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시: 2010년 5월 23일
산행구간: 피나무재-질고개-785-805-간장현-708-통점재-776.1-774,1-가사령
거리/시간: 도상거리 21km / 7시간 30분 소요
지난번 빠진 8구간(하삼의~황장재)을 20일에 단독 산행하고 초파일 행사를 치른 후 이틀만에 다시
10구간 산행에 나섰다. 내가 생각해도 이젠 산행이 내 일상에 중심에 있을 정도로 重病(?)에 걸린
모양이다.
일기예보에 경북 동해안 지방에 강풍을 동반한 200m이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산꾼들은 기상청을 별로 믿지 않는 구라청(?)으로 인식한 지 꽤 오래니까 말이다.
집을 나서는데 비가 내리긴 했어도 조금가면 그치겠지 하는 생각에 버스를 타고 목적지인 피나무재로
간다.용인을 지나면서 잠에 떨어졌다. 차가 자꾸만 덜커덕거리는 소리에 잠에 깨어보니 시계는
새벽 2시 15분을 가리키고... 아마 기사가 네비게이션을 믿다가 길을 잘못 들어선 모양이다. 다시 잠이
쏟아진다. 요즘 범여가 골치아픈 현장땜에 머리가 터질것 같은데 아직도 해결이 잘 마무리 되질 않고...
우열 곡절끝에 피나무재에 도착하니 새벽 4시. 차에서 내리니 비바람에 강풍이 장난이 아니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긴팔 T에다 고어텍스 자켓으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입고 우의를 입으니
불편하기 그지 없다
오늘의 마루금의 고도는 평군 500~700m정도로 낮아서 동쪽으로 날머리인 가사령까지 Z자형으로
산행을 진행하며 낙동정맥의 구간중 유일하게 낙동정맥 마루금중에 지도상에 산과 봉이 하나도
없는 구간이다.
피나무재와 질고개사이의 661봉과, 질고개에서 통점재사이의 785봉 삼각점이 오늘의 유일한
봉우리라면 봉우리였을 것이다. 능선은 고도차가 크지는 않았지만 오름과 내림의 연속이었다.
거리는 약 21km, 결코 짧은 구간은 아니었으나 난이도가 있는 구간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비바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처음부터 속력을 낸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선
걷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모두들 말이 없고 오직 헤드랜턴에 의지한 채 걷고 또 걷는다.
질고개까지 7.2km를 2시간만에 주파한다. 대단한 走力이다. 서있으니 추워지기 시작한다.
부진런히 움직여 산불감시초소에서 약식으로 식사를 마치고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며 오늘의
최고봉인 805.5봉에 도착하여 오렌지 쥬스 한병으로 허기를 면하고 통점재로 향한다.
간장현 된오름길엔 숨이 차다. 수없는 오름과 내림의 반복끝에 통점재에 도착하여 물한모금 마시고
다시 된 오름을 시작한다. 쌓인 낙엽에 물이 먹어 길은 상당히 미끄럽다. 긴 오름이 끝난 후 보현기맥
갈림길에서 가사령으로 향한다.
빗방울은 더 굵어진다. 가사령이라고 즐거워했던 임도에 도착하니 다시 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야
가사령이라니 맥이 빠진다. 마지막 힘을 내어 가사령에 도착 무거운 베낭을 내려 놓는다.
태백에서 시작 봉화, 울진, 영양, 영덕, 청송의 대한민국 최오지를 오늘에서야 벗어난다.
낙동정맥 20구간중 절반인 10구간을 마무리 한다.이젠 부산 다대포까진 10만 남았다
포항시 죽장면에 도착하여 차로 한 20분 거리인 선바위골의 토종닭집에 산악회에서 준비한 닭백숙과
션한 맥주와 소주, 그리고 닭죽으로 식사를 마치고 후미들이 올때까지 따끈따끈한 온돌방에 긴 여독을
푸는 꿀맛같은 단잠을 즐긴다.
이 맛에 선두에 오는 것 아닌가. 포항~대구간 고속도로는 장대비가 계속되고....
산행구간 지도및 고도표
초파일날 욕불식(浴佛式) - 애기 부처님 상에 향수 등을 뿌리는 일을 말하는데 우리 나라 초파일날
애기 부처님을 모셔놓고 물을 붓는 의식을 욕불식, 관불식이라고도 한다.석가모니가 탄생하실 때
제석천 등이 하늘에서 내려와 애기 부처님을 향수로 목욕시켰다는 설에 따라 매년 4월 초파일
여러 가지로 꽃으로 장식한 법당 가운데 탄생불(애기 부처님) 상을 모셔놓고, 향수(香水),
감차(甘茶), 오색수(五色水) 등을 그 정수리에 뿌리는 법회를 관불회 또는 불생회 라고 부른다.
자기 마음의 온갖 번뇌을 버리고 깨끗한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행사다. 초파일날 범여는 관불식을
마치고 산에 오르지만 아직까지 찌든 때가 남아 있는지 머리는 무겁기만 하다
오늘 들머리인 피나무재(경북 청송군 부남면 소재) 고개에서(04:10)
젊잖은 유림(儒林)의 고장에서 산꾼들을 젊잔치 못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 초장부터 그것도 베낭을
메고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개구멍(?)을 통해야 들어갈 수 있다.
산행 시작 30분 만에 만난 임도 - 모두들 아무 말도 없다. 어둠속 녹음을 헤치고 걷고 또 걷기만 했다.
비바람은 자꾸만 거칠어 진다. 거기다고 황토길이 많아 상당히 미끄럽다. 스틱을 잡은 양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간다.
질고개에서 - 청송군 부동면과 부남면의 경계를 알리는 도로안내판이 있는 932번 지방도 질고개를
피나무재 출발한 지 2시간 만에 도착하였다. 산길 7.2km를 2시간만에 주파. 정말 미쳤다. 거센 비바람과
추위에 움직이지 않으면 저체온증에 사고가 날것 같아 어쩜 산꾼들의 생존본능인지도 모른다.
이 질고개는“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질척질척한 진흙이 고개 마루를 뒤덮고 있어 이 고개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정도였다”고 해서 질고개라 불렀단다. 지금은 잘 포장된 2차선
도로가 있어 고개마루 가장 자리의 습지에서나 옛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06:10)
질고개에서 된오름을 시작해 20분만에 오른 산불감시 초소에서 바라본 무장산 - 운해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답답하기만 하다. 조망권이 좋다면 저 멀리 내가 지나온 주왕산 별바위 능선자락까지
보일 장소련만... 비는 자꾸 쏟아진다. 그런데도 허기가와서 모두들 아침식사를 위해 베낭을 푼다.
범여도 간단하게 샌드위치 하나와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20분만에 식사를 마치고 부지런히 베낭을
꾸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쉬면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된 몸뚱아리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큰일이기에...
운해 속에서도 산길을 부드럽기만 하다. 아직까지 낙엽이 많이 쌓여 미끄럽기는 하지만...
평소같으면 몇번이고 휴식을 취하고 했을 시간인데도 모두들 약속이나 한것처럼 계속 걷기만 한다
오늘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805.5봉 정상에서(08:20)
간장현(干長峴) -
움퍽 파인 고개, 등이 긴 산이 걸어가는 형상으로 이를 못가도록 산기슭에 생긴,
간장마을에서 올라오는 고개라서 부쳐진 이름의 간장현(干長峴)에 내려선다.
우측으로 내려가는 간장마을이름에서 유래된 지명이지만 멀리서 보면 긴 방패처럼 생겨서 부쳐진
이름인가 방패 간(干), 긴~장(長)으로 추측해보며 곧장 긴 된비알을 올간다. 주위에는 운무와 녹음으로
인해 아무것도 볼 수 없고 그냥 그져 걷기만 한다. 같이 동행한 배슈맑 선배님의 설명에 의하면 아래
고개에서 보면 고개를 중심으로 두개의 높은 산이 마치 한판 붙을듯이 씨라고(겨루다의 경상도식 발음)
있는 보인다고 해서 간장현이라고 부른다고 설명을 하신다. 궁금하면 꼭 해결하고야 마는 범여의
성격에 확인하고 싶었지만 운해와 녹음에다 비까지 청성스럽레 내려 확인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09:30)
통점재 - 오른편으로 통점리와 연결된 살벌한 통점재를 내려다본다. 옛날 이 마을에 통점이라는 사기
만드는 곳이 있었다 하여 통점리라 하는데 그 통점리를 통하여 고개를 넘는다 하여 통점재라 하였다고
한다. (10:00)
새로 개설된 도로로 인해 옛 영화를 완전히 잃어 버린 통점재 옛길 - 백두대간 길의 이화령, 조령,
죽령처럼 새길에 모든걸 빼앗긴 채 옛 민초들의 애환만 서려있는 통점재 옛길
경북 북부지역 낙동정맥 마루금에선 유난히 음택(묘지)을 많이 만난다. 이 지역이 전통적으로 유교를
바탕으로 하는 지역이라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매장문화 풍습이 강하다. 좀 아쉽다면 후손들이 잘
관리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팔공기맥과 보현기맥이 분기하는 분기점(744,6m)에서
보현기맥(普賢枝脈)은 태백산에서 흘러내려 온 낙동정맥이 주왕산국림공원을 지나 가사령 북서 쪽
봉우리 고라산(古羅山 744.6m, 대동여지도에 나와 있다 고 하나 확실치는 않다)에서 남동 쪽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에서 따로 남서쪽으로 분기하여 면봉산과 보현산을 지나 석심산으로 이어지는 두 줄기 중 북 쪽의 산줄기를 말한다.
고라산(古羅山 744.6m)에서 분기한 산줄기는 석심산(石心山 450.6m)에서 두 줄기로 갈라지는데, 이 두 산줄기가
팔공기맥과 보현기맥이다. 하지만 '기맥'이냐 '지맥'에 대해 여러 설이 있으나 고라산분기점 신갈나무에 매달려 있는
이정표에는 위 사진에서 처럼 '대구마루금산악회'에서 '기맥'이라고 씌어 놓았다.
한편 박성태님의 '신산경표'에는 이를 각가 가사령~석심산~북 쪽 산줄기를 보현지맥으로, 석심산에서 남 쪽
팔공산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팔공지맥으로 씌어져 있다.(11:00)
가사령 가는 임도에서 비를 맞고 있는 괴불 주머니꽃
가사령(佳士嶺)에서 - 가사령은 포항시 죽장면의 가사리와 상옥리 사이에 있는 고개라 하여 가사령이라
불려 지는데 암질은 통점재보다 단단해 보이는 두부모 자르듯 깎아내린 두 암벽사이의 도로가 정맥을
끊어놓았다고 할 정도로 절개가 깊게 파여 있다. 비는 자꾸만 쏟아지고 빗방울은 굵어진다.
저 아래 버스가 보인다. 드디어 대한민국의 가장 오지인 경북 봉화,울진,영양, 영덕, 청송을 마무리하고
남부지역인 포항에 도착했다. 7시간 30분만에 빗길에 21km를 마무리 하니 긴장이 풀리고 내 몰골은
꼭 물에 빠진 새앙쥐 모습이다. 긴장이 풀리면서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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