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한 날에는 - 원성스님
기억해 내길 바래요
선생님께 구구단을 못 외운다고 손바닥 맞고
사내 녀석이 눈물 보인다고 또 맞고
눈 퉁퉁부어 집으로 오던길에 비 맞고
집에선 꼬리치며 달려들던 바둑이 발길질에 맞고
아무리 불러봐도 엄마는 대답이 없고
찬장을 열어봐도 푹 익어 쉰내 나는 김치밖에 없고
자꾸만 뱃속에선 꼬르륵 소리나고
기억해 내길 바래요
끝내 9*9=81까지 다 외워서
선생님이 흐뭇한 미소로 날 보시던 날을
내짝궁 무거운 준비물 들어주던 내 어린 사내다움을
소독약 차에 흥분하며 옆동네 까지 뛰어가던 비개인 다음날의 그길을
나한테 그렇게 맞고도 늘 내옆에 다가와 손을 핥던 바둑이의 눈빛을
어둑해 지는 골목길 에서 두손가득 내 좋아하는 갈치를 들고
나를 부르시던 엄마 목소리를
기억해 내길 바래요
울었던 그날도
웃었던 그날도
모두 내겐 소중한 하루 였음을
오늘 아주 많이 속상한 날이라면
내일은 오늘이 무척이나 소중한 하루가 될것임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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