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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역사속으로

唐침략 막기 위해 축조한 장성 ‘중국 것’ 조작

by 범여(梵如) 2012. 6. 14.

지린성 노변강토장성 등 고구려·발해 장성 3곳 포함
과거 中 영토확장 프로젝트 평안도 청천강 장성도 넘봐

 

[세계일보]중국 국가문물국과 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 정부의 '장성보호공정' 문건은 만주 지역의 장성(長城)을 '중국의 것'으로 만들어 고구려·발해 역사 왜곡을 위한 실체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의 장성보호공정은 이미 2000년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장성 조사사업의 성과 잔치까지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중국의 한국고대사 왜곡을 감시해야 할 정부와 동북아역사재단은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와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의 공식 보고서가 입수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국가문물국과 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 정부 홈페이지만 뒤져봐도 관련 자료는 금세 확보할 수 있다. 역사학계에서는 관련기관이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당나라 역사로 변한 고구려 천리장성과 발해 장성

'중국 장성'에 포함된 고구려·발해 유적지는 확인된 것만 최소 3곳이다. 지린성의 노변강토장성(老邊崗土長城), 연변지구장성(延邊地區長城), 헤이룽장성의 목단강변장(牡丹江邊墻)은 모두 한국 고대사에 등장하는 장성이다.

지린성에서 공식 확인된 장성은 노변강토장성, 연변지구장성, 퉁화(通化) 한(漢)장성 등 모두 3곳. 이 가운데 노변강토장성은 지린성 더후이(德惠)시 쑹화장(松花江)촌에서 시작해 눙안(農安)현∼궁주링(公主嶺)시∼리수(梨樹)현∼쓰핑(四平)시 톄시(鐵西)구를 거쳐 랴오닝성으로 연결된다. 길이는 248㎞에 이른다. 장성 건축 연대는 당나라 말기로 중국은 추정했다.

국내 학계는 이 장성 유적을 고구려 천리장성의 일부로 파악하고 있다. 천리장성은 고구려가 당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서쪽 변경인 요동지방에 쌓은 성이다. 축조한 때는 631∼646년(총 16년)이다.

연변지구장성은 옌볜조선족자치주 허룽(和龍)·룽징(龍井)·옌지(延吉)·투먼(圖們)·훈춘(琿春) 등 5개시에 걸쳐 백두산을 감싸안은 형태로 분포한다. 길이는 114㎞에 이른다. 역사학계는 이 장성을 북옥저·고구려·발해·금나라의 장성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옌볜의 역사학자들은 고구려 장성으로 확신하고 있다.

두 장성 모두 중국이 외적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이 아니라 고구려나 발해가 당의 공격을 막기 위해 축조했다는 점에서 이들 장성은 '중국의 장성'이 아니다. 역사학계는 바로 이 런 점이 우리가 중국의 역사왜곡을 공략할 핵심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퉁화시 퉁화현 일대에 분포하는 한장성은 길이가 52㎞에 이른다. 중국은 이 성을 한나라 때 쌓은 장성의 끝단이라며 이번 장성 늘이기의 혁혁한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들 3개 유적지에 대해 그동안 이 지역에 나타나지 않았던 장성을 발굴한 성과로 보고 중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헤이룽장성에서 중국 장성에 포함된 것은 목단강변장과 금대장성(金代長城)이다. 목단강변장은 발해 장성이다. 무단장시에 있는 목단강변장은 중국에서 당(唐) 장성으로 바꿔 표기해 버렸다. 원래 발해의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를 수비하기 위해 쌓은 성이었다. 상경용천부는 발해 행정구역인 5경 중 하나로 멸망 전까지 발해의 수도였다.

◆'중화민족' 영토 확장을 노리는 '장성보호공정'

중국 국가문물국이 장성보호공정으로 명명한 이번 프로젝트는 성(省) 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2015년까지 추진된다. 장성보호공정은 과거 중국의 영토확장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축하연도 열어 중국의 역대 장성 길이 선포식 현장에서 '장성자원조사'팀 관계자가 활동성과 보고를 하고 있다. 뒤편 대형 스크린의 '長城長 中華魂(장성 확대는 중화혼)'이라는 구호가 눈길을 끈다.
자료:중국 국가문물국

중국은 이 사업을 위해 국가발전 11차 5개년계획(2006∼2010) 기간에 이미 5억위안(약 927억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12차 5개년계획(2011∼2015)에서도 이에 버금가는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퉁밍캉(童明康) 국가문물국 부국장은 앞으로 장성의 보호관리체계를 세우는 기초 사업인 '4유(四有)사업'을 강화하겠다며 장성보호공정을 더 치밀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표면적으로 중국은 장성 문화유산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세계 4대 문명 중에 가장 늦은 중국이 동북공정, 하상주단대공정, 통일적 다민족국가론과 같은 '중국을 확장시키는' 이론작업을 이미 마무리했다"면서 "지금은 현장조사를 통해 '이론을 공간적으로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 왕조의 영토를 현재 정치적 관점에서 역사를 꿰맞추는 수단으로 장성보호공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수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중국이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자국 영토를 넘어 한반도 안쪽인 평안도 청천강 유역 대녕강장성까지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는 미리 설정된 장성 노선에 자료를 끼워맞추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남의현 강원대 사학과 교수는 "중국은 고구려·발해 등 한국의 북방사는 물론이고 조선과 명나라,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놓여 있던 압록강과 두만강 대안지역의 공한지 내지 국경완충지대를 명과 청의 강역으로, 백두산정계비의 투먼강을 두만강으로 만드는 왜곡된 주장을 합리화하는 근거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