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김광규
태어나기 전에는 몸이 없어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가까스로 몸을 얻어
세상에 태어나자
나도 모르게 이름이 정해졌다
주어진 이름을 지니고 살아온 반평생
이제는 아무런 기대도 없이
태연하게 견딜 수 있으니
귀찮은 이름 떼어버리고
무거운 몸을 떠나
가뿟하게 날아오르고 싶다
그림자 없는 바람이 되어
비맞지 않는 넋으로
가뭇없이 떠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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