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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世上事

지관 스님 입적

by 범여(梵如) 2012. 1. 3.

 

지관 스님 입적… 한국불교 대표 학승, MB정부 종교 편향 꾸짖기도
경향신문|
주영재 기자|
입력 2012.01.02 22:11
|수정 2012.01.03 01:52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과 동국대 총장을 지낸 지관(智冠) 스님이 2일 오후 7시55분 서울 정릉 경국사에서 입적했다.

 

세수 80세, 법랍 66세.

지관 스님은 폐 천식이 심해 지난해 9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으나 상태가 악화돼 이날 숨을 거뒀다.

경북 포항 출신인 스님은 1947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53년 통도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1963년 경남대를 졸업했으며 1976년 동국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조계종 총무원 제공지관 스님은 '이 시대 최고 학승(學僧)'으로 추앙받았다. 스님은 해인사 강원 강사, 동국대 선학과 교수, 동국대 총장,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원장을 거치며 수많은 학승과 불교학자들을 길러냈다. 해인사 강원 강주 시절 배출한 학인 스님만 해도 수백명에 달하고 동국대 교수 시절 가르친 학생도 수천명에 이른다. 스님의 제자로는 세민 수안사 회주, 현응 조계종 교육원장, 박병기 교원대 교수 등이 있다.

지관 스님의 학문 업적으로는 불교대백과사전 편찬, 역대고승비문총서 발간, 한국 불교사상사 정리가 꼽힌다. 스님은 1970년대 중반 일본 < 망월불교대사전 > 을 보고 난 후 한국 불교대백과사전인 < 가산불교대사림(伽山佛敎大辭林) > 발간에 착수했다. 모두 20권으로 계획된 가산불교대사림은 1982년 이후 지금까지 13권이 나왔으며 한국 불교의 최대 학문적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석문(金石文) 분야의 최고 권위자였던 스님은 < 역대고승비문 > (전6권), < 한국고승비문총집 > 등을 편찬해 한국 불교 금석학을 체계화했다. < 역대고승비문 > 은 전국에 흩어진 고려~조선 시대 고승들의 비문을 수집, 교감한 것으로 한국 불교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다. 스님은 이 밖에 < 한국불교 소의경전연구 > < 한국불교문화사상사 > 와 같은 묵직한 저술을 펴냈다.

학승의 외길을 걷던 지관 스님은 2005년 조계종 32대 총무원장으로 취임, 주변을 놀라게 했다. 스님은 조계종의 최고 책임자인 총무원장을 수행하면서 학승으로서의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살려 종단행정을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님은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끊임없는 회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2008년 '8·27범불교도 대회'를 성대하게 봉행해 불교의 위상을 높였다. 당시 지관 스님은 "인평불어 수평불류(人平不語 水平不流, 사람이 공평무사하면 불평이 없어지며 흐르는 물도 평탄한 곳에서도 조용히 머물게 마련이다)"라는 말로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꾸짖었다.

스님은 2009년 '원로'답게 종단의 안정과 화합의 기틀을 마련하고서 4년 임기를 마치자마자 미련없이 종권을 이양했다. 당시 스님이 퇴임하며 남긴 "내릴 정거장이 되어서 내리는 것뿐입니다"라는 말은 지금도 불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관 스님의 총무원장 퇴임은 19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평화롭게 종권을 넘겨준 첫 기록으로 남게 됐다.

지관 스님은 총무원장 재임 시 조계종의 근본경전인 < 금강경 > 을 표준화했으며 조계사 성역화 사업을 완성했다.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국제선센터 건립 등을 통해 한국불교와 간화선의 대중화 기반을 구축했다
한국 불교 연구와 진흥에 매진한 스님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문화관광부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조계종 포교대상, 만해대상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지관 스님은 지난해 9월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 '사세(辭世)를 앞두고'라는 제목의 임종게(臨終偈)를 남겼다. 스님의 임종게는 "무상한 육신으로 연꽃을 사바에 피우고/ 허깨비 빈 몸으로 법신을 적멸에 드러내네/ 팔십년 전에는 그가 바로 나이더니/ 팔십년 후에는 내가 바로 그이로다"이다.

지관 스님의 법구는 3일 오전 11시 경남 합천 해인사 보경당으로 이운돼 분향소가 차려질 예정이다. 장례는 7일장으로 치러지며 8일 오전 11시 해인사에서 영결식과  다비식이 열린다.

< 주영재 기자 jyoungj@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