나.

벌목지 뒷쪽의 빨간 송전탑 뒷쪽으로 보이는 가야할 381.0m봉

곧추선 봉우리를 보니 오늘 산행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데

하기사 지맥길치고 한 꼬라지 않했던 산길이 있었던가...숙명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걷다보면 끝이 보이겠지...

주위에는 이제사 새순이 나오기 시작하는 사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명봉(09:06)

꽃이야 피건말건 무심하게 걸어가는 범여에게 진달래가 말을 건넨다.

복수초, 제비꽃, 노루귀, 산자고같은 야생화에만 눈길을 주지말고

나에게도 눈길 한번만 주라고... 그래!...미안하다, 내가 너무 무심했나보다.

무명봉(09:10)

벌목지의 무명봉에서 내려서니 아카나무에 점령당한 묘지가

안쓰럽게만 보인다...후손들이 돌보지 않은 묘지가 비단

이곳뿐일까...망자들이 생존해 계실때와 지금의 후손들이

생각하는 지향점은 1도 안 같으니 말이다

무명묘지(09:12)

NO37 송전탑(09:14)

NO37 송전탑 아래로 내려서니...

등로 우측 아래에 축사(畜舍)인지 계사(鷄舍)인지 모를 농가가 보이는데

카카오의 지도로 검색하여보니 청성농장으로 표기가 되어있다

일요일인데도 작업을 하는 컨베어의 기계음이 요란하게 들린다  

고개(09:15)

영동군 용산면 금곡리 쇠실마을에서 옥천군 청성면 조천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고개 아래의 우측 옥천쪽은 청성농장이 있고

좌측의 영동쪽은 벌목을 한 후에 새로운 수종을 식재해 놓은 조림지다

예전에 민초들이 자주 왕래를 했는지 등로는 아주 뚜렸한 편인데.

쇠실마을은 예부터 이 곳에서 철이 많이 났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갈림길(09:18)

고개에서 이어지는 넓은 임도를 따라서 잠깐 걷다가 임도는

조천리 방향으로 가버리고 마루금은 좌측의 빡센 오르막으로

향하는데 오름길에 제비꽃중에는 만나기가 그리 쉽지않은

향기제비꽃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향기 제비꽃(꽃말:겸손, 겸양, 티없는 사랑)

꽃에 향기가 있다 하여 이름 붙혀진 향기제비꽃...

유럽에서는 아테네를 상징하는 꽃으로 알려졌으며, 은은한

천연의 향기가 좋아서  화장품의 원료로도 많이 쓰이는 꽃이다.

 

나폴레옹이 참으로 좋아했던 꽃이라고 하는데 나폴레옹의 제비꽃에 대한 사랑은

그의 상징이 될 정도로 각별했다 한다... 나폴레옹의 아내인 조세핀 역시 제비꽃을

좋아해서 결혼식날 제비꽃이 그려진 웨딩드레스를 입었으며 매년 결혼기념일이면

아내에게 제비꽃을 선물했다고 하며, 전쟁에 패하여 1814년 나폴레옹이 엘바섬으로

유배갈 때도 “제비꽃과 함께 돌아오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이듬해 봄 나폴레옹은 정말 제비꽃과 함께 파리로 귀환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제비꽃을 가슴에 달고 나폴레옹을 반겼다고 한다.

4~5월에 주로 피는 제비꽃은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로
서울제비꽃, 남산제비꽃, 태백제비꽃, 금강제비꽃, 화엄제비꽃, 구름제비꽃,

흰털제비꽃, 섬제비꽃 등 그 종류가 국내에만 수십 종에 이르고 세계적으로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고 하는 제비꽃의 꽃말은 색깔에 따라 다르다.
흰색은 소박함, 노란색은 수줍음, 하늘색은 성실·정절, 보라색은 사랑,
이밖에도 겸손, 사색, 진실한 사랑, 순수한 사랑, 나를 생각해 주오, 등이 있다.

 

뜻밖에 만난 귀한 향기제비꽃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된 듯하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진한 눈맞춤을 하고 

급경사의 무명봉으로 올라간다

무명봉(09:23)

벌목지로 인하여 시야가 확 트이지만 짙은 미세먼지로 인해

멋진 그림을 감상할 수 없으니 모든게 아쉽기만 하다

C자 형태로 살짝 굽어져서 황간 휴게소로 향하는 경부고속도로의

뒷쪽으로 보이는 우람한 육질의 산은 백두대간 능선인 장군봉과

가성산, 눌의산에서 추풍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인듯 하다

계속되는 벌목지대의 능선

濃艶함으로 산꾼을 유혹하는 저 소나무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듯 싶다.

古稀를 바라보는 산꾼이 여자에게 뭔 관심이 있겠나?...

행여!...風流의 맛을 아는 조선의 3대 기생에 속한다는 부안의 기생

이매창(李梅窓) 정도쯤은 된다면 한번쯤 생각해 보겠지만...

 

春思(춘사:봄 심사) / 李梅窓(이매창)

 

 

東風三月時(동풍삼월시) 

봄바람 불어오는 삼월 어느 때

 

處處落花飛(처처락화비) 

곳곳에 흩날리는 떨어진 꽃잎

 

綠綺相思曲(녹기상사곡) 

거문고로 상사곡을 타보나

 

江南人未歸(강남인미귀) :

강남 간 내 님은 오지를 않네

 

* 綠綺(녹기)는 이매창이 연주흔 거문고의 이름이다

 

여기에서 님은 한양으로 떠난 유희경을 말하는데 절절한 러브 스토리를 담담하게

노래한 시이다... 그녀가 평생 사랑한 님은 스물여덟 살이나 연상인데다가 천민 출신인

촌은(村隱유희경(劉希慶:1545~1636)이었다쟁쟁한 당대 최고 양반들의 사랑을 받으며

명성이 높았던 매창이 유희경에게 강하게 끌렸던 것은 같은 천민 출신이고시에 능했기에

서로가 시로 대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벌목지 동쪽으로 바라보니 3년전에 걸었던 팔음산에 대한 추억은

아련하고, 그 우측으로 멋지게 펼쳐지는 백화산의 우람함도 여전하구나

먼 발치에서 바라본 팔음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뒤로하고

벌목지를 지나 다시 숲속으로 들어서서 오르막길로 향한다

못생긴 나무들이 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못난이 소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호젓한 길을 홀로 걷는다

무명봉(09:31)

산과의 작은 속삭임은 내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한다고나 할까.

지맥길을 걷지 않았다면 내가 이곳을 온다고 상상이나 했겠나...

지맥길을 알았다는게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보기는 완만해 보이지만 낙엽으로 인해 등로는

미끄럽고 생각보다 등로는 상당히 까칠한 편이다

무명봉(09:38)

등로 우측 아래쪽의 나뭇가지 사이로 옥천군 청성면 조천리 조분마을이 보인다.

 

조천리(鳥川里)는 도덕봉 아래 위치하며 마을 가운데로 도천이 흐른다.

밭농사를 주로 하는 농촌 마을인데, 자연마을로는 도내(도천), 새분이(조분) 등이 있다.

도내는 도덕봉 안쪽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중앙으로 도천이 흐르므로 도천이라고도

부르며, 새분이는 조천리의 중심마을로 지형이 새처럼 생겼다고 하며, 조곡과 도천의

이름을 따서 조천리라 하였으며, 560년된 마을 느티나무가 유명하다.

낙엽으로 인한 탓인지 은근히 산행 속도가 느려진다

383.3m봉(09:43)

고도를 낮추면서 등로는 살짝 휘어져서 내려간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등로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꾸미지 않은듯한 순수함의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조천리의 뒷산인 국사봉이 보이고,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산줄기가 언제 걸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보청북지맥(신산경표상:금적지맥) 인듯 하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직진으로 이어지는

뚜렸한 등로를 버리고 살짝 우측으로 꺽어져 벌목후

쌓아논 고사목 무더기를 넘어가니 우측으로 소나무

조림지가 나온다

그런데 의외로 등로는 뚜렸하다

작은 조천봉?(383.3m?:09:48)

그저 밋밋한 봉우리에 비실이부부님의 시그널 하나가

외롭게 걸려있고, 찢어진 코팅지에 적혀있는 작은조천봉...

우리나라 지맥길의 무명봉에다 이름을 지어주기로 유명하신(?)

분께서 작은조천봉(383.3m)이라 해놨는데 지도상에는 아무런

표식도 없고 고도도 맞지 않다...작은 조천봉은 여기면

형님(큰)조천봉은 어디란 말인가?...난 개인적으로 서00라는

이 분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산 이름은 함부로 부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청성면 조천리에 있는 봉우리라서 작명을 하신 모양이다

소나무 조림지 아래로 내려서니 안부가 나온다

안부(09:50)

옥천군 청성면 조천리 도천마을에서 영동군 용산면 금곡리 쇠실마으로

이어지는 고개인데 우측으로는 소나무 조림지와 농막이 보이지만

사람은 안 보이고, 나의 인기척에 경계심을 나타내는 개 한마리가

지랗발광을 하면서 짖어댄다 

안부 오름길에서 바라본 조천리의 진산인 도덕봉의 모습

서서히 고도를 높히면서 오르다가...

능선에 오른 다음에 심호흡을 하는, 다시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흐릿한 날씨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인듯 하다

또다시 빡센 오르막이 시작되고 잠시후에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09:58)

낙엽이 수북하여 등로가 보이지 않은 능선을 치고 올라서니 413.6m봉이 나온다

 413.6m봉(10:02)

맥길은 살짝 우측으로 꺽어져 내리막길로 향한다

안부를 지나서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무명봉이다 

무명봉(10:05)

예전에 묘지가 있었다가 移葬을 한 듯한 흔적이 보이고 

아침부터 같이 걸었던 우측의 옥천군 청성면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좌측으로  내려가면서 행정구역이 좌.우가 온전히 영동군 용산면으로

접어든다

무명봉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는데 엄청난 급경사의

내리막길이다...미끄러운 등로인데다 산악오토바이가

다녔는지 등로에는 골이 패여있어 조심스레 내려간다

조심스레 내려온다고 했는데도...

낙엽속에 푹 패인 등로를 확인하지 못해서 이곳에서 

꼬꾸라져서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오는데 천만 다행으로

다치지는 안했다

급경사를 내려와서 희미한 등로로 따라서 내려오니 묘지가 나온다

여흥민공 묘(10:09)

널부러진 등로에도 봄기운이 스며들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아직은 스산한 분위기다...거기다기 잔뜩 찌푸린 날씨에

차가운 바람마져 불어오니, 산길도 영 기분이 아닌가 보다... 

보이지 않은 등로에 가뭄에 콩나듯이 걸려있는 선답자의

시그널은 청승맞게 홀로걷는 산꾼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구나...

세세생생 복받을깁니다...내리막을 내려오니 묘지를 옮긴듯한

흔적이 있는 무명봉에 도착한다

무명봉(10:12)

복받을깁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잠시후에 걸어갈 능선이 보일락말락

하는데 마치 속내를 잘알 수 없는 충청도 사람들의 心性같다

안부(10:15)

솔갈비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노루발이 산꾼을 반긴다

전국의 어디의 산에서나 잘 자라는 이 꽃은 1년내내 푸른잎을

유지하고 있어서 눈에 잘 띠며, 오뉴월에 피는 하얀 꽃은 참으로

담백하게 보이는 꽃으로 다른 이름으로는 매화노루발이라고도 부른다

완만한 오름길에 발레리나를 꿈꾸는 멋진 나무를 만난다.

명산길에 있었으면 아주 대접을 받을 나무인듯 하지만

충청도의 오지중에 오지인 영동땅 골짜기에 살다보니

별로 대접도 못받는 느낌이다...너무 서러워 마라

명산길에 있으면 얼마나 人間들에게 시달리면서 살겠나...

무명봉(10:17)

이곳에서 직진으로 내려가야 마루금인듯 한데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우측으로 길을 가리킨다

사연이 있겠지...나 역시 우측으로 향한다

선답자의 시그널을 따라서 내려가니...

씨앗은 흙을 만나야 싹이 트고,

고기는 물을 만나야 숨을 쉬고,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야

행복하다고 했다...

곧바로 마루금 등로는 좌측으로 이어지는데 내 생각이 맞아 떨어진다

뫳돼지 이노무 쉬키들...

조금전에 직진길로 내려서면 만나는 길로 복귀한다.

암릉 구간이 있어서 우회길로 안내를 했나?...살짝 이해가

안되는 곳이다...이곳에서 맥길은 직진의 숲으로 이어지지만

가보니 잡목의 저항이 너무 심하다

우측으로 내려서니...

간벌을 한 벌목지가 나온다...그래!...편하게 걷자

 바로 아래는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그 윗쪽 능선은 잠시후에

오를 340.6m봉이 벌거벗은(?) 모습으로 얼굴을 내민다

지맥 마루금은 ⊂자 형태로 이어져 부상고개로 향한다

마루금에서 살짝 우측으로 벗어나 안부로 내려간다

안부(10:25)

안부에서 좌측으로 올라선 다음에 마루금에 복귀하여 무명봉에 오른다

무명봉(10:28)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리면 걸림돌이 되지만

냇가를 건널때 물가에 놓인 돌은 고마운 디딤돌이라 했지...

앙증맞은 돌길을 걷는데, 걸림돌이 아니라 외롭게 홀로걷는

산꾼에게 벗이 되어주는 디딤돌 같은 느낌이다

성황당(10:31)

영동군 용산면 금곡리 쇠실마을과 부상리 윗도내마을로 이어지는 고개에

성황당의 흔적인 돌무더기가 보이고, 당산나무 역할을 하는 노거수도 있다.

 

오늘 산행의 좌측에 있는 금곡리 쇠실마을은 계속해서 산행기에 등장하는데

이곳의 마루금 지형이 마치 뱀이 또아리를 튼 것처럼 되어 있어서 직진으로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지만 뱅뱅 돌다보니 시간도 많이 나오고 쇠실마을이

계속 등장한다 

성황당에서 올라서는 능선에 길마가지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빡센 오르막길을 걷기위한 warming-up을 시작한다

무명봉(10:35)

무명봉에서 바라본 영동군 용산면 금곡리 쇠실마을의 모습

쇠실마을은 예부터 이 곳에서 철(鐵)이 많이 났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무명봉에서 우측으로 꺽어져 편하게 걷는데...

갑자기 나타난 벌목지대

벌목지 아래는 아직 봄농사를 준비하지 않았는지 가지치기를

하지않은 배밭이 보이고, 그 뒷쪽으로는 조금전에 지나온

청성면과 완전히 빠이빠이하고 용산면으로 접어든 413.6m봉이

아쉬운 모습으로 산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무명봉(10:38)

여름철에 이 길을 걸었다면 고생길이 훤할듯 싶다

안부(10:40)

340.6m봉을 향하는 빡센 오르막길

좌측 아랫쪽으로는 대전에서 추풍령 구간의 경부고속도로

개량사업으로 한 직선화 공사 때 만든 금곡교가 보인다

여름철에 이곳을 택하지 않은 것만으로 난 복받은듯 하다.

성가시게 구는 잡목들이 베낭을 잡아 댕기고, 바닥에는

칡넝쿨을 태클을 걸어대고, 옷에는 도둑놈풀의 씨가 달라

붙으면서 시비를 걸어된다

지맥길을 걷는데 이 정도의 고통이야 감수 안하고 걸을수는 없제

빡센 오르막을 올라서서 쉼호흡 한번하고 나니 군벙커와 삼각점이

있는 340.6m봉에 도착한다 

340.6m봉(10:47)

340.6m봉 정상 삼각점(△404복구 / 건설부 74.9)

직진으로 내려가니 원형 군벙커가 있다.

서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벌목지 능선...예전에 이런길을

걸으리라고는 상상이나 했겠나...살아가면서 사람의

앞 일은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 모를 일이다

안부(10:49)

잡목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뜨기 시작하는데

저 넘들이 지랄발광하기전에 지나는 지금...어쩌면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다

무명봉(10:51)

기다림  /  류시화

 


 가장 고된 날을기다렸다가
 그대에게 전화를 걸지요


 고된 날에는

망설임도 힘이 들어

쉬고 있을테니까요
 
가장 우울한 날을기다렸다가
그대에게 편지를 쓰지요


 우울한 날의 그리움은

기쁜 날의 그리움보다
 더욱 짙게 묻어날 테니까요
 
고된 일을 하고

우울한 영화를 보는 날이면
 눈물보다 더 슬픈 보고픔을 달래며
 그대의 회답을 기다리지요

벌목후에 새로운 수종으로 심어논 나무들도

자기의 나와바리 구역(なわばり)라며 시비를 건다

북쪽에 보이는  413.6m봉을 보면서 서쪽으로 맥길을 이어간다

361.6m봉(10:59)

벌목지를 벗어나서 숲속으로 들어선 다음에 살짝 좌측으로 내려간다.

世俗의 잡념을 털어버리기에는 인간들과 부딪힘이 없는

이런 길만큼 좋은 길이 있으랴...오르지 산에만 집중하면서

고요속의 마음의 풍요로움을 느끼면서 걷는다

부러질지언정, 꺽어지지는 않겠다는 志操로 살았던 듯한 

고사목이 生前에 못다한 말이 있었는지 홀로걷는 산꾼을 막는다.

부질없는 짓거릴랑 다 잊어버리시게,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걸 모르시는가...

아무런 생각없이 걷는데 또다시 나타나는 벌목지대.

여름철엔 한꼬라지 할 것만 어마무시한 등로가 산꾼의

기를 죽인다

15년 이상 전국의 오지의 산을 돌아 다니면서 山戰水戰 다 겪은

산꾼이 이런 것에 쫄면 맥산꾼이라는 명성을 먹칠을 하는 것

같아서 정면으로 돌파한다 

벌목지 우측 아랫쪽에 한가로운 마을 전경이 펼쳐지는데

지도상에 확인을 해보니 윗도내 마을이란다

 

영동군 용산면 부상리에 속해있는  윗도내 마을은 도내마을  위쪽에 있는

마을이며 큰골은 인가가 넓게 흩어져 있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문화유적으로

민대혁 효자문이 있다.

지독한 잡목지대...지맥길의 本色을 드러내는데,

도둑놈이라는 풀씨가 옷에 새카맣게 붙어버려

얼마나 따갑던지...별의별 놈이 산꾼을 괴롭힌다

무명봉(11:06)

저 뒷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오늘 내가 잠시후에 부상고개를

지나서 가야할 경부고속도로 영동터널 근처에 있는 봉우리다

참!...곱다

꽃이 예쁘게 보인다는 건 늙어간다는 뜻인가...

노사연이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가사에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익어가는 것’이라고...했는데

갈림길(11:11)

벌목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니 마치 고속도로(?)같은

넓은 비포장 임도가 나오고 좌측의 등로 옆에는 약초 재배지였는지

굵은 철사줄이 보이는데 무심코 걷다가는 철사줄에 다칠 것 같으니

조금은 조심해야 할 듯 싶다

連理枝가 닮고 싶은걸까?...밑둥치의 동그란 부분은

약초 재배지에서 설치한 철사가 속살을 파고 들어서

괴로운 눈치이다...인간들은 손톱밑에 조그만 가시만

하나 박혀도 괴로워 하는데, 저 나무는 얼마나 괴로울까.

하기사 인간이란 존재는 참으로 잔인하다고나 할까...

神仙들의 공깃돌?

넓은 임도를 따라서 편하게 내려서니...

절개지 아래로 시멘트 도로가 나오는데 부상고개이다

부상고개(扶桑峙:11:20)

영동군 용산면 부상리 부상골에서 윗도내 마을로 이어지는 고개이다

부상리(扶桑里)는 용산면의 서북쪽에 위치한 마을로 마을 뒷쪽으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앞으로는 내천이 흐르며 벼와 포도를

주로 재배하는 농촌마을이다.

 

자연마을로는 부상골(부상동), 들말(평촌), 도내(도천), 웃도내(상도천), 큰골(대곡)

등이 있는데, 부상골은 마을이 동쪽을 향해 있어 해 뜨는 것이 제일 먼저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들말은 들에 있는 마을로 땅이 평평하여 평촌이라고도 한다.

웃도내는 도내 위쪽에 있는 마을이며 큰골은 인가가 넓게 흩어져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며, 문화유적으로 민대혁 효자문이 있다.

부상고개로 내려서서 윗도내 마을가는 길 좌측으로 차량이

다닐만큼의 넓은 비포장 임도가 펼쳐지는데, 이른 아침에

산행을 시작하여 이곳까지 오면서 생각보다 바람도 심하게

불었고, 잔뜩 흐린 날씨 탓인지 추위를 많이타는 내 몸뚱아리로는

감당하기 힘든 추위라 중간에 휴식을 취할 엄두를 못내고

이곳까지 왔더니만 허기도 지고 피곤하다

 

다행히 임도로 올라서는데 옴팍한 곳이 있고 바람도 불지 않아서

이곳에다 베낭을 내려놓고, 빵과 우유 하나로 허기를 면하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다

부상고개 모퉁이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올라서니...

좌측으로 올라가는 등로가 보이나 그냥 직진의 넓은 임도로 향한다

좌측 능선에는 벙커처럼 시멘트로 만든 곳에 서 있는 이동통신탑,

저 무명봉도 지맥길이긴 하지만 그냥 봉우리 하나를 띵가 묵고

편안한 넓은 임도를 따라서 맥길을 이어간다

영동2터널 위(11:38)

넓은 임도 옆으로는 잣나무가 보이고 이 아래로 지나가는 

경부고속도로 영동2터널 때문인 차량소리가 요란하다

무명봉(11:41)

무명봉을 지나자마자 직진 아래로 내려가는

넓은 임도를 버리고 좌측 능선으로 올라선다

무명봉을 올라섰다가 내려서면서...

 조금전에 헤어졌던 넓은 임도를 다시 만나고...

나뭇가지 사이로 펼쳐지는 부상리 마을들이 보인다

315m봉(11:45)

315m봉 아랫쪽은 엄청나게 깊은 함몰지가 있어서 맥길을 이어갈 수가 없다

아마도 예전에 탄광지였던가... 알 길이 없는데, 산행시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마루금을 살짝 벗어나서 우측 아래로 내려간다

헐~~~! 이렇게 멋진 석문을 만나다니...마치 백두대간의 석병산에 있는

일월문처럼 보이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곳이 훨씬 멋있어 보인다

일월문(?) 옆쪽의 절개지로 곡예하듯 올라간다

高手들도 이곳으로 지나간 모양이다

아슬아슬한 함몰지의 능선을 줄타기를 하는 곡예사처럼 조심스레 지나간다

함몰지를 지나서...

마루금에 복귀를 하는데 함몰지를 통과하며 일월문을

감상하느라 시간이 조금 지체된 듯한 느낌이다

안부(11:54)

이곳부터 좌측으로는 영동군 용산면에서 심천면으로 행정구역이

바뀌고, 우측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끼고 있는 북쪽은 용산면 부상리로

계속 마루금을 같이한다

뫳돼지의 체력 단련장이 되어버린 소나무를 지나면서 오르막이 시작된다

생각보다 상당히 빡센 오르막길인데, 최근에 내린

비 때문인지 낙엽 아랫쪽의 등로가 젖었는지 꽤나 미끄럽다

빡센 오르막길에서 바라본 영동군 심천면 단전리의 모습이 보이고

그 뒷쪽으로는 514번 지방도와 나란히 가는 초강천이 아련히 보인다

 

심천면에 속해있는 단전리(丹田里)는 마을 가운데로 초강천이 흐르며 이 물줄기는

금강으로 흘러들며, 밭농사와 논농사를 주로 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자연마을로는 구수골, 단구(丹丘), 상단구(윗당구리), 하단구(아랫당구리), 전당(전댕이)

등이 있는데, 구수골은 지형이 소의 구유(가축의 먹이를 담아 주는 그릇)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단구는 으뜸되는 마을로 근처 흙의 색깔이 붉어 붙여진 이름이다.

상단구는 단구 위쪽에 있는 마을이며, 하단구는 단구 아래쪽에 있는 마을이다.

전당동은 근처에 논이 적고 붉은 밭이 많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단전리는 단구와

전당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지명으로 묵은 빚과 햇 빚에 대한 전설이 전해온다.

 

* 초강천(草江川)은 길이 66.30km, 유역면적 665.16㎢이며, 충북 영동군 상촌면(上村面)

  물한리(勿閑里)에서 발원한 물길은 북류하여 고자천(高子川)·궁촌천(弓村川) 등과 합하여

  장교천(長橋川)이 되고 추풍령천(秋風嶺川)과 합류한 다음, 황간면을 지나,  경북 상주시

  화서면 봉황산(鳳凰山:471m)에서 발원하여 남류하는 석천(石川)과 만나 송천(松川)이 된다.

 

  서쪽으로 흐름을 바꾸어 다시 서송원천(西松院川)·금계천(金溪川) 등을 합쳐 심천면(深川面)

  초강리(草江里)에서 금강으로 흘러들어 황간에서 금강 유입부까지는 심하게 곡류한다.

  영동군의 주요 관개하천으로, 유역 일대는 특히 감·대추의 명산지이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힘이 드는지 수술 부위의 흉터가

터질듯한 고통이 수반되고, 미끄러운 낙엽길의 등로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많이 주면서 올라가니 372.5m봉 정상이 나온다

372.5m봉(12:07)

안부에서 짧은 구간에 75도 가까이 곧추선 등로를 치고 올라서니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정신이 혼미해지는데, 정상에 걸려있는

안면이 많은 시그널들이 산꾼 범여를 격려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훈계를 한다...지맥길 치고 어디 쉬운 산이 있었던가요

372.5m봉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니 북쪽의 나무가지 사이로

경부고속도로가 보이고 시원하게 달리는 차량소리가 시끄럽다.

지맥 마루금과 경부고속도로가 평행선으로 서쪽을 향해간다

무명봉(12:10)

무명봉 좌측으로 이어지는 뚜렸한 지맥 마루금...

무명봉(12:13)

등로는 또다시 좌측으로 이어지고...

지루한 등로를 無念無想의 상태로 걸어가는데

간간히 만나는 참꽃이 격려를 해준다.

산이란 다 그런거라면서...

고도차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만나는 이름없는 봉우리들...

안부(12:17)

안부에서 올라서니 또 무명봉을 만나고...

무명봉(12:20)

마루금은 좌측의 내리막으로 향하는데 참으로 지루하다

410m봉:12:23)

안부(12:25)

432.4m봉(12:27)

은근한 빨래판 구간의 능선...나도 모르게 서서히 지쳐간다

복싱 경기에서 강펀치의 한방에 KO가 되는게 아니라

수많은 잔펀치를 맞으면서 그 되미지로 인해 쓰러지는 느낌이다

등로는 살짝으로 내려가고...

안부(12:30)

조그만 바위 능선에 올라서니 준.희 쌤의 산패가 걸려있는 안산에 도착한다

안산(安山:439.5m:12:34)

영동군 심천면 길현리 용산면 부상리 능선에 있는 산으로 카카오

지도와 트랭글 앱에서는 안산이란 지명으로 표기가 되어 있으나

국토정보지리원의 지도에는 그냥 439.5m로만 표기가 되어있다

안산을 내려와서 또다시 능선으로 올라서니...

무명봉이 나오고 너무 힘이 들어서 봉우리 꼭지에 오르지

않고 좌측의 사면길로 내려가는데 산악오토바이가 다녔는지

등로는 깊게 파여있고, 길은 상당히 미끄러워 조심스레 내려선다

판석처럼 생긴 돌들이 박혀있는 등로를 따라서 마루금을 이어가는데,

우측 아랫쪽 천길 낭떠러지이고, 그 아랫쪽으로는 경부고속도로가 보인다

안부(12:45~55)

계속되는 잔펀치(무명봉)를 맞다보니 groggy 일보 직전이다.

그런데 앞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또 산꾼의 氣를 꺽어 버린다.

안부에서 퍼질러 앉아서 10분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에 다시 길을 나선다

독립군 범여의 유일한 동반자인 라디오.

다시 시작되는 빡센 오르막길...조금전에는 조그만 봉우리를 수없이

오르 내리는 빨래판 구간이었지만, 이곳은 극락에서 지옥으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극락으로 올라가는 V자 형태의 마루금 길이다

415m봉(13:00)

10수년전에 나하고 호남정맥을 같이했던 인연이 있는 나산적님...

자기가 산적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는데 포졸들에게 포박당해

포도청에 구금은 안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참으로 산을

잘타는 산꾼이었는데 우째 사는지 궁금하다

마루금은 살짝 서남쪽으로 꺽어져서 내려간다

내리막길은 산악오토바이의 횡포인 듯 등로가

많이 패여있어 걷기가 아주 불편하다 

다시 지옥의 불구덩이로 떨어지는 느낌으로 계속 내려가는데

잠시후에 오를 봉우리가 발딱 선 채로 산꾼의 기를 죽인다

안부(13:08)

길동마을의 뒷쪽에 뾰족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갓모봉이다

길동마을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갓모봉 정상에는 통신 기지국이 마을 북서쪽 삼막골

깃대봉 정상은 일제 강점기 때 측량 기준점으로 사용하였으며 행태골 일원에는

농업용수 개발을 2022년 준공 예정으로 진행 중에 있으며 토질은 비옥하여 농사가

잘되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커서 과일은 육질이 좋고 당도 또한 풍부하여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고 한다.

빡센 오르막길에서 선 채로 휴식을 취하면서 바라본 심천면 길현리 길동마을의 모습

길동마을을 ‘길가막골’ 또는 ‘질가막골’이라 불렀는데 ‘가막’이란 ‘까마득한 먼 산골’ 이란

뜻이라고 한다

 

충청북도 영동군 심천면에 속해있는 길현리(吉峴里)는 깃대봉과 갓모봉

사이에 위치하여 골짜기가 많으며, 남쪽으로는 금강이 흐르며, 밭농사를

주로 하는 농촌마을로 자연마을로는 당재(당티, 당현), 질가마골(길동), 후곡(상단리)

등이 있으며, 당재는 후곡 서쪽 고갯마루에 있는 마을이다.

질가마골은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고,  후곡은 마을 뒤에 긴 골짜기가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길현리는 길친과 당현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지명이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조금전에 지나왔던 415m봉을 뒤돌아 본다

아!...힘들다...산행을 하면서 먹은것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체력 저하가 오는데 낙엽으로 인하여 등로는 미끄럽고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405.0m봉(13:20)

405.0m봉 정상에서 맥길은 동북쪽으로 길게 이어지는데

양호씨의 시그널 하나가 반갑게 선배를 맞아준다...반가워요

낮으막한 봉우리가 나오고 다시 맥길을 살짝 우측으로 꺽어진다

나뭇가지 너머로 볼록하게 솟아있는 산은 광주리산이다

 

옥천군 청성면 장수리, 양저리, 삼남리의 경계에 있는

광주리산(407.6m)은 일명 광주산이라고 부르는데, 봉우리의

형태가 광주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혀진 지명이란다.

조금전에 지나온 V자 형태의 등로를 걸어면서 체력 소모가

많았던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는데 발걸음이

자꾸 무거워진다...그래!...힘들면 다음에 한번 더 오지 뭐...

체력 비축을 위해서 여유롭게 느긋한 발걸음으로 맥길을 이어간다

마루금은 살짝 우측으로 꺽어지는데...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할 394.2m봉이 까칠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무명봉(13:30)

우측의 내리막길인데...

보기와는 달리 엄청난 급경사의 내리막길이라 지레 겁이 난다

급경사로 내려가야 한다는 건, 다시 그만큼 힘들게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렸다

다시 힘들게 올라가야 할 394.2m봉이 얼굴을 내미는데

그 force가 예사롭지 않지만...우짜겠노...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잖은가, 일단은 부딪혀봐야지... 

급경사는 다 내려온듯 하다...이장한 묘터 아래로 고개가 보이고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이 저렿게 올라서

상한가를 쳐야 대박인데, 그건 한낱 一場春夢에 불과하구나

안부 고개(13:38)

영동군 용산면 부상리와 심천면 길현리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아직까지 민초들이 왕래를 하는지 고개 좌.우쪽의 등로는

뚜렸하다

용산면 부상리로 이어지는 등로의 모습

조금전에 지나온 V자 형태의 빡센 오르막보다는 좀 덜 하지만

그렇다고 그리 만만한 등로는 아닌듯 하다...쉼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무명봉(13:50)

안부고개에서  올라오느라 고생을 했다면서 맥길이

배려를 해주는데, 잠깐이지만 조금 편하게 길을 걷는다.

안부(13:52)

 

제행무상(諸行無常)

있다는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라서

 

시생멸법(是生滅法)

이렇게 생기고

멸하는 법이 있거늘

 

생멸멸이(生滅滅已)

생기고 없어지는 것을

멸해 버리면

 

적멸위락(寂滅爲樂)

그 고요한 열반은

즐거움이 되리라

급하게 걸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걷다보니

훨씬 맘이 편해진다...이게 남의 눈치보지 않고 걷는

독립군의 特權 아니겠나... 

379.2m봉(14:00)

마루금은 다시 동북쪽으로 이어지고...

우측 아래로 지나가는 경부고속도로 때문인지 차량소리가 심하게 들린다

나무밖에 없는 陸山에서 간간히 만나는 바위 덩어리가 지루함을 덜어준다

무명봉(14:03)

우측 아래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영동1터널을 바라보면서 394.2m봉을

향하는데 마루금이 빙빙 돌아서서 오전에 헤어졌던 옥천군 청성면 지역으로

다시 들어서서 맥길을 이어간다

잔뜩 지푸린 날씨에 하늘을 쳐다보니 진한 먹구름이

밀려오지만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데 오랜

경험상 비가 오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나, 하도

요즘에 순리대로 되는게 없으니 이 넘의 날씨도

우찌될 지 모르겠구나.

394.2m봉(14:05)

옥천군 청성면 묘금리와 영동군 심천면 길현리의 경계에 있는 봉우리로 일부의

카카오 지도에는 쇠말봉이라 표기되어 있으나, 국토정보지리원의 지도에는 

아무런 표기가 되어 있지 않은 무명봉일 뿐이다

 

쇠말봉의 지명유래는 두가지로 전해지는데,

첫째는 이산에 옛날에 환환(涣涣)으로부터 마을을 지켜 주었던

쇠말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일제시대 때 한반도의 

기맥을 끊을 목적으로 쇠말뚝이 박혀 있었던 산이라 그렇게 불렀다는

설이 전해지는데, 후자의 설이 유력해 보인다고 한다.

맥길은 서남쪽으로 이어진다

매주마다 만나는 비실이부부님의 흔적

355m봉(14:12)

산악오토바이의 소행(?)인지 골이 파인 불편한

등로를 따라서 내려간다...등로가 많이 망가져 있다

갈림길(14:17)

직진의 내리막길을 버리고 맥길은 좌측으로 이어지는데

좌측으로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많이 걸려 있어서 알바

걱정은 안해도 싶을듯 하다

엄청나게 미끄러운 급경사의 내리막길

결국 이곳에서 낙엽속에 골이 파인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된통 꼬꾸라지면서 근육이 놀랬는지 갑자기 다리에

경련이 생기면서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주저 앉은채로

다리를 주무르면서 5분정도 시간이 흐른다...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 했던가...그 바람에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등로 우측의 나뭇가지 사이의 경부고속도 너머로 청성면 묘금리(猫金里)가 얼굴을 내민다.

극락에서 지옥으로 뚝 떨어지는 느낌으로 내려가는 길에

맞은편에 올라가야 할 봉우리를 바라보니 氣가 질리는 느낌이다

늘 감사합니다

다시 길을 나서는데 조금전에 경련이 일어난 왼쪽 다리가 엄청 불편하다.

하기사 15년을 넘게 전국의 험한 산을 헤매고 다녔으니 쥔장 잘못 만난

다리가 꼬라지를 낼 만도 하지...

고도를 살짝 낮춘 다음에 조그만 봉우리로 올라간다

237.9m봉(14:45)

237.9m봉에서 내려서니 봉분을 새로 조성한듯한 묘지가 나온다

밀양박공&성산이씨 묘(14:47)

안부까지 거의 다 내려온 느낌이다...잠시후에 오를 봉우리가 보인다

고개(14:50)

영동군 심천면 길현리 후곡마을과 옥천군 청성면 묘금리 금점마을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고개 좌측에는 밀양박공의 묘지가 있고 후곡마을로 가는 길은 아주 넓은 임도가 보이나

금점마을쪽은 임도가 사라졌다

여름철에는 고생쫌 하겠다.

고개옆에 있는 밀양박공 묘

좌측에 보이는 후곡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아주 좋다

심천면 길현리에는 3개의 자연마을이 있는데, 길동(吉洞)과 후곡동(後谷洞),

당현동(塘峴洞)으로 후곡마을은 ‘뒷구리’ 또는 ‘상당리’라 불리웠는데

마을 지명을 한자화 하면서 후곡(後谷)’이라 불리웠다고 한다

묘지 뒷쪽으로 올라서면서 苦行의 길로 들어선다

비실이 부부님의 氣를 받아서 빡센 오르막길 직전에

몸풀기를 하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안부(14:53)

잡목을 헤치고 오름길로 오르는데 등로는 어딘지 가버렸고, 

낙엽속의 오르막길을 힘들게 올라서니 능선이 나온다

능선에 오른 다음에...

잡목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다.

산을 걸으면서 어디 순탄한 길만 걸으면서야 뭔 재미가 있겠나...

이렇게 힘든 길도 걸어봐야 산길의 소중함도 알지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다...평생을 살아가면서 어디 순탄한 일만

있어면 무미건조한 삶이 아닐까...좋은 일도 있겠지만 죽을만큼

힘들일도 있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니던가...

지나온 V자 구간이 힘들다고 했는데, 이곳이 훨씬 힘이든다.

늦은 시간에 영양 보충이 안 된 상태에다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일까...미끄러운 낙엽 때문에 올라서면 미끄지고, 다시

올라서고를 반복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급경사를 오르면서 낙엽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스틱을 집고 다리에 너무 힘을 주어서 그랬던가, 또다시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장딴지가 돌덩이처럼 굳어버리면서 통증이 시작된다.

낙엽에 퍼질러 앉아 통증 부위를 주무르면서 아스피린 한알을 먹고

통증을 달래면서 휴식을 취한다

잠깐 사이에 경련은 풀렸지만 통증이 계속되고

그렇다고 안 갈수는 없잖은가...힘든 오르막을 올라서니...

갓고개봉이란 코팅지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366.2m봉에 올라선다

366.2m봉(15:35)

안부에서 300m도 채 안되는 거리를 40분 넘게 걸려서

힘들게 정상에 오른 다음에 다시 주저 앉아 버린다

 

정상에는 백두사랑산악회 본듯한 대장이 걸어논 산패와 4등 삼각점,

선답자들의 많은 시그널들이 정상을 지키고 있는데, 어느 작명가

분께서 갓걸이봉이 하고, 또 어느 산꾼은 길현봉 또는 갈현봉이라

표기를 해놨지만 국토정보지원의 지도에는 366.2m봉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이다 

366.2m봉 정상 삼각점(△ 건설부 423  / 74. 9 복구) )

정상에서 약간 우측의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잠깐동안의 편안한 길을 내려가다가...

바로 코 앞에 엄청나게 곧추선 봉우리가 또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안부(15:38)

곧바로 시작되는 급경사의 오르막길

내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꽃인 현호색이 바위를 바람막이 삼고,

낙엽을 이불삼아 꽃한송이 피워놓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면서 봄인사를 한다

그래!...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구나... 너의 꽃말이 “희소식”이랬잖아

올해는 삶에 지친 민초들에게 좋은 소식만 전해주길 바란다

어차피 내가 가야할 길...누가 대신 걸어줄 길도

아닌데  어쩌겠나... 求道者의 심정으로 걷고 또 걷는다

410m봉(15:50)

410m봉 정상을 찍고 좌측의 급경사로 내려간다

홀로걷는 산꾼이 길을 잃을까봐서 선답자들이 친절히 안내한다

등로에서 바라본 옥천군 청성면 묘금리의 모습

 

묘금리(猫金里)는 1929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청남면과 청서면을 한데 묶어

청성면으로 만들었으며 이 마을도 이에 속하게 되었으며, 묘금리라 부르게 된 것은

묘동(猫洞)과 금점(金店), 태동(泰洞)을 합하면서 묘동의 묘(猫)자와 금점의 금(金)자를

한자씩 취하여 묘금리가 되었다.

 

묘동은 “괴골”로 한자화 하면서 “괴”를 “고양이”로 발음하여 고양이 묘(猫)자를 써서

묘동이라 이름 지어졌고, 금점은 “쇠종골”을 한자로 쓰면서 “쇠”를 쇠 금(金)으로

“종”을 가게 점(店)으로 써서 금점이라 하였는데(쇠점골이라하여 점(点)자를 썼다고도 함)

쇠종골은 옛날에 쇠그릇을 만들었기 때문에 “쇠종골”이라 부른다하나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태동은 원래가 “방아골”이었는데 마을이 방아고 같이 생기었다하여 “방아골”이라 불렀는데

이 마을이 세 동네 중에서 제일 크다 하여 태동이라 이름 지었다.

 

자연마을로는 괴골, 쇠종골, 방아골로 나뉘며, 금점(금점골), 메쥐골(동이), 무동곡(문동골),

방아골(용동), 쇠말봉, 삼두봉의 지명이 있다. 괴골은 여양진씨(麗陽陳氏)의 집성촌이었으며,

쇠종골과 방아골은 경주김씨(慶州金氏)와 밀양손씨(密陽孫氏)의 세거지이다.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마루금

등로 좌측 능선으로 저멀리 금강과 초강천이 만나는 합수점 자리의 심천교가

아련히 보이는데, 수계를 따르는 보청지맥이 아닌 신산경표상의 팔음지맥을 걷는

산꾼들에게는 합수점을 어디로 하느냐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다.

 

대부분의 산꾼들이 향하는 구금강2교로 할 것인가, 아니면 심천교를 할 것인가

의견이 분분하지만, 범여의 개인적 의견은 초강천과 금강이 만나는 심천교

방향으로 한표를 주고 싶다...하긴 가는 길이야 엿장수 맘이지 뭐... 

안부(15:54)

V형태의 안부에서 또다시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오늘 산행은 체력 테스트를

받는 기분이다...안 그래도 저질 체력인데 이제 등로에 드러눕고 싶을 정도로

체력이 바닥을 드러낸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정상으로 올라서니 이끼가 덮인 군벙커와

잡풀로 덮인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아마도 예전에 묘지가 자리잡고

있었던곳인 듯한 426.6m봉 정상에 도착한다

묘터의 흔적같은   426.6m봉 정상의 모습

426.6m봉(16:01)

426.6m봉 정상에 올라서니 오후 되면서 불기 시작한 바람이

더 심하게 부는 때문일가...산패와 같이 걸려있는 선답자들의

시그널들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린다...카카오 지도에는 깃대봉이라

표기가 되어있고, 선답자들의 일부 산행기에도 깃대봉이란

지명이 등장하나 국토정보지리원의 지도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다

 

백두대간상의 상주 봉황산에서 갈라진 신산경표상의 팔음지맥과,

水界의 원칙을 따르는 대한산경표의 보청지맥은 이곳까지 같이

같이 왔으나 이곳부터는 완전히 다른 산줄기를 따라서 합수점으로 향한다

(아래 지도 참조)

 

우리가 산경표를 얘기할 때 그 근본은 산자분수령이라고 했습니다.

한 줄기에서 다른 줄기가 가지쳐 나갈 때 그 줄기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물줄기

하나가 발원되는데, 그 가지 줄기는 반드시 그 발원된 물줄기와 그 보다 상위 등급의

물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게 된다.

 

바로 산자분수령의 제2법칙입니다. 

여기에 대입을 해보면 백두대간의 봉황산에서 한 줄기 가지를 쳐 나갈 때

그 사이에서 나오는 물줄기. 바로 보청천이죠...그러면 당연히 이 봉황산에서

가지를 친 줄기는 보청천과 그보다 상위등급의 강 즉 금강과의 합수점으로 가면 됩니다.

줄기의 마지막 합수점 부근을 봅니다.

 

보시다시피 위 참고도를 보면 신산경표와 대한산경표와의 차이점은 명백해 집니다.

즉 신산경표는 산경(山經)에 충실하여 산줄기가 긴 쪽으로 가는 반면 대한산경표는

산줄기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산자분수형의 제2법칙에 충실하여 합수점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맥을 그으려면 모母줄기에서 가지를 쳐 나오는 지맥을 그리는것보다 합수점에서 잠기는

지맥의 끝에서 모(母)줄기 분기점을 쫓아 올라가는 편이 더 쉽습니다.

바로 수체계(樹體系) 이론입니다. (현오 권태화 작가님 자료인용)

대한산경표의 저자 산으로(박흥섭)님의 시그널

다음에 체력이 되면 보청지맥을 걸어보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당재로 향한다

당재까지 이어지는 계속되는 내리막길.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 거꾸로 매달아놔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했제...

다음구간에 오를 이동통신탑이 있는 봉우리가 보이고

좌측의 벌목지로는 팔음지맥의 논란거리(?)에 있는

심천교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원스레 보인다

좌측의 묘지로 내려가는 임도를 버리고 직진길로 향한다

다음구간에 오를 이동통신탑이 있는 404.6m봉을 바라보면서 내려서니... 

묘지가 나온다

단양장공 묘(16:13)

당재로 내려가는 길은 절개지에 휀스가 길을 막는다.

한참을 돌아 우회를 하면서 당재로 내려선다

당재(塘 :16:20)

옥천군 동이면 우산리와 영동군 심천면 길현리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도로명 주소가 단전묘금로인 505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고개이다.

고개 아래쪽의 당현동(塘峴洞)마을에서 지명을 따온 듯 하다.

 

당현동의 ‘당(塘)‘ 한문으로 풀이하면  ‘둑을 뜻하는 못(塘)’아니라,

‘길 장(長)‘이 구개음화(口蓋音化) 된 댱(당)으로  ‘길게 이어진 고개’ 라는

뜻으로 당현마을을 ‘장티‘ 또는 ‘당재’라고 부르는데,  고갯마루를 당재라고 

부르는데 거기서 유래된 듯 하다

 

* 구개음화(口蓋音化)란 구개음이 아닌 ‘’, ‘’ 따위의 자음이 뒤에 오는 모음

   ‘ ‘ 시작되는 이중 모음의 영향을 받아 구개음인 ‘’, ‘’ 따위로 바뀌는 

  현상으로, 굳이 ‘구지 발음되는 것이  예이다

당재에서 바라본 옥천군 동이면 우산리 방향의 모습

당재에서 베낭을 정리하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상대로 앵벌이(히치)를

시도하는데 심천에서 옥천쪽으로 향하는 차들은 간간히 있으나, 옥천에서

심천으로 향하는 차들은 많지 않다... 2~3대가 지나가긴 하나 인정머리

없게도 한대도 세워주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아침에 이용했던 택시를

호출하니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여 영동역으로 향한다  

영동역(17:25)

영동발 → 영등포행 입석 열차표

영동과 옥천의 주 교통은 열차이다가 보니 주말에 이곳에서 오후에

서울로 향하는 좌석 기차표는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다...오늘도 입석표다

열차는 10분 가까이 연착이 되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열차에 오른다

근데...이게 뭐여...무궁화호 4호 칸인 식당칸을 탔는데 자리가 널널허더.

원래 이 칸은 예전에 식당칸이라 불리던 칸으로 입석 손님들이 이곳에서

음식을 사 먹으면서 가는 열차칸이었는데 지금은 식당칸은 운행하지

않고, 입석 열차로 운행하던 열차칸이다

식당칸 의자에 앉아서 산에서 먹지못한 음식으로 베낭털이를 하고

깊은잠에 빠졌다가 일어나니 열차는 수원역을 지나고 있다.

잠시후에 영등포역에 도착하여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