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도박 파문’ 당혹감… 자승 총무원장 “전원 엄벌”
반팔 차림의 스님이 호텔방에 둘러앉아 손에 쥔 카드 패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놓인 담요 위에는 현금 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다. 한 스님은 담배를 깊숙이 빨아들이며 도박에 열중했다. 또 다른 스님은 속옷 차림으로 방문 앞에서 칫솔질을 하며 다른 스님들이 도박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스님 8명이 호텔에서 포커 도박을 벌였다며 9일 검찰에 고발장과 함께 제출된 동영상의 일부다. 도박 참가자 가운데는 조계종 산하 유명 사찰에서 주지를 맡았던 스님도 포함돼 있다.
지난달 23일 전남 장성의 한 호텔에서 스님들이 도박을 벌이는 장면이 몰래카메라로 촬영됐다. | 성호 스님 제공
불교계는 도박 파문이 불거진 뒤 충격에 빠졌다.
부처님오신날(5월28일)을 20여일 앞두고 있는 터라 더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조계종 지도부는 이번 사건이 알려진 뒤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종단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즉각 전원 소환조사해 종헌과 종법에 따라 엄벌하라"고 종단 사정기관인 호법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관계자는 "엄정히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종법에 위반되는 부분이 있으면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논평을 내고 "반인보다 막중한 도덕적 책임을 지는 스님들의 성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승단 차원에서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사안은 반대 파벌에 의하여 계획적으로 촬영된 동영상으로 불거졌다고 한다"며 "도박과 비밀촬영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사무총장(한양대 교수)은 "일단은 자초지종을 공정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만약 도박을 했다면 아주 작은 것이라 해도 수행정진하는 스님의 삶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퇴진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근본적으로 스님이 돈을 만지는 재정을 담당하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물욕이 생기는 것"이라며 "사회에서도 권력과 자본을 둘 다 가지지 못하게 하듯 종단에서도 스님이 권력과 자본을 둘 다 가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교 신자인 이모씨(29)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스님들이 호텔에서 거액의 도박을 벌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종교 또한 퇴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스님들의 도박을 비난하는 글들이 들끓었다.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 종교 정화 운동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도박 아니다. 사찰 살림에 보태려고 아르바이트한 것"이라며 비아냥대는 글도 있었다.
< 황경상·정희완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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