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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한국의 옛집

[함성호의 옛집 읽기]<49>‘세 번째 꽃송이’ 산수정

by 범여(梵如) 2012. 4. 9.
영천 매산고택 및 산수정(永川梅山古宅─山水亭:국가민속문화재 제24호)

경상북도 영천시 임고면에 있는 조선후기 정재영의 10대조인 정중기 관련 주택으로이 집은 정재영의

10대조 정중기(鄭重器)가 입향하면서 짓기 시작하여 그의 아들 정일감(鄭一鑑)이 완성시켰다고 전한다.

현재 건물은 사랑채인 산수정과 안채, 사당의 세 채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앞에 3칸의 솟을대문이 따로 세워져 있다.

대문채는 3칸으로 솟을대문의 서칸에는 헛간의 마판(馬板)이 있고 동칸에는 마부 등이 대기하던 방이 있다.

대문 앞쪽으로는 담장으로부터 꺾어드는 짧은 고샅이 구성되어 있어서 대문의 노출을 어느 정도 감추고 있다.

 

산수정은 사랑채로서 독립된 건물인데 정침의 동쪽 사랑방에 연하여 있다.

이러한 구조는 안동·봉화·영덕 지방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자집에서 보편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산수정은 합각이 앞쪽에서 보이도록 측면이 전면이 되는 포치술(布置術)을 보이고 있어 정면이

전면이 되는 보통의 사랑채와는 다른 배치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특이한 배치는 주변의 다른 집들보다 월등히 멋진 다락집을 구성하였다는 강조의 의식이

강력히 작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다락은 2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쪽 1칸의 둘레에는 난간이 둘러져 있다.

다락의 안쪽 1칸은 구들이 설비된 온돌방이다. 이러한 구성은 욱실(燠室)과 양실(凉室)이 모두 갖추어진 것으로

17세기경부터 민간에 널리 보급된 것이다. 사당채는 동북쪽에 따로 담장을 두르고 정면 3칸, 측면 1칸으로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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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에서 물러나 선원마을로돌아온 매산 정중기는 마침 닥친 천연두로 아우와 두 사촌아우를 잃는다.

그래서 천연두를 피해 1741년 56세 때 선원리에서 약 15리 떨어진 산속인 ‘매곡마을’에 들어왔다.

매산은 매곡리에 터를 잡은 연유를 ‘매곡우사(梅谷寓舍)’에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매곡마을은 낙동정맥 보현산에서 이어진 기룡산 자락 남쪽 줄기가 만들어 놓은 좁은 계곡 안에 들어앉아 있다.

매산은 마을의 입지를 “겹겹이 싸인 산과 작은 시내에 우묵 들어간 곳이 있어, 이것을 매단혈(梅丹穴)이라 부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매산 스스로는 매단혈이 풍수상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주역의 세계관으로 매곡리 일대를 관념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매산종택의 당호를 간소(艮巢)라고 지은 것도 삼매리의 계곡에 숨어들어 세속에 대한 욕망을 접겠다는 의미다.

1748년에는 오록서당(梧麓書堂)과 산수정(山水亭)을 짓는다. 산수정이라는 이름 역시 주역에서 따온 것으로,

산(山)과 수(水)는 간괘(艮卦)와 감괘(坎卦)를 의미한다.

 

간(艮)은 이미지가 산이고 그 속성은 그침(止)이며, 감(坎)은 이미지가 물이고 그 속성은 험(險·위험)이다.

이 둘이 합쳐지면 몽괘(蒙卦)가 된다. 어리석은 자가 바른길을 가게 되면 삶에 형통할 것이라는 풀이인데,

어리석다는 의미인 동시에 어린아이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매곡리 계곡을 따라 산천정에서 조금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계곡으로 떨어지는 가파른 산 끝에 산수정이 자리한다.
전면 세 칸에 측면 한 칸에 산천정과 동일하게 전면 반 칸을 내어 전체를 쪽마루로 삼았다.
그리고 여기저기 툇간을 달아서 매우 복잡해 보인다. 기단을 높이 쌓아서 가파른 계곡 쪽에 기둥을
세워 쪽마루가 아니라 엄연한 누마루처럼 보인다.


누마루의 계곡 쪽으로 매곡정사란 편액을 걸어 놓고 우측 방을 지급재(智及齋)라 하고 좌측 방을 인수재(仁守齋)라

하였으며 주변의 자연에 대해 청금대(聽琴臺), 영귀대(詠歸臺), 설천(泄泉), 군자당(君子塘), 고현사(高賢社), 석문(石門)

등의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인지 꼼꼼히 알 수가 없어 아쉽다. 풍수에만 매달려 있었더니 어느새 주역의 향기가 난다.

함성호 시인·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